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담은 노래들

봄을 담은 노래들

  • 368호
  • 기사입력 2017.03.29
  • 취재 정혜인 기자
  • 편집 노한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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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이다. 봄은 마치 겨울이 존재하기는 했었냐는 듯 포근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로 우리를 맞이한다.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싱그러운 이미지와 따뜻한 느낌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와 어울리는 노래를 찾게 한다. 2012년 큰 사랑을 받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라는 곡은 그 이후 매년 봄이 되면 다시 음악 차트에 진입해 ‘벚꽃 좀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봄을 주제로 하는 노래들이 매년 우수수 쏟아져 나오고 있다. 봄을 더욱 완벽히 느끼고 싶은 당신에게 봄을 담은 노래들을 소개한다.


이 노래는 천재 뮤지션으로 불리는 헨리와 레드벨벳의 슬기가 가창한 곡으로, 헨리의 미니앨범 'Fantastic'에 수록돼 있다. 헨리와 슬기의 음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었다. 정식 데뷔를 하기 전 참여한 노래임에도 슬기는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노래는 사랑이 다가오는 모습을 나비가 꽃밭을 날아다니는 모습에 빗대어 표현한다. 눈을 감고 들으면 나비와 꽃이 함께 어우러진 예쁘고 알록달록한 봄 풍경이 아른거린다. 두 보컬의 화음도 곡의 포인트이다. 특히 뒷부분에 나오는 ‘너와 함께 있으면 그게 언제 어디든 꿈의 꽃이 가득한 초원’이라는 가사는 조화로운 화음을 통해 봄의 정취를 더욱 부각시킨다.


이 노래는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의 OST이지만 봄노래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멤버 유주와 래퍼 로꼬가 함께했다. ‘우연히 내게 오나 봐 봄 향기가 보여’ 라는 첫 소절이자 후렴은 유주의 청량하고 맑은 음색으로 행복한 기분을 선사한다. ‘우연히 상대방을 봄’이라는 말의 ‘봄’을 계절 ‘봄’과 관련지어 재치 있게 표현한 가사가 돋보인다. '봄 향기가 보이다'와 같은 공감각적 심상은 다채로움을 더했다. 시원한 여성 보컬의 고음에 낮은 톤의 랩이 더해져 색다른 장르를 만들어냈다. 로꼬가 직접 작사한 랩은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봄 향기가 묻어나는 분홍빛의 앨범 아트는 노래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우연히 봄'은 힙합의 요소를 첨가하면서도 봄 느낌을 잃지 않아 젊은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00% 국민 투표로 이루어지는 서바이벌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11명의 소녀들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는 지난 1년 간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첫 번째 앨범 ‘Chrysalis’에 실린 이 노래는 걸리쉬 팝 작곡가로 유명한 B1A4의 진영이 작곡한 것으로, 타이틀곡 못지않은 큰 인기를 얻었다. 그 이유는 벚꽃이라는 흔한 소재를 독특하게 풀어냈다는 데에 있다. 벚꽃은 봄의 따스함과 싱그러움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노래는 단순히 그 이미지만을 담지는 않았다. 벚꽃은 봄에 잠깐 폈다 지는 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벚꽃이 지면 우리 사랑은 여름처럼 뜨거워질 수 있나요’라는 가사를 통해 봄이 지나면 상대방과의 사랑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낸다. 벚꽃이 진다고 슬퍼하는 소녀의 모습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소녀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다. 후렴구는 모든 멤버가 함께 가창함으로써 더욱 그 정서를 강하고 청량하게 표현한다. 이 노래의 또 다른 장점은 듣기 편하다는 것이다. 중독성 강하고 강렬한 사운드로 이루어진 타이틀곡과는 다른 느낌의 듣기 좋은 노래로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소녀들이 부르는 봄노래는 어떤 느낌인지 보여주는 노래이다.


볼빨간사춘기는 보컬인 안지영과 기타 및 서브보컬인 우지윤으로 이루어진 2인조 밴드이다. 안지영의 독특하고 맑은 음색은 대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첫 정규앨범 ‘RED PLANET’의 타이틀곡 중 하나인 ‘우주를 줄게’는 맑은 목소리와 예쁜 가사로 매우 큰 사랑을 받았다. 앨범에는 첫 정규앨범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질 높은 음악들이 담겨있다. 그 중 ‘프리지아’라는 노래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는 명곡으로 꼽힌다. 슬픈 듯 밝은 멜로디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현재는 떨어져 있지만 다시 만나면 프리지아를 선물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마냥 밝은 노래는 아니지만 ‘오 프리지아’라는 후렴구를 통해 노란 프리지아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노란 꽃의 이미지를 통해 봄의 정취와 아련한 사랑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꽃을 직접적으로 주제로 한 노래는 많지 않아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노래이다.


벚꽃, 햇살, 노란색, 따뜻함. 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봄비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하다. 봄비는 앞에 말한 것들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하지만 봄비는 여름의 장마, 소나기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따뜻한 와중에 잠깐 와서 내리는 비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장범준의 ‘봄비’는 이별과 관련 지어 봄비를 표현했다. 봄비가 내릴 때 옛 연인과의 추억이 떠오른다는 가사로 비의 슬픈 이미지를 부각했다. ‘주루루루루루’ 라는 의성어를 통해 애절한 마음을 노래한다. 그러면서도 봄에 내리는 비라는 특성을 살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벚꽃의 싱그러움을 노래했던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이 봄비라는 또 다른 소재를 통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마음을 적셨다. 봄노래라고 해서 기쁘고 행복한 감정만을 담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봄비와 관련된 소중한 추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노래가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이처럼 봄을 이야기하는 노래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봄노래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두근거림과 설렘 때문이 아닐까. 올해도 봄을 담은 노래를 들으며 따뜻한 봄을 더욱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