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기술,
<아바타: 물의 길>

  • 510호
  • 기사입력 2023.02.26
  • 취재 윤지아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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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역대 흥행 기록 1위를 달성한 영화 <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후속작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 개봉했다. 당시 혁신적인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선보이며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아바타>의 명성을 이어 이번 두 번째 작품 역시 압도적인 영상미를 선보여 호평을 얻고 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물속 풍경과 그 안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3시간이 넘는 긴 상영 시간에도 관객들을 푹 빠져들게 한다. 현실에는 없는 것들을 실제처럼 구현해낸 방법은 무엇일지 그 비밀을 파헤쳐 보자.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판도라 행성을 배경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토착민 ‘나비족’을 주인공으로 한다.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각효과 기술이 사용되었는데 컴퓨터로 구현한 장면이 거의 90%에 이를 정도다. 그중에서도 인간과는 다른 모습을 한 가상 캐릭터 나비족을 더욱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사용된 기술이 바로 퍼포먼스 캡처다.


퍼포먼스 캡처는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저장하여 이를 기반으로 컴퓨터 그래픽(CG)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실제 사람의 동작을 기록하고 그 데이터 위에 CG를 입히는 것이라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가상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 <아바타: 물의 길>의 촬영 현장을 들여다보자. 배우들은 마커가 달린 퍼포먼스 캡처 슈트를 입고 ‘볼륨’이라고 불리는 대형 세트장에서 연기를 펼친다. 세트장은 특별한 배경이나 구체적인 장소가 준비되지 않은 빈 공간이고 배우들은 특별한 의상이나 분장 없이 모두 똑같이 생긴 슈트를 입고 있다. 이렇게 촬영된 배우들의 연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입혀 영화가 만들어진다.



이번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얼굴 표정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발전된 기술을 적용했다고 한다. 배우들의 얼굴 연기를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페이셜 퍼포먼스 캡처 기술이 사용되었다. 페이셜 퍼포먼스 캡처를 위해 배우들은 2개의 소형 카메라가 달린 헬멧 형태의 헤드 리그를 착용하고 연기를 한다. 이 헤드 캠들이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촬영한다. 이렇게 얼굴 반응 데이터를 캡처해 컴퓨터 그래픽을 입혀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카메라 수를 늘리는 등 이전보다 개선된 기술을 통해 배우들의 표정 연기, 얼굴의 움직임을 더욱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게 되면서 스크린에 나타나는 나비족의 표정도 훨씬 자연스럽고 섬세해졌다.


퍼포먼스 캡처를 통해 촬영한 배우들의 연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CG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자. 먼저 배우의 얼굴을 본떠 캐릭터를 만든다. 그리고 배우의 연기 데이터를 받아 그 캐릭터에 씌운다. 캐릭터를 모델링 할 때는 실제 배우들의 얼굴 특징을 분석해 그 특징을 토대로 만든다. 그래서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영화 속 나비족에게서 배우들의 얼굴 특징이 어느 정도 표현된다. 이렇듯 실제 사람의 얼굴 특징과 움직임, 표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내서 CG 캐릭터임에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이러한 기술 덕에 실제 배우의 나이보다도 훨씬 어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했다. 이번 아바타2의 주요 악역 캐릭터 쿼리치 대령을 맡은 배우 스티븐 랭은 실제로는 70세이지만 캐릭터는 20대 정도의 나이로 보이도록 모델링 되었다. 이를 위해 배우의 20대 시절 사진을 바탕으로 눈, 코, 입술 모양 등의 얼굴 특징을 따와 아바타 캐릭터를 만들었다. 나비족의 10대 소녀 키리 역을 맡은 배우 시고니 위버 역시 실제로는 70대라고 한다. 배우들의 연기에 기술이 더해져 더욱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영화의 부제목이 ‘물의 길’인 만큼 영화 속에서 물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땅 위에서와는 다른 물속에서의 움직임까지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수중 퍼포먼스 캡처라는 새로운 기술을 시도했다. 이전에 물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주로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 앞에서 와이어를 차고 물속에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하면 그 위에 CG를 입혀서 완성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물속에서 달라지는 사람의 움직임이나 물결들을 구현하기 어렵다. 이번 아바타 2에서는 약 340만 리터의 물탱크에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직접 들어가 촬영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잠수 훈련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직접 물속에서 촬영했지만 실제 영화 화면에 나타나는 물은 99%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 물속에서는 퍼포먼스 캡처를 통해 배우들의 움직임 데이터를 촬영한 것이다. 물 밖에서의 퍼포먼스 캡처 방식으로 배우들은 마커가 달린 슈트를 입고 머리에는 카메라를 단 채로 물속에 들어가 연기를 한다. 촬영 스태프들도 함께 물속에 들어가 배우들을 찍는다. 이를 위해 물속에서의 원활한 촬영을 위한 여러 장비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을 뿐 아니라 퍼포먼스 캡처 시스템이 물속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의 퍼포먼스 캡처를 고안했다. 그전까지 물속에서는 불가능했던 퍼포먼스 캡처를 물속에서도 할 수 있게 되면서 물속에서 헤엄치는 장면, 물속에 뛰어드는 장면 등에서도 더욱 자연스럽고 실제같은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아바타: 물의 길>은 상상 속 세계를 완벽히 구현해 내기 위해 이전보다 더욱 발전된 기술을 적용했을 뿐 아니라 수중 퍼포먼스 캡처라는 새로운 기술까지 개발해냈다. 이러한 기술들을 적용해 만들어진 이번 <아바타: 물의 길>은 관객들에게 더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우면서도 환상적인 판도라 행성을 경험하게 한다. 뛰어난 시각 효과 기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아바타 시리즈는 현재 5편까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작품에서 더욱 발전된 기술로 보여줄 이야기를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