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과 열렬한 응원,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해서

  • 479호
  • 기사입력 2021.11.11
  • 취재 이재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4063

요즘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 ‘오징어게임’과 Mnet 댄서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는 연일 회자될 만큼 화제성이 높은 컨텐츠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서 전세계에 신드롬처럼 인기 열풍을 몰고 있다. 캐릭터의 의상, 음악, 명대사는 물론이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게임 등 드라마 속 등장했던 게임을 따라하고 패러디물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가수들의 무대를 돋보이게 하는 직업이라고 알고 있던 백업댄서들이 등장해 안무 창작과 무대를 꾸며 8 크루가 경쟁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종영 후 기획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 ON THE STAGE’ 전국 콘서트가 매진 행렬을 이루는 것으로 보아 스우파의 뜨거운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두 프로그램의 성격은 굉장히 다르지만 공통점은 바로 ‘서바이벌’, 즉 탈락과 우승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 ‘서바이벌’ 프로그램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란 출연자들에게 미션이 주어지고, 그 미션의 수행 결과에 따라 탈락자를 가리고 최종 우승자를 뽑는 프로그램이다. 꼭 탈락자와 우승자를 뽑지 않아도 매주 경쟁 미션 혹은 경연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모두 아울러 지칭하곤 한다.


♣ 서바이벌 요소를 갖춘 프로그램의 인기 이유

서바이벌 요소를 갖추고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측면에서 인기를 끈다. 대결 구도로부터 나오는 극적 긴장감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볼 수 있는 원동력이다. 다음 회차가 항상 기다려지고, 어떤 미션이 주어질지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쉽게 예상할 수 없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 요소다. 시청자들이 서바이벌 프로그램 속 경쟁에 직접적인 응원 및 서포트를 통해 경쟁 속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출연진에게 실시간 문자 투표, 영상 조회 수, 좋아요 수 등으로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프로그램의 당락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승을 응원하는 마음이 모여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싱어게인’ 시청자 투표 홍보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타 프로그램과는 달리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까지의 과정을 노출시킨다. 무대를 준비하는 프로그램은 무대 위의 완벽한 모습과 함께 무대 아래에서 출연진들의 모습과 최상의 결과를 위해 어떤 고민을 거쳤는지, 어떤 치열한 노력들이 모여 결과물에 반영 되었는지 볼 수 있다. 따라서 출연자들의 열정적인 모습과 경쟁을 거치면서 높은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만족감, 뿌듯함, 자존감이 높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나온 결과물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해 더 높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양면적 모습

이전까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다루는 소재 자체가 대중성을 요구해서 한계성을 지녔다. 대중에게 익숙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보통 대중가요 오디션 프로그램과 아이돌 그룹을 결성하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쇼 미더 머니’ 시리즈가 인기를 끌며 힙합 장르를 대중화시키기 시작했고 최근 몇 년간 ‘미스 트롯’(트로트 가수), ‘스우파’(댄서) 등 새로운 영역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쟁을 담은 프로그램들이 큰 호응을 얻으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지녔다고 생각한 한계를 점차 극복해 나가는 중이고 대중들의 관심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다.


ⓒ트로트 서바이벌 이후 생긴 트로트 소재 스핀오프 프로그램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유독 시즌제 프로그램이 많다. 한 시즌의 우승자 또는 우승자가 아닌 참가자여도 화제성을 얻는 편이며, 이러한 인기를 힘 입은 출연자들은 이후 다른 활동들을 활발히 이어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전 시즌이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보장된 것은 아니다. 시즌제 프로그램은 똑같은 내용이나 포맷이 반복되기 마련이어서 기대치가 높은 시청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거 Mnet에서 방영했던 대국민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는 시즌 초반에는 화제성으로 우승자가 아닌 출연자들도 프로그램 출연과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으나 최종 여덟 번째 시즌인 ‘슈퍼스타K 2016’의 최종화 시청률은 한 자리를 넘지 못할 만큼 인기가 줄어들었다. 우승자에 대한 대중의 주목도가 떨어졌으며 ‘슈퍼스타K’ 출신이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게다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다룬 소재가 한 번 인기를 크게 끌면 같은 소재를 활용한 스핀오프 방송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곤 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미스 트롯’의 성공으로 ‘미스터 트롯’이 이어 방영한 다음 다른 방송사에서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이로인해 같은 출연자들, 같은 장르의 지나친 반복 때문에 트로트 자체에 반감이 생기는 시청자들이 생겼으며 트로트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들은 뻔하고 식상하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 자체의 인기보다 출연진의 인기와 팬덤에 기대는 경향이 크다. 시청자들이 응원하는 출연진의 팬덤이 형성되면서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이 빠르게 일어날 수 있고 출연자들은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더 좋은 결과를 내려는 모습을 보여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참여가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출연자들의 노력으로 빚어진 결과물에 의한 경쟁이 아닌 팬덤 간 비뚤어진 경쟁과 갈등이 유발될 우려가 있다. 

한편,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경쟁 속에서 나타나는 출연자들끼리 견제와 승부욕을 보이는 모습들을 일부러 자극적으로 연출하거나 별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출연자들끼리 마치 큰 갈등이 있는 것처럼 편집하는 경우도 있다. 갈등을 부풀려 연출하는 방식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며 이를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고 부른다. 악마의 편집은 출연자들의 특정 부분만을 부각시켜 공정성의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극적인 연출은 그저 화제성에만 불씨를 지필 뿐이며 그 마저도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존재하는 일에 대한 것이어서 의미 없는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포스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도 너무나도 익숙한 ‘경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룬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해 응원하기도 쉽고 팬이 되기도 쉽다. 하지만 경쟁은 너무나도 현실과 밀접한 영역이기에 시청자들이 쉽게 지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이 서로 끈끈함을 느끼면서 열렬히 응원하는 마음이 식지 않도록 제작에 힘써야 한다.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속 매번 미션을 수행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이 헛되지 않도록 평가 방법과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진정한 ‘서바이벌’이 가능해지며 진정한 ‘우승’의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