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나이트 사진전 <br> –거침없이, 아름답게

닉 나이트 사진전
–거침없이, 아름답게

  • 363호
  • 기사입력 2017.01.14
  • 취재 신도현 기자
  • 편집 노한비 기자
  • 조회수 6664
날이 점점 추워지면서 밖보단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려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요구에 발맞추어 최근 실내 전시회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서울 대림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닉 나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 중 한 명이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과감하고 실험적인 촬영 기법으로 항상 주목 받아 왔다. 보그 (Vogue), 레이디 가가 (Lady Gaga), 알렉산더 맥퀸 (Alexander McQueen) 등 독창적인 크리에이터들과 패션, 다큐멘터리, 디지털 영상과 같은 여러 분야에서 같이 작업한 바 있다. 스스로를 이미지-메이커 (Image-Maker)라고 칭할 만큼 자기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사진작가이다. 본머스 앤 풀 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으며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 등에서 수 차례 수상했고 2010년에는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보스턴 미술관 같은 세계적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한 바 있고 대한민국에서는 국내 최초로 <닉 나이트 사진전 거침없이, 아름답게>(NICK KNIGHT : IMAGE)라는 이름 아래에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은 대림 미술관 2층부터 4층, 총 여섯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첫 번째 전시관은 ‘SKINHEADS’다. 다큐멘터리적인 흑백 사진들은 작가가 1979년부터 1981년까지 80년대 초 스킨헤드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남긴 기록이다. 스킨헤드는 196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가리킨다. 초창기 노동 계급적이었던 스킨헤드족은 타 인종의 유입에 따른 백인 계층의 일자리 감소에 따라 인종차별적이고 국수주의적인 모습을 띄게 되었다. 주로 항만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거친 성격이 특징이고 열정과 자유분방함 등은 패션,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들의 패션과 음악, 일상이 인상 깊었던 작가는 스킨헤드족들과 많은 교류를 통해 친밀한 관계를 쌓았고 자연스러운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 이후 닉 나이트는 전문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게 된다. 특히 스킨헤드 전시는 1982년 사진집으로 출간된 이후 세계 최초로 대림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라고 하니 꼭 감상해보도록 하자.

두 번째 전시관은 ‘PORTRAITS’, 초상사진 시리즈 전시관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1985년 i-D 잡지의 창간 5주년을 기념하여 당시 잡지 에디터였던 테리 존스의 의뢰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2009년 창간 30주년을 기념하여 대표적인 예술계 인사 200여명과 다시 한 번 진행된 바 있다. 일반적인 인물 사진과 대비되게 작가는 흑백 기법을 이용해 사람들로 하여금 모델의 특정 포즈나 표정, 소품이나 전체적인 이미지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유명 인사들과 함께했던 ‘초상사진’ 프로젝트는 이후 닉 나이트가 세계적인 디자인 브랜드들과 같이 협업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며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i-D 잡지는 영국의 패션 잡지로 패션 외에도 음악이나 청년 문화 등의 주제 역시 다룬다. i-D는 윙크하면서 웃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 때문에 대부분의 발행 호 모델이 윙크를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세 번째 전시관은 ‘DESIGNER MONOGRAPHS’(디자이너 모노그래프) 섹션이다. 이 섹션에서 닉 나이트는 자신이 요지 야마모토, 질 샌더 등과 같은 패션 디자이너들과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일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을 한국의 대중들 앞에 선보였다. 당시 패션 잡지의 모델들은 아름다운 외견이 매우 중요했다. 이런 패션계의 보편적인 시선에 대항하여 작가는 실루엣이나 대비 등을 활용하여 옷을 부각시켰다. 이런 실험적인 기법은 감상자로 하여금 모델과 주변 요소보다 의상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감상하게 한다.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디자인을 오히려 등한시했던 당시 패션계에 대한 도전을 닉 나이트의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네 번째 전시관은 ‘PAINTINGS & POLITICS’ 프로젝트였다. 기존의 사진 전시에는 소위 ‘잘 찍은 사진들’이 많다. 그러나 색감이 예쁜 사진, 풍경이 잘 나온 사진, 인물의 미소가 아름다운 사진 대신 작가는 우리가 조금 ‘불편’해 할 수도 있는 주제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장애, 차별, 폭력, 죽음 등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패션과 결합한 화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패션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밀접하면서도 파급력 있는 예술이라 여겨 패션과의 결합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 예시로 1997년 촬영한 (Devon Aoki for Alexander McQueen, 1997)을 살펴보면 중국의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있는 소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녀의 이마는 바늘에 의해 뚫려 있으며 한쪽 눈을 다친 듯한 모습을 보인다. 낯설게 표현된 한 쪽 눈은 마치 소녀가 다른 세계에서 온 것과 같은 강렬함을 감상자에게 부여하면서 전형적인 ‘미’의 기준과 사회적 통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다섯 번째 전시관은 ‘STILL LIFE & KATE’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표현 기법의 발견으로, 그 목적에 맞게 작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색다른 사진을 연출한다. 퀀텔 페인트 박스, 3D 스캐닝 및 프린팅과 같은 기법은 기존 사진 예술계에선 흔하지 않은 방법이다. 작가는 앞서 말한 실험적 기법과 특수 잉크 및 용지를 이용하여 사진의 부분을 흘러내리듯이 처리하거나 사진으로 이루어진 조각상을 만들어냈다. 앞서 언급한 퀀텔 페인트 박스는 1981년 퀀텔사에서 개발한 디지털 컴퓨터의 일종으로 하드웨어와 연결된 키보드와 마우스, 조이스틱 등의 조작을 통해 다양한 색감과 질감, 모양과 선 등의 형체와 애니메이션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마지막 전시관은 ‘FASHION FILM’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움직임을 통한 이미지의 확장 가능성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그에 걸맞게 작가는 기존의 사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물에 접근했다. 일반적으로 사진 전시라 칭했을 때 우리는 2D 이미지가 주를 이루는 전시를 상상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움직이는 사진’이라는 점은 우리와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매우 생소한 개념일 것이다. 마치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움직이는 그림’과 같이 나이트는 2D 사진을 영상 매체를 이용하여 3D화 시켰다. 이런 실험적인 시도는 작가 자신의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I’m just trying to see the world from different angles.”(“나는 단지 세상을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뿐이다.”) 닉 나이트의 말이다. 그의 발언에서 잘 드러나듯이 이번 사진전은 보편적인 시선을 거부하고 다른 방식의 접근을 추구한 그의 노력이 보인 전시회였다. 다큐멘터리적인 사진부터 시작하여 사회에서 금기시 되어 온 주제에 대한 고찰, 이전과는 다른 표현 방법 등 이번 <닉 나이트 – 거침없이, 아름답게>는 창의력과 색다름, 거기서 오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번 겨울, 따뜻한 전시회장 안에서 색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아래는 전시회에 대한 간단한 정보이다.

<닉 나이트 – 거침없이, 아름답게> (NICK KNIGHT : IMAGE)
전시기간: 2016. 10. 6.(목) ~ 2017. 3. 26(일)
관람시간: 화요일 ~ 일요일 10AM ~ 6PM (목, 토요일 10AM ~ 8PM 야간개관)
관람요금: 성인(19세 이상): 5000원 / 학생(8~14세): 3000원 / 어린이(3~7세): 2000원
문의: 02-760-0667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 <나이트 필드트립>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아무도 없는 미술관에서 즐기는 전시와 토크
일시: 전시 기간 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12/28, 1/25, 2/22) 7PM~8PM
대상: 10인 이상의 성인 단체
진행시간: 1시간 가량
참여: 전화 예약
참가비: 1인 5,000원 / 전시입장료, 아메리카노 1잔 포함
프로그램 문의: 대림미술관 교육팀(Sunday class Talk & Lecture,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02-720-0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