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은 가을, <br>재즈와 함께

분위기 좋은 가을,
재즈와 함께

  • 359호
  • 기사입력 2016.11.14
  • 취재 한지윤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7692


지난 문화읽기 ‘가을과 어울리는 음악 Jazz’에서 예고했듯 11월 문화읽기에서는 가을에 듣기 좋은 재즈 음반들과 뮤지션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재즈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대중적이면서도 ‘재즈’를 잘 보여주는 뮤지션들 위주로 소개하겠다.

재즈의 묘미는 즉흥적이며 틀에 갇혀있지 않은 자유로운 연주라 할 수 있다.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세세한 규칙들이 존재하지만 재즈는 연주하는 그 순간만큼은 연주자들의 의지에 따른 연주가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연주하는 그 순간 상황과 장소에 따라 연주방식과 구성도 달라질 수 있다. 재즈에는 솔로(Solo)부터 10인조 이상이 함께 하는 빅 밴드(Big Band)까지 다양하다. 그 중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구성은 피아노 트리오(Piano Trio, 피아노-어쿠스틱 베이스-드럼으로 이루어져 있음)이다. 첫 번째로 소개할 재즈 음반은 초기 재즈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Bill Evans가 속한 Trio의 ‘Waltz for Debby’이다. 본 음반은 피아노 트리오의 바이블이라고 칭할 만큼 대표적이며 재즈 입문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피아노에 빌 에반스, 드러머로 폴 모티앙 그리고 더블 베이스에 스칸 라파로가 참여했다.

‘Waltz for Debby’는 1961년 미국의 전설적인 리버사이드 레이블에서 발표한 4부작 중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음반이다. 오디오로 들으면 '빌 에반스-스캇 라파로-폴 모티앙'의 트리오가 1961년 6월 25일 뉴욕 빌리지 뱅가드 라이브 홀에서 공연한 그 순간의 현장감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 트리오의 연주는 안타깝게도 공연을 마친 10일 후 베이시스트 스캇 라파로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Waltz For Debby'는 빌 에반스가 조카를 위해 만든 곡으로 앨범 중에서도 동명 타이틀곡 ‘Waltz for debby(take 2)’를 가장 많이 추천한다.

두 번째로 소개할 음반은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과 현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재즈 기타리스트 팻 매스니의 듀엣작품인 [Beyond The Missoury Sky]이다. 찰리 헤이든은 반골정신 즉, 순종하지 않고 반항하는 기질이 강한 뮤지션이었다. 정치적인 비판과 본인의 의지 등을 음악을 통해 잘 표현한 뮤지션 중 한명으로 좌파적 활동을 많이 수행하여 한때 미국에서 음반 제작사들이 발매를 거부하기도 했다. 특히 리버레이션 뮤직 오케스트라(Liberation Music Orchestra_LMO)나 퀄텟 웨스트(Quartet West), 올드 앤드 뉴 드림스(Old & New Dreams) 등의 밴드를 통해 정치적인 활동 및 비판 그리고 아방가르드 즉, 전위주의적 활동 등 진보적인 활동을 많이 했다. 이런 활동들은 그의 음악에 그대로 녹아있다. 앞선 정치적이며 혁신주의적인 활동과 반대로 그의 서정적인 감성과 성찰 및 그의 고뇌도 음악에 담겨져 있다. 헤이든의 가장 대표적인 듀엣 작품 중 하나인 ‘Beyond The Missouri Sky(short stroies)’은 그런 그의 감성을 잘 담은 음반 중 하나이다. 본 앨범은 1997년 발매되었으며 베이스와 기타의 말그대로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연주가 담겨있다. 전곡들이 기타연주와 함께 묵직하며 깊이 있는 베이스가 더해져 하나하나 음의 깊이감과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곡들이다. 화려한 테크닉보다 재즈 특유의 느낌과 분위기기 강조되는 음반이라 특히 날이 저문 저녁이나 비 오는 날 들으면 더욱 감미로울 듯하다. 특히 아내를 위해 만든 ‘Waltz for Ruth’와 영화 「시네마 천국」의 'Love Theme'를 재즈로 편곡한 ‘Cinema Paradiso’ 마지막 묘한 충족감을 주면서 끝을 장식하는 ‘Spiritual’ 까지 정말 추천하는 음반이다.

재즈라 하면 뭔가 퇴폐적이면서 관능적인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런 재즈의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재즈 보컬로는 다이애나 크롤을 들 수 있다. 다이애나 크롤은 중후한 중, 저역의 보이스를 지닌 현시대를 대표하는 재즈 보컬이자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그녀의 풍부한 중, 저음의 음색은 듣는 이로 하여금 헤어 나올 수 없게 한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청각은 집중되고 그루브감과 스윙은 청중을 사로잡는다. 다른 보컬리스트들과 차별되는 관능적이면서 섹시한 동시에 세련된 이미지 또한 그녀를 현 시대 최고의 재즈 디바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다이애나 크롤은 2001년에 발표한 앨범 ‘The Look of Love’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다이애나 크롤 의 ‘Girl In The Other Room’은 앞선 앨범 이후 3년만에 발매된 앨범으로 전 앨범들과는 다른 느낌의 곡들이다. 다이애나 크롤은 본래 대중성에 보다 중점을 두며 스탠다드 재즈에 가까운 음악을 보였다. 이전과 달리 본 앨범은 오리지널 앨범에 더욱 가까우며 전 앨범들보다 작곡과 특히 작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03년, 영국의 뮤지션 ‘엘비스 코스텔로’와의 결혼의 영향인지 앨범 타이틀인 'The Girl In The Other Room'을 포함하여 두 사람이 공동으로 작곡한 곡들이 12곡 중 6곡에 이른다. 수록곡 중에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히트곡이기도 한 ‘Almost Blue’도 있다. 지난 해 발매한 '월플라워(Wall Flower)'에는 다이애나의 어린 시절, 재즈가 주류가 아니었던 때 그녀가 라디오와 음반으로 듣고 자란 곡들을 담고 있다. 1960년대부터 최근의 팝까지 수록되어있다.

재즈에 대해 물어보면 어렵고, 기초 지식이 있어야 들을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재즈야 말로 즉흥적이며 자유로운 음악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듣다보면 더욱 빠져드는 재즈, 추운 계절 재즈와 함께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지내길 바란다.


만화로 듣는 올댓 재즈 , 남무성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