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웹 드라마를 <br>봐야 하는 이유

우리가 웹 드라마를
봐야 하는 이유

  • 362호
  • 기사입력 2016.12.28
  • 취재 정혜인 기자
  • 편집 노한비 기자
  • 조회수 7181

최근 웹 드라마가 유행 중이다. 웹 드라마(Web Drama)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동영상으로 업로드되는 드라마를 말한다. 이는 2010년대 초반부터 네이버 등의 사이트를 중심으로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웹 드라마는 무선인터넷만 있다면 이동하면서도 무료로 쉽게 시청할 수 있어 편리함과 빠름을 추구하는 10대와 20대 사이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끈다. 웹 드라마는 보통 한 회당 15분 분량으로 전체 10회 내외로 이루어져 시청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인기가 많은 작품은 TV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방송되기도 한다. 최근 다양한 소재의 웹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있으며 인기 스타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는 작품들도 많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나 감정들을 다룸으로써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작품들이 있다. 흥행을 위해 인기 스타를 섭외했지만 내용이나 주제 면에서는 호평을 받지 못하는 작품들이 있는 반면, 이 작품들은 의미 있는 주제와 공감 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드라마를 ‘볼 만한 이유’를 제공한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좋아하는 스타가 나와서, 혹은 재미있어서 등 각기 다른 이유로 특정 드라마를 시청한다. 그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 중에는 우리 삶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의 전달을 통한 공감과 치유가 있다. 이처럼 친근한 주제와 공감 가는 메시지를 각기 다른 매력으로 풀어낸 세 편의 웹 드라마를 소개한다.



웹 드라마 중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을 꼽으라면 이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드라마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배우로서도 성장하고 있는 윤두준과 귀여운 이미지와 감칠맛 나는 연기로 사랑받는 배우 김슬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배우들의 섭외를 포함하여 드라마의 성공을 이끈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의미 있는 메시지와 공감 가는 이야기를 담은 것이 이 드라마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다.

이 작품은 타임 슬립이라는 형식을 따른다. 타임 슬립은 드라마와 영화 등의 영상물에 등장하는 판타지적 요소로, 어떤 인물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과거 또는 미래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드라마라는 장르의 특성상 빈번하게 등장하는 요소이다. 처음 등장한 이래로 현재까지 수많은 타임 슬립 드라마가 만들어졌지만, 이는 나타날 때마다 큰 호응을 얻는다. 그 이유는 대개 지루한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환상적인 상황이 재미와 신선함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타임 슬립 드라마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타임 슬립이라는 형태와 공감의 메시지가 결합되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퐁당퐁당 LOVE’가 바로 그 경우이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의 고3 단비(김슬기 분)가 조선시대로 가 왕 이도(윤두준 분)를 만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극 중 단비는 현대에서는 공부를 못하고 쓸모없는 학생으로 취급되지만 조선시대에서는 간단한 수학 문제 풀이로도 왕에게 도움을 주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 어떤 곳에서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 다른 곳에서는 사랑받게 되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드라마는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며, 누구나 어느 곳에서는 쓸모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통해 치유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드라마 곳곳의 재치 있는 요소들이 웃음을 유발하며 사극의 긴장감과 캐릭터들의 톡톡 튀는 성격까지 더해져 완성도 있는 작품이 만들어졌다.

단비는 말한다. 어딘가로 사라지고만 싶다고. 1화에서 단비는 대한민국 고3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 현실에 못 이긴 단비가 웅덩이에 발을 들인 뒤 조선시대로 떨어지는 순간부터 시청자들은 단비에 감정이입을 하고 그를 응원하게 된다. 이는 한 고3 학생의 삶에 대해 고3, 예비 고3, 그리고 고3 시절을 겪어 그 삶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공감한 것이다. ‘퐁당퐁당 LOVE’는 이처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다룸으로써 시청자들의 일상과 생각에 깊게 침투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주인공의 상황을 타임 슬립이라는 장치로 해결해줌으로써 때로는 힘든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역설적이게도 비현실적인 요소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달래준 것이다.



'우리 헤어졌어요’는 인기 그룹 위너의 강승윤과 가수 박산다라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 드라마는 형태도, 이야기도 ‘퐁당퐁당 LOVE’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드라마는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룬다. 극 중 한 밴드의 보컬인 원영(강승윤 분)과 3살 연상인 우리(박산다라 분)는 대학 시절 서로 교제하지만 몇 년 뒤 권태기가 찾아와 헤어지게 된다. 이후 그들은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져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옛 추억과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이는 드라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이별한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 이러한 상황을 직접 겪었거나 보았을 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인기 스타의 출연과 공감 가는 이야기 외에 이 드라마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OST이다. 장면마다 그에 어울리는 OST를 첨가해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하여 보여주었으며 시청자들의 공감 또한 더욱 강화했다. OST 중 드라마명과 같은 제목의 ‘우리 헤어졌어요’라는 노래는 이별한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 ‘0+1’은 숫자 0이었던 자신이 빛인 상대방을 만나 하나가 된다는 내용으로 남자가 여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노래이다. 이 노래는 우리를 잊지 못하는 원영의 마음을 잘 표현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가수인 원영이 무대 위에서 공연할 때 부르는 노래 중 하나로 등장해 그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 헤어졌어요’는 OST라는 장치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드라마를 원작인 웹툰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드라마가 끝난 후에 주연 배우들의 특별 거리공연이 펼쳐질 정도로 OST는 시청자들의 많은 성원을 받았다.



이 드라마는 고등학생 은재(서유나 분)가 주말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은재는 10년 만에 만난 할아버지와의 시골생활을 낯설어하지만 곧 적응해 간다. 은재와 할아버지는 여러 일들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드라마는 할아버지와 손녀가 친구처럼 지낸다는 뻔한 이야기만을 담지는 않았다. 은재 아버지의 직업, 할아버지의 과거나 은재의 성격을 독특하게 설정함으로써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 작품에서는 중견 배우의 노련한 연기와 신인 여배우의 풋풋한 고등학생 연기가 어우러져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가 섬세하게 그려졌다. 도시생활에 적응된 소녀가 마냥 느리고 시골스러운 할아버지와 살아가면서 시골의 미에 눈을 뜨는 모습은 아름답게 표현된다. 소녀와 할아버지 내면에 존재하는 각각의 순수함이 합쳐져 더 큰 순수함을 자아내는 듯한 이 드라마는 아쉽게도 많은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혈육과 그에 연관된 추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어떤 작품보다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일단 1화를 본다면, 당신은 순수한 두 사람이 그려내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척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웹 드라마는 TV 드라마에 비해 훨씬 적은 예산을 통해 만들 수 있어 많은 신예 드라마 제작자들의 등용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 사이트에 수많은 드라마가 업로드되며 모두 유명 연예인을 섭외하는 것이 아니라서 큰 인기를 얻는 드라마는 소수이지만 잘 찾아보면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은 보석 같은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각양각색의 감독들이 제작에 도전하는 만큼 독특한 소재와 주제를 지니고 있는 웹 드라마들이 많으므로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작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위 세 작품과 같이 우리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은 어떤 사람에게나 사랑 받는다. 머리가 복잡하고 힘들 때, 공감 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한 편은 마음에 난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하고 다시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 작지만 단단하고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웹 드라마 한 편을 통해 우리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위로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