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조화 홍콩 스타일

  • 388호
  • 기사입력 2018.01.26
  • 취재 백승지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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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겨울 방학을 맞이한 많은 사람들은 여행 계획을 세운다. 필자 역시 친구와 함께 홍콩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약 150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다 중국에 반환되어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이 된 홍콩은 서양의 문화가 담겨있기도 하고, 동양의 문화가 담겨있기도 하다. 필자는 이를 홍콩만이 가진 ‘홍콩 스타일’이라고 느꼈다.



패션의 도시로 불리는 홍콩은 명성에 걸맞게 대형 쇼핑몰이 많다. 밤이 되면 화려한 광고판의 불빛이 수놓아진 거리를 걸으며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일이다. 홍콩은 매년 두 번에 걸쳐 세일을 하는데 6월에서 9월까지 여름 성수기에 파격 세일이 열리고, 12월에서 2월까지 재고 정리를 위한 세일이 열린다. 영국 지배 당시, 홍콩을 자유무역항으로 키우며 관세를 낮춰서 지금도 세계의 여러 명품 브랜드를 365일 면세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홍콩은 본래 대영제국의 식민지로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20세기에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지리적 장점에 의해 아시아 자유 무역의 본거지가 되었고, 자연스레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1997년 중국에 반환되면서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마찰을 빚게 된다. 과거의 홍콩 사람들은 중국산 제품들을 저질의 값싼 것들이라 여겼다. 그러나 점차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홍콩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고, 중국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문화 역시 받아들이게 된다. 홍콩은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침략을 받아서 다양한 일본 문화도 가지고 있다. 여러 백화점과 쇼핑몰은 일본산 식자재를 팔고, 일본 음식과 패션 브랜드를 받아들였다.

홍콩은 다양한 국가의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쇼핑의 메카다. 고된 역사를 거치며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켜낸 홍콩은 세계적인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홍콩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신기했던 것은 차와 곁들어 먹는 세트 메뉴였다. 대부분 홍콩 달러로 $3~4를 추가하면 차가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를 먹을 수 있다. 완탕면을 먹을 때는 밀크티 세트 메뉴가 있었고, 우동을 먹을 때는 보이차 세트가 있었다. 그 외에도 일반적으로 식사와 함께 물 대신 차가 제공되었다. 여기서 필자는 궁금한 것이 생겼다. 홍콩의 차 문화는 과연 어느 나라에서 영향을 받은 것일까. 19세기 영국 귀족들이 오후에 차와 함께 가벼운 디저트를 먹으며 유래한 ‘오후 차‘ 문화가 있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홍콩은 중국의 전통차가 만연해 있기도 하다. 원래 차는 중국에서 유래되었고 차를 실은 배가 홍콩을 거쳐 유럽으로 무역하며 영국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료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홍콩의 차 문화는 영국과 중국의 영향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차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홍콩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일반 우유를 대신하여 농축 우유를 사용한 홍콩 스타일의 밀크 티가 오리지널보다 대중적이다. 이렇듯 홍콩의 차 문화는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며 홍콩 사람들에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홍콩은 교통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다. 어느 순간부터 홍콩의 상징이 된 2층 버스와 지상을 달리는 트램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2층 버스를 운행하는 영국의 영향을 받아 홍콩에서도 2층 버스를 많이 볼 수 있다. 인구밀도도 높아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서 효율적으로 운행되고 있으며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세계 곳곳에 노면전차는 많이 있지만 2층으로 된 노면전차는 홍콩과 영국 북서부밖에 없다. 속도는 느리지만 바쁘게 굴러가는 홍콩의 도심 속에서 유유히 지나간다. 홍콩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 2층에서 트램을 타본다면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홍콩의 교통 문화도 영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높은 빌딩 사이를 오가는 2층 버스와 트램은 홍콩만의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홍콩은 예측할 수 없는 나라였다. 영국의 잔재가 많이 녹아있으면서도 중국에 속해 있는 만큼 동양의 모습이 있다. 조그만 나라 안에서 서양과 동양의 모습이 공존하면서도 홍콩만의 스타일을 자아낸다. 두 나라의 영향을 받았지만 홍콩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홍콩으로 여행을 간다면 홍콩만의 스타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여러 문화가 있지만 그들만의 문화를 직접 찾아보고 경험해보면 여행하는 색다른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