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에 내 몸이 가려운 이유? <br> 한랭성 두드러기

칼바람에 내 몸이 가려운 이유?
한랭성 두드러기

  • 337호
  • 기사입력 2015.12.13
  • 취재 김나현 기자
  • 편집 김혜린 기자
  • 조회수 8920

연말이 다가오는 요즘 부쩍 날씨가 추워졌다. 영하를 웃도는 날씨에 부는 바람은 몸 온도를 급격히 낮추게 한다. 이런 날씨에 오랜 시간 바깥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가? 제아무리 튼튼한 옷감이라도 씨실과 날실 사이를 가로지르는 칼바람에 온몸이 빨갛게 얼어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추위에 촉각이 마비돼 언 곳을 문질러도 감각이 없다. 하지만 몇몇은 이렇게 말한다. "너무 간지러워요." 이런 사람들은 혹한에 얼어붙은 몸을 들춰보면 빨간 좁쌀 같은 부스럼들이 올라와 있다. 두드러기가 난 것이다. 정말 '추위' 때문에 몸에 두드러기가 날 수 있는 것일까? 누구나 한 번쯤 겨울에 빨갛게 튼 얼굴, 손 아니면 허벅지가 가렵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추위에 자극받아 두드러기가 나는 질병, 한랭성 두드러기(Cold Urticaria) 에 대해 다뤄보자.

한랭성 두드러기는 '저온 노출' 뒤 피부에 두드러기, 부스럼, 붉은 반점이 나타나거나 혈관 부종(피부 아래에 혈관 밖을 빠져나온 체액이 고여 붓는 현상)등이 발생하는 질환을 가리킨다. 보통 추위에 노출된 바로 그 부위에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드문 경우 위의 증상들에서 더 나아가 저혈압, 심혈관계, 호흡계통 과민성 쇼크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환자도 위와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강도 높은 추위'에 노출됐을 경우다. 만약 한랭성 두드러기를 앓고 있는 환자라면 될 수 있는 대로 차가운 물에서 수영하지 않는 게 좋다. 일반적인 추위에서 두드러기 등 피부질환만 나타났던 환자들도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갔을 때 저혈압 또는 과민성 쇼크에 의해 익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우 차가운 음료를 마셨을 때 구강 인두(입 안과 목구멍 사이)에 혈관부종이 생겨 질식사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한랭 두드러기는 이처럼 '차가운 물체'가 원인이 돼 두드러기 등을 일으킨다.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원인 중 '물리적 원인'에 분류되는 이 질환은 전체 물리적 원인 중 3~5%를 차지한다.

한랭성 두드러기의 진단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가장 손쉬운 진단은 실제 환자가 차가움이 원인이 된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진술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경우 두 가지 진단방법이 있다. 직접 실험해 보는 것이다. 이를 '저온 자극 실험 (CTS)'이라 부른다. 저온양성반응실험은 간단하게 얼음을 팔 위에 올리고 3~5분 후 제거했을 때, 두드러기 반응이 일어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랭 두드러기 진단을 받을 경우 왼쪽 사진처럼 두드러기 얼음이 놓여있던 자리에 선명한 두드러기 자국이 나타난다. 저온 자극 양성 반응이라고 부르며, 판정오류가 날 확률은 낮다. 다른 방법으로는 TempTest® 키트를 사용한다.

이 키트는 저온 자극을 줌으로써 판별하는 것인데, 장점은 여러 개의 온도 자극을 한 번에 줄 수 있어 정확히 어느 온도부터 한랭 두드러기가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지 '차가움' 때문에 두드러기가 발생한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정확한 원인과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차가운 자극을 주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 몸속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포 중 하나는 '비만세포(Mast cell)'다. 비만세포는 피부, 혈관 주위, 점막에서 볼 수 있는데, 비만세포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들이 몸속에 침입했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물질들을 품고 있다. 그 물질 중 하나는 '히스타민'이다. 히스타민은 기관지를 수축시키고, 혈관의 투과성(혈관 벽을 통과하기 쉬운 정도)을 높여 부종이나 가려움증을 만드는 주범이다. 하지만 비만세포 혼자서는 '항원'들을 찾지 못한다. 따라서 '항원'들을 찾아내는 '항체'를 비만세포가 장착하게 된다. 집게발 같이 생겨 수색 도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이름은 '면역글로불린 E (Immunoglobulin E, IgE)'다.

위 그림과 같이 비만세포에 붙어있는 면역글로불린 E는 '항원'이 들어왔을 때 집게발의 오목한 부분으로 '항원'을 붙잡아 비만세포에 잡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비만세포는 즉시 히스타민, 헤파린, 프로스타글란딘 등을 분비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랭성 두드러기는 IgE가 '차가운 자극'을 잘못 판단해 비만세포에 엉뚱한 신호를 보내게 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때문에 히스타민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돼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을 비롯한 체액이 빠져나와 부풀어 오르게(혈관부종) 되는 것이다. 알레르기 반응과 염증반응을 일으켜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차가운 자극'이 면역글로불린 E로 하여금 어떤 원인으로 잘못 판단케 하는 것인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이 점 때문에 한랭성 두드러기는 원발성(原發性) 두드러기로 분류된다. 다른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 아닌 '그것 자체로 질병'인 것이다.

한랭성 두드러기는 실은 치료법보다 예방법이 가장 우선이다. 항상 추위를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위란 것이 우리가 막고 싶은 만큼 막히는 것이 아니므로, 내가 가장 극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온도를 알고 있으면 굉장히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피부질환이 나타나는 한랭 두드러기 환자라도, 극심한 추위에 노출됐을 때 저혈압을 동반한 과민성 쇼크가 와서 사망할 수 있으므로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목욕탕의 냉탕 목욕이나, 겨울철에 즐기는 수영은 삼가야 한다.

면역글로불린 E는 이름에서 나와 있듯이 항원을 찾아내는 면역작용을 한다. 하지만 이 물질은 가끔 '항원'을 잘못 판단해서 알레르기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IgE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IgE가 보낸 신호 때문에 터져 나오는 '히스타민'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치료법은 항히스타민제 처방이 일반적이다. 한랭 두드러기는 추위에 노출된지 시간이 흐른 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민반응이 자주 일어났던 환자라면 부종을 완화하는 에피네프린 키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서든 항상 전문의와 함께 상담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