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와 게임문화

포켓몬 고와 게임문화

  • 367호
  • 기사입력 2017.03.14
  • 취재 신도현 기자
  • 편집 노한비 기자
  • 조회수 7437

지난 1월 24일, 포켓몬 고가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 출시 전부터 인터넷에 퍼진 해외 게임 서비스 소식에 수많은 한국 게임 유저들이 국내 서비스만을 애타게 기다려 왔다. 게임이 서비스되고 약 한 달이 지났다. 기존 컨텐츠와 전혀 다른 이번 게임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포켓몬 고’로 인해 바뀐 우리의 생활상을 살펴보았다.

포켓몬 고는 게임 개발사인 나이안틱랩스(Niantic Labs)에서 출시한 위치기반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은 현실에 디지털 컨텐츠를 덧입혀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포켓몬 고를 실행하면 카메라를 통해 핸드폰 화면에 나타나는 현실의 화면 위에 3D 가상 몬스터를 보여준다. 유저들은 이 포켓몬을 잡아 진화시키거나 강화시키면서 게임을 진행한다.

어릴 적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우도 있을 것이다. 포켓몬스터는 1995년 일본 닌텐도 회사가 만든 게임이 원조이다.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발매한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이어져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귀엽고 다양한 캐릭터와 단순하면서 참신한 스토리는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포켓몬스터 게임의 유저들은 150마리의 포켓몬을 잡아 도감을 완성한다는 것과 각 도시의 체육관 배지들을 수집하여 리그의 우승을 이룬다는 두 가지의 단순한 목표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다.

포켓몬스터를 배경으로 만든 포켓몬 고도 이와 비슷하다. 게임 유저들은 박사로부터 도감을 채워달라는 의뢰를 받고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이 되어 게임을 시작한다. 단순히 여러 포켓몬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유저들 간 체육관 배틀, 메달 수집 등 다양한 컨텐츠가 추가 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작의 영향 덕에 증강현실이라는 기술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됐다. 포켓몬 고를 통해서 사람들은 증강현실 게임을 접하게 되었고 발전하는 기술을 몸소 경험하게 됐다. 기존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면 현실과의 상호작용은 없었다. 게임 개발자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세계 안에서 유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들을 조종하는 것이 끝이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걷고 있는 길 위에 피카츄가 뛰어다니고 집 현관에 이상해씨가 앉아있으면서 사람들은 포켓몬 고에 열광하게 되었다.

포켓몬 고가 서비스 되면서 다양한 문화 현상도 나타났다. 아직 국내 출시가 되지 않았던 작년에는 국내 유일 서비스 지역이었던 속초에 사람들이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덕분에 당시 속초 주민들은 소위 ‘포켓몬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 된 것이다. 포켓몬이 잘 잡히는 펜션, 포켓몬이 잘 잡히는 음식점 등 지역 상권은 포켓몬을 통해 홍보에 나섰다.

속초 경제가 영향 받은 것처럼 포켓몬 고는 사회 다른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추운 날씨 탓에 한산했던 공원은 게임을 즐기려고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심지어 부산과 인천에서는 시민들이 포켓몬 고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천 대표 포켓몬 출몰 지역을 조사해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부산시설공단은 소셜 미디어에 부산 시민 공원에서 잡을 수 있는 포켓몬을 소개하는 한 편 배터리 소모가 큰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해 통신사와 제휴해 보조 배터리와 충전기를 무료로 대여하는 사업도 실행에 옮겼다.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포켓몬 고 열풍 속에서 이익을 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편의점 회사 세븐 일레븐은 게임회사와 제휴를 맺어 전국에 퍼져 있는 지점들을 ‘포켓스탑’으로 만들었다. 포켓스탑은 게임 진행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전국 세븐 일레븐으로 몰리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화장품 회사들은 포켓몬 고의 인기를 틈타 포켓몬 캐릭터로 화장품 용기를 디자인한 상품을 출시했다. 토니모리의 피카츄 핸드크림이 대표적인 예다.

포켓몬 고를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기업뿐만이 아니다. 대학교에서도 포켓몬스터의 인기를 이용한 영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 입학식에서도 ‘야생의 새내기를(을) 발견했다!’, ‘동방에 망나뇽 산다.’등 포켓몬 고의 대사를 패러디하거나 이용한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학회나 동아리 홍보 자료 역시 포켓몬 고를 활용하여 새롭게 만든 예가 쉽게 눈에 띄었다.

앞서 말했듯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다양하고 참신한 마케팅 제품 등이 생성되는 계기로 작용됐다. 추운 겨울날 실내에서만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운동 할 기회를 주었다. 반면 포켓몬 고에 의해 안 좋은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임을 진행하려면 휴대폰 화면을 계속 쳐다보면서 걸어야 한다. 이때문에 게임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위를 살피지 못해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늘고 있다. 반대로 운전 중 포켓몬 고를 하던 운전자가 보행자를 들이 받는 안타까운 사고도 들려온다. 이에 경찰은 포켓몬스터가 주로 출몰하는 지역에 경찰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여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포켓몬 고의 우리나라 서비스가 결정됐을 당시 해외 포켓몬 고 이용자들은 “한국에서 포켓몬 고가 실행되면 3초만에 모든 포켓몬을 수집할 것이다.”라며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게임을 잘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게임 종류를 불문하고 세계 대회가 열리면 어김없이 한국이 우승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이 만든 게임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형국이다. PC방 게임 점유율을 살펴보면 미국 게임 회사에서 만든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인기 게임 오버워치에 맞서 넥슨에서 ‘서든어택 2’를 출시한 적이 있으나 선정성과 물리엔진의 비현실성, 사행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일찍 서비스를 종료했다.

우리나라에서 게임 시장이 크게 각광 받지 못하는 이유는 세대 간 인식의 차이다. 공부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공평한 ‘신분상승’의 길이었다. 과거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누구나 공부만 잘하면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기회가 주어졌고 이는 높은 학구열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공부 이외의 것은 ‘방해’가 되었고 특히 게임은 학생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적으로 간주됐다. 지나친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욕구와 일종의 반항심이 더해져 많은 학생들은 게임에 빠져들었고 그중 일부는 뛰어난 실력을 보이며 전 세계 게임 대회에서 상을 받아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은 여전히 질 좋은 게임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의 게임이 이렇게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날씨도 풀려가니 연인, 친구, 가족의 손을 붙잡고 공원에서 게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동심으로 돌아가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