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시작된 패션 아이템

군대에서 시작된 패션 아이템

  • 322호
  • 기사입력 2015.04.27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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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서나 군인들만 입을 수 있는 군복이 있다. 군복의 무늬는 고유하면서 독특하다. 몇몇 사람들이 이 군복 무늬를 패션에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일반 사람들이 입는 옷에서도 군복 무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군복 무늬를 활용한 옷은 ‘밀리터리 룩’이라고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군복 무늬를 새긴 옷만이 군대에서 시작된 패션 전부는 아니다. 군대에서 만들어지고 시작된 다양한 의류가 있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해군, 육군 등 보직에 따라 필요한 의복이 달랐다. 전쟁에 참여하게 될 경우 편리성을 갖춘 의복이 필요했다. 군대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들에 적합한 새로운 의복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런 이유로 다양한 옷, 신발이 제작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류들은 점차 일반 사람들에게 대중화됐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바로 트렌치코트, 카디건, 워커, 줄무늬 티셔츠, 치노 팬츠다. 각각의 아이템들이 어떻게 군대에서 시작됐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트렌치코트(Trench Coat)는 허리를 두르는 벨트가 달린 무릎까지 내려오는 큰 기장의 코트를 말한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안에서 영국군 장교가 착용한 레인코트(rain coat)에서 비롯됐다. 영국 군인들은 전쟁 당시 방수성, 보온성을 가진 옷이 필요했다. 그래서 영국군들은 비바람이 잦은 날씨에 효과적으로 견딜 수 있는 트렌치코트를 입기 시작했다. 이 트렌치코트는 당시 버버리(Burberry) 사에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트렌치코트를 ‘바바리코트’로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트렌치코트는 전쟁에서 유래된 만큼 전쟁 때 필요했던 형태로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트렌치코트 어깨에 달린 단추로 고정된 벨트는 군인들이 그곳에 물통이나 쌍안경을 매달아 두고 사용할 수 있도록 달았던 곳이다. 손목에 있는 스트랩은 군인들이 소매를 걷고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트렌치코트는 현재 대중화되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하나쯤은 갖고 있는 아이템이 됐다. 군인들이 입을 때와는 달리 디자인과 형태 또한 다양해졌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가디건의 표준말은 카디건이다. 이 카디건 역시 군대에서부터 비롯된 옷이다. 영국의 군인이자 카디건 가문의 7대 백작인 제임스 토마스 부룬델(James Thomas Brudenell)이 고안해서 만들어진 옷이기 때문이다. 카디건 백작은 1853 ~ 1856년에 발생했던 크림 전쟁 당시 부상당한 병사들이 쉽게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칼라가 없이 앞이 트이고 단추로 잠글 수 있는 옷을 만든 것이다. 그런 후에 카디건 백작의 이름을 따서 카디건이라 불렀다. 카디건은 처음 만들어진 이후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이제는 칼라나 다양한 무늬가 있는 카디건이 나오기도 한다. 단추 대신 지퍼가 달린 카디건 역시 만들어졌다. 카디건이 처음 만들어질 때의 목적처럼 카디건은 입고 벗기 편해서 사람들이 애용한다. 봄, 가을 날씨에 걸쳐 입기 좋은 두께이며 겨울에는 이너웨어로 입어도 좋다.

워커는 군인들이 군복과 함께 착용하는 신발이다. 군화가 워커로 불리게 된 이유는 군대 보직 중 보병의 특성 때문이다. 보병은 걸어 다니면서 임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Walker'라고 불렸고 보병들이 자주 신는 군화를 워커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워커는 클래식하면서 정갈한 느낌을 준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남자들이 깔끔한 스타일링을 할 때 자주 워커를 신는다. 워커는 신발 자체가 크고 굽이 높기 때문에 신으면 다리가 가늘어 보이거나 키가 커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워커는 군인들이 신는 신발인 만큼 남성적인 느낌을 많이 준다. 그렇지만 이제는 워커가 대중화되면서 여자들도 워커를 많이 신는다. 여자용으로 굽이 높은 워커도 나오고 있으며 워커가 구두에 비해서 발이 편하기 때문에 여자들도 점점 더 많이 찾는 추세이다.

길거리에서 정말 쉽게 볼 수 있는 줄무늬 티셔츠는 1858년 프랑스 해군의 유니폼에서 비롯됐다. 해군에게는 선원들이 바다에 빠졌을 때 파도 속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옷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흰색과 파란색 줄무늬를 섞은 티셔츠이다. 이 줄무늬 티셔츠는 물속에서도 선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줄무늬 티셔츠가 고안된 이후 이 옷은 해군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했다. 특히 해군의 옷들을 기반으로 ‘마린룩’이라는 스타일이 만들어지면서 지금도 여름철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흰색, 파란색을 넘어서 이제는 다양한 색들이 섞인 새로운 줄무늬 티셔츠도 나타났다. 줄무늬 티셔츠의 소매를 다른 재질의 천으로 덧대거나 티셔츠에 포켓을 다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줄무늬의 무난한 특성 덕분에 줄무늬 티셔츠는 어느 하의에 입어도 잘 어울린다. 그렇기 때문에 줄무늬 티셔츠 한 장 쯤은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치노 팬츠는 ‘치노’라고 부르는 갈색의 두꺼운 면으로 만든 바지이다. 쉽게 말하자면 치노 팬츠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면바지를 뜻한다. 이 바지 역시 세계 1차 대전에서 미군이 작업복으로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을 당시 베트남에서 중국원단을 이용해서 만든 바지다. 그렇기 때문에 치노팬츠의 기원 역시 군대라 할 수 있다. 치노 팬츠는 보통 남성들이 즐겨 입는다. 무늬가 없어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면바지이기 때문이다. 치노 팬츠를 스타일링 할 때 밑단을 롤업해서 입는 경우가 많다. 더 캐주얼한 느낌을 주고 다리를 길어보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반면 튀는 형광색의 치노 팬츠를 입을 때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너무 과해보이지 않도록 상의는 점잖은 색으로 매치하는 것이다. 상, 하의가 모두 튄다면 투머치한 패션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