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여행, <br>국립중앙박물관 테마 전시

과거로의 여행,
국립중앙박물관 테마 전시

  • 365호
  • 기사입력 2017.02.13
  • 취재 신도현 기자
  • 편집 노한비 기자
  • 조회수 5799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지나간 과거를 통해 교훈과 아이디어를 얻어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역사 교육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세계유산 백제’라는 제목의 특별 전시와 ‘옛 중국인의 생활과 공예품’이라는 제목의 테마 전시를 진행했다. 우리의 과거와 세계의 과거를 배울 수 있었던 이번 전시를 짧게나마 만나보도록 하자.



‘세계유산 백제’ 특별 전시는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1주년 기념 특별전으로서 2016년 11월 29일부터 2017년 1월 30일까지 진행되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백제의 웅진도읍기와 사비도읍기 때의 유적 여덟 곳을 말한다. 공주의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 부여의 관복리 유적과 부소산성, 나성, 정림사지, 능산리 고분군, 익사의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적 중 금관 장식을 비롯한 대표적 유적들을 총 3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전시했다.

1부의 주제는 ‘도성’ 이었다. 도성은 국가를 다스리는 통치 계급인 왕족과 귀족들이 살았던 공간이라 국가의 성립과 성장 과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도성 안팎의 관청과 주택, 궁궐, 창고나 공방과 같은 건물에서 나온 자료를 통해 당시 백제의 일상 생활에 대해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유물들로는 당시 관청에서 쓰였던 붓이나 개량형 도구들, 다른 국가와의 전쟁 당시 사용한 무기들이 있었다.

2부 주제는 ‘사찰’이었다. 고대 삼국시대를 관통하는 종교는 불교였다. 통치 계층이나 일반 백성이나 불교를 많이 믿었던 만큼 이번 전시에서도 종교 관련 유물들이 많이 전시되었다. 특히 백제는 중국의 역사서에 ‘사찰과 불탑이 많은 나라’라고 전해질 만큼 불교가 흥했던 국가이다. 왕실의 주도하에 많은 사찰들이 세워지고 사리들이 공양되었다. 여기서 사리란 불교에서 석가모니나 성자의 유골을 뜻하는 것으로 화장한 뒤에 나오는 구슬 모양의 유골을 말한다. ‘몸에서 사리가 나오겠다’는 말의 유래이기도 하다. 2부의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부여 왕흥사지에서 출토된 사리구, 지붕 양끝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치미’, 그리고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사리구와 연꽃무늬 수막새 등이 있다.

3부의 주제는 ‘능묘’였다. 능묘는 왕의 사후 세계를 위한 공간이자 선왕을 통해 현왕의 권위를 유지하는 곳이었다. 백제의 능묘와 장례 풍습은 백제사의 전개 과정에 따라 조금씩 변했다. 건국 초에는 고구려의 영향을 받아 돌무지 무덤을 주로 만들었지만 점차 자신들의 독자적인 무덤 양식을 만들어 냈고 이후에는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 속에서 중국 남조의 영향을 받아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백제 왕릉 중에서 가장 유명한 무령왕릉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무령왕릉은 공주 송산리 고분군에 있으며 도굴되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발굴이 되었다. 박물관 측은 관람객들이 더욱 생생하게 무령왕릉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빔 프로젝터와 조형물을 이용하여 전시관 내부에 무령왕릉의 내부를 어느 정도 재현해 놓았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제 관꾸미개의 아름다운 모습과 빛깔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외에도 정밀하게 세공된 은제 관 꾸미개와 불상, 금박 무늬가 박힌 그릇 등을 통해 당시 백제의 뛰어난 미적 감각과 정교한 금속 세공 실력을 엿 볼 수 있었다.



‘옛 중국인의 생활과 공예품’ 전시는 상설전시관 1층 테마 전시실에서 2016년 11월 22일부터 2017년 3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총 4개 부분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작은 규모에 비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여 많은 관람객들을 모으고 있었다.

첫 번째 부분의 주제는 ‘신화, 고사와 의례’였다. 고대 유적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신화와 종교적인 측면이다. 옛날이야기를 통해 과거 중국인들은 왕조의 물건에 상징성을 부여했다. 대표적인 예로 이번 전시회에서는 ‘9개의 정 이야기’를 관람객들에게 소개했다. 9개의 정(세발솥)은 고대 중국에서 천자만이 소유할 수 있던 물건으로 천자에게 정통성과 천명을 전하는 상징이자 ‘하늘의 뜻’을 의미하는 상서로운 물건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전시회에는 정과 함께 진시황의 고사를 보여주는 탁본을 제시했다. 기원전 255년 진의 소왕은 주나라를 치고 9정을 빼앗아 옮기던 중 하나를 사수(중국 산동성에 있는 강)에 빠뜨렸다고 한다. 전시된 무씨사당 화상석탁본은 전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정통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수에 빠진 정을 건지려 했으나 얻지 못했던 고사를 묘사했다. 1부 전시에서는 이외에도 악귀를 쫓아내는 대나의례 행사와 고대 중국의 연회장면을 새긴 작품들을 선보였다.

두 번째 부분은 앞서 나온 의례 유물과 연관지어 ‘의례 속 음악과 곡예’라는 주제로 유물을 전시했다. 고대 중국인이 연주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비파부터 공연 모습을 비석에 새긴 ‘조상비’, 곡예사 조각 등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당시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믿은 만큼 음악과 곡예 역시 불교 행사에서 쓰인 경우가 많았다. 582년 수나라 때 조성된 ‘조상비’ 역시 북위대부터 불교 조상(‘동상, 석상 등을 만들다’) 완성 후 공양자들과 승려가 의례를 열면서 치렀던 연주가무 행사를 반영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당시 불교 행사에는 종교적 장엄함뿐만 아니라 행사 참가자 모두를 위해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부분의 주제는 ‘당나라 호풍의 유행’이었다. 전통적으로 중국인의 복장은 소매와 품이 넓은 웃옷과 치마로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전국시대에 유목민족의 기마 풍습이 들어오면서 그들의 옷 문화는 바뀌기 시작했다. 소매가 좁고 길이가 짧게 옷을 만들어 말타기에 편한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옷 문화를 호복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호’는 중국의 북방과 서방의 이민족을 칭하며 ‘호풍’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이민족의 풍습을 가리킨다. 지금의 한류와 비슷하게 당나라 시대 때는 호풍이 유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 대부분 조각들은 소매가 좁고 길이가 짧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남장을 한 여인의 조각도 있었다. 남장 역시 대표적인 이민족의 풍습 중 하나였다. 새로운 문화 유행에 발맞추어 당시 당나라 조정은 이민족의 문화를 포용 및 융합했고 이는 특유의 국제적인 문화 발전으로 이어졌다.

네 번째 부분의 주제는 ‘여인들의 생활: 화장용구’였다. 예나 지금이나 화장은 여성들이 큰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대 중국 여성들의 다양한 화장도구들을 전시했다. 가장 많이 출토된 것은 화장용품을 넣는 그릇이었고 이외에도 빗이나 가위 등 여러 도구들이 전시되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여인들의 생활이라는 주제에서 화장도구 이외에 전시된 유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옛 중국인의 생활과 공예품’ 전시는 3월까지 계속된다. 아래는 전시에 관한 간략한 정보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옛 중국인의 생활과 공예품>
전시기간: 2016. 11. 22. ~ 2017. 3. 12.
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시실
관람시간: 월, 화, 목, 금 09:00 ~ 18:00
수, 토 09:00 ~ 21:00
일, 공휴일 09:00 ~ 19:00
*입장은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합니다.
*관람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