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교수의 라틴어

  • 386호
  • 기사입력 2017.12.26
  • 취재 이민영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 조회수 7162

수강신청기간에 기초인문사회과학 교과에서 라틴어 강의를 보고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고도 싶지만 ‘낯선 라틴어를 잘 배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수강신청을 포기한 학우분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언어든 처음 배우는 과정은 쉽지 않다. 중국어나 일본어와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언어도 배우기 시작하면 어려운데 생소한 라틴어를 배우기는 더욱 쉽지 않다. 이번 ‘수업속으로’에서는 라틴어 강의에 대해 조금은 친숙해질 수 있도록 정준영 교수의 라틴어 수업에 대해 알아보았다.



수업 교재로는 Wheelock’s LATIN을 사용한다. 교재가 번역본이 아니라 외국서적이라 교내 서점에서도 주문해야 살 수 있다. 교재가 영어라서 익숙하지 않은 라틴어 문법 설명을 영어로 읽어야 해서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수업은 교수가 문법내용을 설명한 뒤 단어를 오디오 테이프를 듣고 따라 읽는다. 교수가 라틴어를 외우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단어를 소리내서 읽는 것이라고 강조하므로 이 과정은 매 과마다 이루어진다. 라틴어 문장을 읽고 해석 하는데 여기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처음에는 문장이 쉬워서 수업시간에 바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갈수록 문법들이 복잡해져 예습과 복습이 꼭 필요하다. 이때 문장을 읽고 해석은 안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발표점수에 포함되므로 꼭 예습하여 잘 발표하기를 바란다.

라틴어 수업이 다른 기초인문사회과학의 기초 언어과목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지 라틴어와 라틴어 문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어나 라틴어 문장을 설명하면서 라틴어가 어떤 언어의 기원이 되었는지, 언어에 대한 철학/문학/역사적 배경이 무엇이 있는지 등을 함께 설명해 준다. 이 수업을 듣는다면 고대 서양의 문화, 역사, 철학 등 인문학적인 지식을 함께 배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교수의 말이 길어지면 수업의 절반 이상이 라틴어가 아닌 인문학적 지식을 배우는 수업이 되기도 한다.



2017년 2학기 수업 계획서에 따르면 이 강의는 출석 20%, 중간고사 35%, 기말고사 35% 과제 및 토론 10%가 성적에 반영된다. 그러나 2017년 2학기에는 중간고사 전에 긴 연휴로 수업을 많이 하지 못해 중간고사 30%, 기말고사 40%로 성적을 산출했다. 이를 보았을 때 중간/기말고사의 성적 반영비율은 교수가 유동적으로 조절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라틴어 문법문제와 독해문제로 이루어져있다. 수업시간에 교수가 다양한 철학, 문화,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만 이는 시험에 출제되지 않으니 새로운 지식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들어도 좋다. 독해문제는 라틴어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지만 해석하기 위해 알아야하는 문법적인 사항들을 추가로 묻는 문제와 출제되기도 한다. 중간/기말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고 싶다면 라틴어 문법을 보다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동사의 활용과 명사의 격변화가 다양하고 점점 복잡해지므로 미리미리 공부해 두는 것이 좋다. 해석 할 때는 직역하는 것보다 한국어 맥락에 맞게 해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복수표현을 단수로 해석하는 것이 더 맥락상 어울릴 수도 있는데 이때는 복수로 해석해야 점수를 깎이지 않는다. 라틴어 단어는 어떤 격을 지배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 이 점 역시 조심해야 한다.

라틴어 중간/기말고사는 시험 도중에 사전을 사용할 수 있어서 단어는 따로 암기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전자사전이 아니라 교재 뒤쪽에 나와있는 영어-라틴어 사전을 사용해야 하고 단어를 사전에서 찾을 때 기본형(동사의 경우 단수 1인칭의 형태, 명사/형용사의 경우 단수 주격의 형태)으로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복잡한 문법사항들을 암기하면서 단어까지 암기해야 하는 수고는 없으니 시험 준비하는 어려움이 하나는 줄어든 셈이다.

라틴어 수업은 과제가 따로 없다. 수업시간에 라틴어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발표가 성적에 포함되니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습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자신의 발표 순서가 왔을 때쯤 준비를 해도 되지만 원활한 수업 이해를 위해서도 예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발표 준비를 해 오지 못했을 경우 나중에 원하는 사람이 발표 할 기회가 주어진다. 깎였던 발표 점수를 그때 만회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항상 쉽지 않다. 특히 라틴어는 우리가 친숙하지 않아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수업을 할수록 동사의 4가지 활용 및 시제에 따른 형태 변화와 명사의 5가지 격변화가 복잡해지므로 미리 예습과 복습을 통해 암기해 두는 것이 좋다. 라틴어 문법만 배우는 수업이 아니라 다양한 고전 문화, 언어와 삶, 철학 등 인문학적인 지식들을 탐구하는 과정도 있으니 라틴어만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한 번 더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예습과 복습을 열심히 할 수 있고 고전 라틴어를 배우며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도 함께 키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정준영 교수의 라틴어 강의를 추천해본다.


 취재: 23기 이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