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후 교수의 학술적 글쓰기

  • 387호
  • 기사입력 2018.01.10
  • 취재 구민정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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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는 매일 파란색 옷을 입고 강의하는 교수가 있다. 파란색 넥타이부터 파란색 바지, 파란색 코드까지. 바로 이창후 교수이다. 파란색 옷에 대한 그의 고집만큼 좋은 글에 대한 그의 신념 역시 확고하다. 오늘 ‘수업속으로’에서는 의사소통 영역에서 흔하지 않게 국제어 수업으로 진행하는 ‘파깨비(파란 도깨비)’ 이창후 교수의 학술적 글쓰기 수업을 소개한다.


국제어 강의 특성상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된다. 교재는 대부분 학술적 글쓰기 수업과 마찬가지로 ‘비판적 사고 학술적 글쓰기’를 사용한다. 수업은 교재의 연습 문제를 풀어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중간고사 이전에는 주로 요약 연습을, 이후에는 논평과 참고 문헌 작성 연습을 한다. 이 수업은 보통의 학술적 글쓰기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멀티미디어 자료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타이타닉’, ‘러브레터’ 등 다양한 영화 시청을 통해 잘 만들어진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의 차이점을 배우고, 이를 학술적 글쓰기에 효과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익힌다. 수업의 후반부는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서로의 글을 평가해주며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킨다. 학기 중에 두 번 교수와의 면담이 진행된다.


이 강의의 평가 요소는 출석 10%, 과제 5%, 중간시험 40%, 기말시험 40%, 평소 학습 5%이다. 과제 5%는 수업 시간에 끝내지 못한 교재의 연습 문제 풀이를 완성해 오는 것으로 비교적 간단하다. 평소 학습 5%는 교수의 질문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답변했는가를 평가한다. 또한 한 학기 내내 앞자리에 앉았던 학생에게는 가산점이 부여된다.

성적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역시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이다. 중간시험은 한 페이지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한 단원을 골라 읽고, 이를 요약 및 논평하면 된다. 요약과 논평에 할당된 분량은 각각 반 페이지로 동일하지만, 요약이 성적에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논평보다는 요약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 현명하다. 기말시험은 세 페이지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이다. 하나의 주장을 골라 그 주장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까지 서술해야 한다. 분량의 비중은 재반박, 반박, 주장 순으로 두면 된다. 기말 과제가 까다로운 이유는 반박과 재반박이 가능한 주장을 떠올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소개된 주장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여러 주장과 그에 따른 반박과 재반박이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다.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은 모두 면담을 통해 1차적으로 평가되고, 이후 최종 제출을 통해 점수가 확정된다. 면담 때 받은 점수는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학생들은 면담을 통해 현재 자신의 글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면담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의 글을 최대한 보완해야 한다. 교수가 지적한 부분을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지 집요하게 질문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많은 학우들이 학술적 글쓰기 수업 중 유일한 국제어 수업이라는 점에 매료되어 이 강의를 수강한다. 다른 글쓰기 수업보다 확연히 적은 과제도 이 수업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필자 역시 그러한 이유로 이 수업을 수강했었다. 그러나 이 수업은 생각보다 요구하는 것이 많다. 먼저 과거에 과제를 한국어로 작성하는 것이 허용됐던 것과는 달리 지난 학기부터 모든 과제를 영어로 작성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따라서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학우들에게는 과제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대부분 과제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므로 책을 읽고 분석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 수업에서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교수의 기준에 부합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제 아무리 유려하고 세련된 글이라도 교수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그러니 혼자서 글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질문을 통해 교수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편이 현명하다. 영어로 논리적인 학술적 글을 써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학우들에게 이 수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