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타고 떠나는 대학 MT

  • 486호
  • 기사입력 2022.02.28
  • 취재 박정원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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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시작이다. 대지에 푸른 싹이 돋고 단단한 가지에 꽃이 피어나는 시기. 동시에 새내기들이 처음으로 캠퍼스 길을 밟고 대학의 설렘을 한껏 누릴 때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소속감과 화합이다. 이를 다질 수 있는 최상의 방법으로는 단연 MT가 언급된다. 그러나 직접 가는 것은 고사하고 MT 경험을 들려줄 선배라도 찾으려면 한참이나 거슬러 올라가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더라” 전해 내려오는 존재로 전락한 행사,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미디어를 통해 바라본 대학 MT 풍경을 소개한다.


▶ MT란?

Membership Training, 즉 구성원 간의 결속을 다지는 활동이다. 대학 MT는 주로 학과나 동아리 등 같은 조직 내에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청소년기에 다녀온 수련회와 수학여행은 이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성인이 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발을 들임과 같다. 통솔하는 어른의 존재, 흥미와는 동떨어진 코스, 임의적인 방 배정, 강제 소등. 스물을 넘긴 우리에게는 온갖 제약에서 벗어나는 기분 좋은 자유가 부여된다.


▶ 군기와 낭만의 공존 – 90년대 MT

가장 높은 화제성을 기록한 국내 TV 시리즈를 꼽으라면 신원호 PD의 ‘응답하라’와 ‘슬기로운 생활’이 빠질 수 없다. 그중 응답하라 1994는 신촌의 한 하숙집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의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사가 된 대학 동기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겪어본 적 없는 시대로의 향수를 일으키는 두 작품을 통해 90년대 MT 현장 속으로 떠나보자.



큼지막한 글씨로 ‘막강의대’라 쓰인 단체복을 나눠 입고 선후배가 일렬로 마주앉아 있다. 한 명씩 일어나 학과와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는 방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이처럼 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정해진 형식의 구호로 행하는 자기소개를 FM이라 한다. 길게는 10년대 초반까지 FM은 거의 모든 대학 MT 일정에 등장했다. 필수 절차로 여겨지던 그때와는 달리 현재는 사라지거나 레크리에이션의 일종으로 남아 있다. 한편 MT는 예나 지금이나 화합과 만남의 장으로,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면 새로운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주변을 유심히 관찰한다면 설레는 긴장감을 주고받는 몇몇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단둘이 바람 쐬러 나가는 뒷모습을 흥미롭게 좇는 눈동자가 늘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오랜 우정을 자랑하는 다섯 친구들의 첫만남은 바로 대학 신입생 총MT. 그 현장에 걸린 현수막에는 모꼬지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모꼬지란 놀이나 잔치로 여러 사람이 모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00년대까지 MT 대신 모꼬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MT가 점차 자리를 되찾았다.  해당 장면에서 장기자랑을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날 장기자랑이 MT 일정에 포함되었다면 지원자만이 무대에 오르는 자유로운 분위기일 것이다. 과거에는 신입생이라면 전원이 선배에 의해 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주인공인 다섯 친구들 역시 관객 앞에 설 차례가 다가온다는 압박감을 피해 창고로 숨어들었다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 웃고 즐기기에도 바쁘다 – 현대 MT



시청자들에게 오랜 사랑을 받으며 큰 웃음을 선사한 나영석 PD의 1박 2일 신서유기는 여행과 게임이 결합된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고전 게임은 1박 2일을 통해, 그리고 변주되거나 새로 탄생한 게임은 신서유기를 통해 널리 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두 예능의 인기 클립 대다수가 출연자들의 게임 장면이다. 오락의 향연이 펼쳐지는 MT에서 이러한 게임들은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당장 MT에서 할 게임을 찾기 위해 유튜브와 포털사이트를 탐색한다면 십중팔구 위 프로그램들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재미가 보장되어 있고 참신하면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게임으로 가득한 예능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자체제작 컨텐츠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있다. 보이그룹 세븐틴의 유튜브 컨텐츠 GOING SEVENTEEN은 특유의 예능감과 재치 있는 편집으로 K-POP 최고의 자체 컨텐츠라는 찬사를 얻어 왔다. 작년 진행된 인기 에피소드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영상은 TTT (MT Seventeen Reality)로, 제목처럼 현실적인 MT 모습을 가감 없이 선보인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고기를 굽는 장면과 노래방 기계 앞에서 흥을 돋우는 장면은 실제 MT 현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상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유쾌한 술자리다. 모두가 즐겁게 자신 앞에 놓인 잔을 비우고 또 자유로이 채우는 모습은 아이돌의 신선한 일면이자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다. 왁자지껄한 술 게임 장면은 MT를 경험해본 이들에겐 공감을, 그렇지 못한 이들에겐 MT에 대한 로망을 가득 안겨줬다.


학기 초와 휴가철 쏟아지던 대학생들의 MT 브이로그는 어느 시점부터 업로드가 뜸해졌다. 심지어 여럿이 한데 모이기조차 쉽지 않은 최근이다. 조금 나아질 기미가 보이는가 싶더니 신기루처럼 금세 모습을 감췄다. 그럼에도 올해는 갈 수 있겠지, 기대를 걸어보는 목소리는 꾸준히 들려온다. 가까운 미래라도 우리는 알 수 없기에 희망이 존재하는 법이다. 잃어버린 봄을 되찾으리라는 학생들의 올해 소망이 부디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