독일에서 온 Agnes Schöner 학우

  • 471호
  • 기사입력 2021.07.12
  • 취재 천예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7650

“지난 여름 속 당신의 눈, 그 깊은 어느 모서리에서 자란 달에 레몬 냄새가 나서 내 볼은 떨린다. 레몬 꽃이 바람 속에 흥얼거리던 멜로디처럼 눈물 같은 흰 빛 뒤안에서 작은 레몬 멍울이 열리던 것처럼 내 볼은 떨린다.” – <레몬>, 허수경


여름이 축의 뒤편으로 구겨지기도 전에 우린 벌써부터 이 검질긴 계절에 싫증을 낸다. 예고 없이 내린 소나기로 짙게 물든 바지 밑단, 무색무취의 연인들과 지루한 조조영화, 퍼붓는 빗소리에 엇갈리는 선풍기의 템포. 우리는 납작한 오후의 위에 누워 각자의 미끈한 레몬을 꿈꾼다.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서는 희미한 여름을 무색하게 만드는 

‘레몬’같은 매력을 가진 Agnes Schöner 학우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Agnes Schöner고, 스물 다섯살이에요. 독일에서 대학교를 다니다가 올해 상반기에 좋은 기회로 한 학기동안 성균관대에서 공부했어요. 독일에 있는 대학교에서는 음악을 비롯한 청각적인 분야에 초점을 둔 문화 연구를 전공했어요. 성균관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은 영상학과 소속이었고요. 제 취미 역시 공부하는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예술과 관련된 일들을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림 그리기, 글 쓰기, 사진 찍기, 그리고 피아노로 작곡하기가 모두 제 취미에요.


◈Agnes Schöner학우의 나라와 지역도 소개해주세요.

저는 독일 북부에서 살고 있어요. 원래는 독일 남부지방에서 살다가 공부 때문에 몇 년 전 북쪽으로  이사했어요. 독일의 남부와 북부에 모두 살아보니, 같은 독일이지만 남부와 북부는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북부에 처음 이사 왔을 때 함부르크(Hamburg)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놀랐어요. 이렇게 독일은 하나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있어요. 여러 문화가 함께하는 만큼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또 하나 독일의 장점은 독일의 자연경관이에요. 독일에는  멋진 숲과 강이 보존되어있고, 괜찮은 공원들도 많거든요. 야외 활동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어요. 독일 남부 알프스 쪽으로 가는 하이킹 코스에는 독일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한 번쯤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사는 지역에 대해서 소개해드릴게요. 제가 다니는 대학은 함부르크 근처의 뤼네부르크(Lüneburg)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어요. 뤼네부르크는 소금 광산으로 굉장히 유명한 도시이기도 하지요. 16세기부터 보존된 멋진 골목들과 광장을 찾아볼 수 있는  낭만적인 곳이에요. 산책하거나 자전거 투어를 하기에도 좋고요. 물론 도시가 마냥 오래되기만 한 것은 아니고, 도시의 중심부에는 맛있는 식당과 카페, 쇼핑몰이 있답니다.



◈ 다른 나라들 말고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한국에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는 K-pop같은 한국의 대중 문화 때문이에요. 한국 대중 문화 산업에 대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 흥미로웠어요. 하지만 한국의 대중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니까 점점 한국의 문화뿐만 아니라 역사, 사회 같은 것들에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한국에 오래 머무르지는 못하지만, 독일과 멀리 떨어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공부를 하고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난 학기에 여행을 못한 것이 좀 아쉬워요.


◈ 한국의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한국 사람들은 항상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그와 동시에 타인을 깊게 배려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붐비는 지하철만 타도 모두가 분주하지만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을 느꼈죠..


◈ 한국을 여행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국에는 처음 와본 거라 많이 다니지는 못했어요. 상황의 제약도 있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꼽아보자면, 바로 보성 녹차 밭이에요. 그렇게 조용하고 마법 같은 장소는 처음이었어요. 녹차 밭 옆에 있는 대나무 숲도 너무 멋졌어요. 녹차 밭에서 녹차 아이스크림도 사먹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처음 먹어봤어요.


◈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생활하며 어려운 점이 많지는 않았어요. 정말 다행이죠. 그나마 좀 힘들었던 건, 마트에서 마음에 드는 과일을 찾는 것이 좀 어려웠던 것뿐이에요. 하지만 한국은 독일보다 밥값이 훨씬 저렴해서, 과일을 많이 먹진 못하더라도 그만큼 식당에서 맛있는 걸 많이 사먹을 수 있었어요. 먹는 문제 말고도 언어적 장벽으로 인한 문제가 종종 있었어요. 독일에서 한국어를 좀 더 공부하고 올 걸 하는 후회도 들었죠. 다시 한국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갈 거예요.  


◈ 성균관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 친구가 성균관대 교환 학생을  다녀온 상태였는데, 제게 성대에서 있었던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그게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이 밖에도 서울 중심부라는 지리적인 이점과 성균관대만이 가진 역사가 큰 매력이었어요.


◈ 졸업 후 목표가 있다면?

언젠가 가능하다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고 싶어요. 작곡가나 작사가, 혹은 디렉터로 일하는 것이 제 꿈이에요. 지금은 독일에서 공부하며 지내지만, 한국이나 일본에서 일 해보고 싶습니다.


◈ 성대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 드려요.

성대에 재학중인 학우 분들, 그리고 성균관대로 교환학생을 오신 학우 분들 모두 성균관대에서 멋지고 충만한 생활을 하시길 기도할게요. 항상 행복과 성공만이 있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