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구 교수의 NeuRLab

  • 530호
  • 기사입력 2023.12.22
  • 취재 이주원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3512

뇌과학은 인간의 본성과 지적 능력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미지로 남아있다. 질병 치료 및 지적 능력 확장에 이용되는 뇌과학을 연구하는 NeuRLab을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김형구 교수, 지능형정밀헬스케어융합전공 왕린 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자.




▶ NeuRLab 연구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NeuRLab은 Neural reinforcement learning laboratory (신경강화학습 연구실)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수많은 결정을 내리는데, 강화학습은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뇌’라는 생물학적인 기반에서 일어나는 강화학습의 원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뇌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선택으로 인해 파생될 결과를 예측하는데, 이때 실제 마주한 결과가 예상보다 더 좋으면 행동을 반복하고, 그렇지 않다면 행동을 줄이는 식으로 학습이 진행됩니다. 이를 보상 예측 오류(Reward Prediction Error, RPE)라고 하는데, 학습의 과정에 핵심적인 신호입니다. RPE에 의한 행동의 변화는 신경 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주로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 연구실에서는 도파민의 활동을 중심으로 학습과 기억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주제들을 선택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저희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 설치류를 이용한 연구

원하는 주제에 맞게 디자인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에서 나타나는 마우스의 행동 및 신경 활동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마우스는 세 개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가상 트랙을 달리며 보상 혹은 처벌을 받는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게 되고, 이때 나타나는 신경 활동 신호를 광도측정법(Fiber Photometry) 및 다채널 전기생리학 신호 측정법(Neuropixels recording) 같은 방법을 이용해 측정합니다. 뿐만 아니라, fMRI를 통해 뇌 영역의 활성화를 연구하고 있으며, 마우스가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실제 환경의 셋업을 이용하여 행동과 뇌 활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가상현실에서 마우스가 달리는 트랙                 ▲ 도파민 뉴런

 

- 비인간 영장류 연구  

쥐는 다양한 최신 분자생물학, 유전학적 실험 기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복잡한 인지과정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본 연구실이 속한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Center for neuroimaging research, CNIR)은 훌륭한 비인간 영장류 시설을 가지고 있고, 연구실에서는 영장류가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고등인지 과제를 만들어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하나의 행동을 할 때, 그 결과는 반드시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가지고 나타나게 되죠. 이처럼 보상이 복잡한 확률 분포의 형태로 나타날 때, 뇌가 어떻게 이를 표상하고 의사결정에 이용하는지 다채널 신경 활동 측정을 통해서 신경 활동, 행동 및 선택과의 복잡한 관계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딥 러닝을 이용한 연구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놀라우며, 혹자는 일반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구현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은 데이터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학습 효율성)이나 기존 지식의 일반화(generalization) 능력 등은 뇌가 인공지능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즉, 아직도 뇌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는 이야기죠. 우리 연구실에서는 인공 신경망을 구성하여 동물과 비슷한 인지 과제를 하도록 학습시킨 후에, 네트워크의 활동과 실제 뇌의 활동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두 시스템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우스의 학습에 사용하는 가상 환경과 강화학습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하여 실제 동물이 학습하는 동일한 환경에서 동물과 유사한 행동을 하게끔 에이전트를 학습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요. 이러한 연구를 통해 뇌에서의 학습 과정에 대한 다양한 예측 및 분석들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인식과 지능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 활동하며, 하나의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진행되나요?

연구실에 들어오면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분석 코드를 익히고, 동물 실험에 필요한 기초 단계를 배우게 됩니다. 이와 함께 격주로 진행되는 Science Cafe에서 관심 있는 논문을 찾아 발표하고 교수님과의 개별 미팅을 통해 주제를 탐색하는 과정을 갖게 됩니다. 혹은 이전에 진행한 프로젝트를 맡아 이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구 주제가 정해지면 셋업을 직접 만들어 실험을 진행하는데, 도중에 어려움이 생기면 랩 멤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주기적인 랩미팅을 통한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연구를 진행합니다.


▶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이제까지는 주로 정상 뇌에서 일어나는 인지과정의 기본 원리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 뇌라는 복잡계의 동작 원리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실제 활용 가능성이 있는 두 가지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중독에 대한 연구인데요. 최근에 약물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등의 이상 행동들이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는데, 이러한 것도 많은 부분을 보상 회로의 오작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연구실에 축적돼 있는 행동, 신경 신호 측정, 모델링 방법론을 이용해서 중독 현상의 원인과 효과적인 치료 타깃에 대해 연구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는 공포학습과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모델링인데요. 공포/징벌은 보상의 반대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고, 최근에는 도파민이 공포학습에도 깊이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는 가상현실상에서의 공포 학습 패러다임을 개발했고, 이를 모델링 하여 PTSD 등의 정신 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본 연구실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본 연구실의 비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얻어진 데이터를 해석하며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보는 눈’을 기르는 일이죠. 굉장히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는 일이 쉽지 않고, 미국/유럽에는 신경과학을 전공한 많은 졸업생들이 data science 분야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둘째는 인공지능에 도움이 되는 실제 뇌의 동작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학습 방법론을 제안하는 일입니다. 현재 인공 신경망의 학습 방법론인 그래디언트 강하(gradient descent)는 생물학적으로 일어나기 힘들다고 보니다. 뇌의 학습 방법을 깊이 연구한다면 여기에 좋은 통찰을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셋째는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상 학습 상태의 뇌를 치료하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현재 많은 약물이 개발되고 있지만, 신경 네트워크 수준에서의 행동 치료나 약물의 효과에 대한 이해는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저희는 네트워크 수준에서의 중독과 PTSD 등의 질환의 발병과 치료의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하고, 치료를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 연구실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 연구실은 바이오메디컬공학, 컴퓨터공학, 심리학 등 여러 전공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어 한 가지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결할 수 있습니다. 저희 교수님도 학부 시절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셔서 코딩과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주십니다. 교수님이 학생들의 연구를 우선해 주셔서 매주 진행되는 개별 미팅으로 연구 중 생기는 어려움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인데 점심시간에는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식사하며, 퇴근 후에는 가끔 운동이나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연구실 구성원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연구실에 큰 소파가 있어서 언제든지 편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이 있나요? 어떤 학생이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뇌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연구할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모두 환영합니다. 특히,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학생들이 오면 좋겠습니다. 연구하다 보면 때로 어렵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지만, 도전의 의지를 잃지 않고 나아가는 학생들은 우리 연구실에 잘 어울릴 것입니다.


▶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복잡한 문제를 많은 노력을 통해서 풀어냈을 때의 쾌감이 연구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연구를 할 필요는 없지만, 관심 가는 분야가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구가 본질적으로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라 힘든 부분들이 있지만, 그중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실 홈페이지 : https://hrkimlab.github.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