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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환교수의 나의 책]대중지성의 시대 20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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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내용

’대중지성의 시대’  천정환 지음, 푸른역사, 376쪽, 1만6500원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ㆍ영국ㆍ소련 등 강대국은 카이로선언을 통해 패전 처리에 합의했다. 특히 특별조항까지 두어 일본으로부터 한국을 독립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1943년 가을이었다. 그때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경성제대를 나오고 당대의 천재라 불린 유진오나 최재서 같은 최고 지식인과,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이광수나 최남선 같은 이들은 친일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전쟁을 찬양하고 영미(英美)를 저주하며, 우리 청년들을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내보내는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 왜 그런 당대의 최고 ‘지식인’은 곧 일본이 비참하게 패퇴하고 한국이 독립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일제 전시권력이 그들의 눈과 귀를 막아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그들은 중국의 중학생보다 못한 정보와 지식으로 민중 위에 군림하며 일본을 위해 봉사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지식과 민주주의의 문제에 관한 한 최악의 정부와 맞대면하고 있다. 권력 담당자들의 지성과 지혜는 보잘것없는 듯하나, 정부는 국민의 귀와 눈 그리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아 바보로 만들고자 하는 정책을 펴려 한다. 

교육과 언론 정책에서도 앎의 민주주의를 박정희ㆍ전두환 시대보다 못하게 후퇴시키고 있다. 어쩌면 국민의 수준이 아주 높고 그들의 ‘말빨’이 너무나 세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우민화 정책을 펴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며 새로운 저항만 부추길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상 최고ㆍ최다량의 지식을 가진 대중이 한국 민주주의의 주인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최대 정적(政敵)은 아고라의 네티즌들이다. 촛불 정국에서부터 최근의 ‘미네르바’에 이르기까지, 정권은 이들을 감당하지 못하여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고라의 네티즌은 현존하는 대중지성의 모습을 가장 근사하게 보여준다.

소위 전문가ㆍ지식인ㆍ기득권층의 지식이 마치 예금처럼 감추어진 채,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 비해, 대중지성의 지식은 공유되고 소통하기 위해 존재한다. 대중지성은 민주주의의 보루이며, 역사의 건강한 동력이다. 그런데 이런 대중지성은 오늘날 나타난 것이 아니라, 앎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던 순간부터 존재해왔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중지성은 관계론적이며 지향성을 지닌 개념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행동양식과 대중현상은 복합성을 지닌다. 그것은 긍정성과 부정성을 동시에 내포하는 듯하다. 그러나 거기까지 말하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역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긍정적인 에너지를 도출하기 위한 연대의 관점에서 대중의 존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대중지성론이다. 개인이 가진, 그리고 개별 분야의 앎은 불충분하고 불완전하다. 그래서 연대가 필요하다. 물론 대중지성 개념은 ‘후기근대’에 가능한 새로운 지식인론과도 관련된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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