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성대뉴스 - 대학일반

[출판부]'문예공론장의 형성과 동아시아' 2008.04.25
  • 홍보팀
  • 조회수 : 3592
게시글 내용

출판부 신간 ’문예공론장의 형성과 동아시아’ 이미지

‘동아시아학’은 내연과 외포의 층위와 지향점이 명확하지 않지만, 점차 학술 담론으로 학적인 ‘시민권’을 획득함은 물론 제도적 ‘합법성’도 획득해 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해방 이후 오랫동안 한국 학계는 서구 학문의 발 빠른 수입과 이를 소개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학적 권위를 보장받는 것에 익숙하였다. 이러한 관행은 한국 학계의 주류가 되었고, 서구 종속적 학문풍토를 더욱 심화시킨 바 있다. 

이 점에서 ‘동아시아’가 학적 담론으로, 또한 제도권의 학문 단위로 들어온 것은 이례적이지만, 한국 학계의 창신(創新)을 위해서 대단히 고무적이다.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학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분명한 자기인식과 목표를 설정하여 ‘학(學)’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동아시아’ 연구를 통해 그 학적 유용성을 담보해나가지 못한다면 동아시아 담론은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되어 이내 그 수명을 다할 것이다.

’문예공론장의 형성과 동아시아’은 ‘동아시아’를 하나의 비교와 대조의 틀로 바라보고, 한-중-일의 근대문학을 보다 거시적인 시각으로 상호 교차시켜 되짚어보려는 학문적 실천의 소산이다. 

21세기 이 시점에서 과거 동아시아 문학의 역사를 다시금 되짚어 검토하는 일은 어떤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우선 국민국가 단위로 전개되어온, 한-중-일 삼국의 근대문학 형성 및 전개 과정을 서로 병치/대조하거나 착종/충돌시켜 봄으로써 고정된 문학사적 문맥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기존 문학사 서술과 달리 문학사로는 수렴하지 못하는 ‘주변적’ 사실로부터 문학적 현상의 새로운 의미망을 끄집어낼 뿐만 아니라, 여기서 경계를 가로지르는 종(縱)적 공통성도 발견할 수도 있다. 동아시아 삼국을 한 단위로 하는 단순 비교와 대조를 넘어서 종횡의 착종과 충돌을 통해 기왕에 국가로 경계 지워진 문학 및 문학사의 관념을 뒤흔들고, 이를 다시 사유하는 데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터이다. 하지만 이 책은 ‘문학 장’이나 ‘공론 장’ 같은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전제로 집필된 것은 아니다. 단지 기왕에 개별적 연구를 통해 도출된 유사한 결론들을 몇 개의 축으로 삼아 재구성한 것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동아시아에서의 문학적 실천에 내재한 또 다른 독해의 가능성과 그 윤곽을 묘사해 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몇 논문은 문학사에서의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상호 길항하고 균열하면서도 접점 속에서 이어지는 양상을 탐구하고 있다.(진재교, 홍준형) 이는 동아시아 전통 문학 양식의 근대적 전환 양상을 주목하고 그 결절점을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는 근대문학이라는 새로운 관념과 제도가 그 자신이 미처 의식하지 못한 가운데 정치, 제도, 미디어의 또 다른 근대적 관념 및 제도들과 복잡한 방식으로 얽히는 국면을 발견함으로써, 기존의 문학사적 설명 패러다임이 가진 과도한 단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한기형, 차태근) 

또한 더러 문학사 서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정 시대의 문학적 논쟁이 기실 지식사회학이나 정치학의 틀로 분석할 때, 훨씬 명료하게 파악될 수 있는 예를 보여주고 있다.(김미정, 이정훈, 이희경) 여기서 우리는 특정 시대의 문학 현상을 ‘문학 장’의 복잡한 사회적 자장 속에서 파악할 때, 그것이 변형된 형태의 공론 장 혹은 공론 장의 부재, 더러는 왜곡을 대속(代贖)하는 어떤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글은 전쟁이라는 극단적 정치상황 속에서 문학 텍스트가 사진이라는 이미지와 결합하여 ‘화보 잡지’의 형태로 ‘선전’이라는 정치적 임무를 수행하는 양상을 보여주기도 한다(김영숙). 노래 운동이라는 형태 속에서 노랫말(시)이 음악과 결합하여 강력한 대중적 전파력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운동-정치를 이루어 국제적 연대의 정치적 계기를 보여준 점을 밝히기도 한다(임경화). 여기서 우리가 텍스트 중심주의에 빠질 때, 흔히 간과하기 쉬운 트랜스-미디어의 다이너미즘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행여 눈 밝은 독자가 우리의 개별적 시도에서 다수가 공감할 만한 새로운 해석 틀의 형성으로 수렴될 가능성을 보았다면, 후속작업은 보다 높은 수준의 이론적 상호공감대 속에서 동아시아 문학사의 몇 가지 핵심적 국면을 체계화하는 구체적 연구로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성균관대 출판부,341쪽, 1만8000원> 
 
 

이전글 [하버드大 컨설팅 로스쿨]기업법무 특화
다음글 '대학 혁신전략' KPC 세미나서 발표
  • 상기 콘텐츠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