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br>- 서바이벌 프로그램

PICK ME UP!
- 서바이벌 프로그램

  • 372호
  • 기사입력 2017.05.28
  • 취재 정혜인 기자
  • 편집 노한비 기자
  • 조회수 6914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이 구절을 보고 노래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사람들은 아마도 "프로듀스101"의 ‘국민 프로듀서’들일 것이다. "프로듀스101"은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현재 시즌2가 뜨거운 관심 속에 방영 중이다.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은 서바이벌이다. 몇 주에 한 번씩 대국민 투표로 인해 참가자들이 고배를 마신다. 서바이벌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최종 11인은 데뷔한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세 분야로 나눠 조명해봄으로써 그 인기비결을 파헤쳐봤다.


“프로듀스 101“은 아이돌 오디션 중에서도 유례없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걸그룹을 꿈꾸는 여성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즌1에서 데뷔한 아이오아이(I.O.I)는 1년간 활동하고 해체되는 시한부 그룹이었음에도 정상급의 인기를 누렸다. 그 비결은 바로 국민들에 의해 탄생했다는 데 있다. ”프로듀스101“은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았던 심사위원 점수를 없애고 결과를 오로지 국민들의 투표에 맡겼다. 남성 연습생들이 출연하는 시즌2는 아이돌 문화의 주요 소비층인 10, 20대 여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큰 인기만큼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프로그램이 남자 아이돌 팬덤 형성과 싸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들을 최종 데뷔 멤버에 올리기 위해 순위가 높은 연습생들을 견제하기도 하고, 전략적으로 투표를 한다. 이는 국가대표 보이그룹을 만들자는 프로그램의 기존 취지에서 크게 벗어난 형태이다. ”프로듀스101“ 전에도 ”식스틴“, ”WIN“ 등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들은 각각 대형 연예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들이 서로 경쟁하고 최종으로 남은 사람들은 데뷔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각 프로그램들의 인기에 힘입어 연습생들은 데뷔 전 인기를 얻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도 했지만 여러 논란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인 심사위원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청자들을 가장 우선시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다.


‘가수 오디션’은 먼저 소개한 아이돌 오디션과 ‘가수’를 선발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여러 차이점이 있다. 끼, 외모, 실력을 골고루 겸비한 엔터테이너를 선발하는 아이돌 오디션과 달리 가수 오디션은 가창력이 평가의 주요 요소가 되며 심사위원 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이돌 오디션에 비해 전문가의 시각이 많이 반영돼 있고, 결과에서 시청자들과 심사위원의 시각의 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는 8개의 시즌까지 방영됐다. 시즌 1부터 3까지는 큰 화제를 모았고 인기를 얻는 참가자들도 많았지만 그 이후 화제성이 점점 떨어지며 대중의 관심도 식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음에도 프로그램의 인기가 점점 떨어진 것은 ‘특별함’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매년 뛰어난 실력을 가진 참가자들이 나타나지만 “슈퍼스타K”의 심사 방식이나 기준 등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약진 또한 “슈퍼스타K”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는 아이돌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0년대 초에 등장해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다. “K팝스타”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소위 3대 연예기획사에서 심사, 훈련, 캐스팅을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두었다. 실력과 스타성을 골고루 겸비한 참가자를 선발한다는 점에서 “K팝스타”는 “프로듀스101”과 “슈퍼스타K”의 중간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준이 애매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평가의 범위가 넓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 된다. 얼마 전 ‘더 라스트 찬스’라는 이름의 시즌으로 막을 내린 “K팝스타” 이후 또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할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한 이후 힙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했다. 이전에는 10, 20대 중에서도 마니아들만 듣는 음악이었다면 “쇼미더머니”가 인기를 끌면서 점점 남녀노소 즐겨듣는 음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쇼미더머니“는 시즌5까지 방영됐으며 시즌5에서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독특한 래핑과 신선한 가사로 주목받은 우승자 래퍼 비와이의 인기에 힘입어 힙합 음악들이 사랑받고 있다. ”쇼미더머니“는 힙합이 마냥 강렬하고 센 음악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담은 세련된 장르라는 것을 보여줬다.

올해 초 방영된 ”고등래퍼“는 ”쇼미더머니“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래퍼 오디션을 만들어냈다. 이 프로그램은 연령에 제한이 없는 ”쇼미더머니“와 달리 고등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실력을 견줄 수 있는 고등학생들끼리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결과적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도 성공했다. “고등래퍼”에 출연한 고등학생들은 그들만이 가진 풋풋함과 그에 대비되는 높은 실력으로 고등학생들의 매력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언프리티 랩스타”, “힙합의 신” 등, 랩과 힙합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제작이 늘고 있다. 힙합 오디션은 대개 관객과 심사위원 점수의 비중이 비슷하다. 인터뷰 비중을 늘려 힙합과 래퍼에 대한 편견을 깨고 개개인의 이야기를 더 많이 비추려는 제작자들의 노력도 돋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을 피 말리게 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참가자들의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는 뿌듯함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함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청자들은 잔인함이라는 단면 뒤에 있는 참가자 개개인의 이야기들에 공감함으로써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주체가 된다. 참가자와 시청자가 함께 성장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