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의 보석, 향수

액체의 보석, 향수

  • 343호
  • 기사입력 2016.03.09
  • 취재 이수진 기자
  • 편집 송예균 기자
  • 조회수 8640


향수(perfume)는 향료를 알코올 등에 풀어서 만든 향기 내는 액체 화장품이다. 일반적으로는 방향물질 중에서 고형이거나 분말의 상태인 것을 향료, 액체 상태의 방향물질을 향수라고 일컫는다. 향수와 향료의 사용 범위는 매우 넓지만 화장품으로서의 향수와 향료는 신체 및 의상에 부향시켜 청정감과 정신미화의 효과를 얻는다. 향수의 어원은 라틴어 'per fumum'으로 '연기를 통한다'는 의미이다.


향수의 기원은 신과 인간과의 교감을 위한 매개체인 종교적 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신을 신성하게 여겨온 고대의 사람들은 약 5000년 전부터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몸을 청결히 하고 향기 나는 나뭇가지를 태우거나 향나무 잎으로 만든 즙을 몸에 발랐다. 최초의 향료 역사는 불에 태워 향을 낸 것이다. 방향의 발상지는 파미르 고원의 힌두교국인 인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향수가 인간이 사용한 최초의 화장품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 후 향수는 이집트 문명권을 거쳐 그리스와 로마 등지로 퍼져 귀족 계급의 기호품으로 자리 잡았다. 향료는 부피가 작고 값이 비쌌기 때문에 당시 상인들은 화폐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근대적 의미의 향수가 나온 시기는 1370년경으로 지금의 '오드투알레트'풍의 향수 '헝가리 워터'이다. 헝가리 왕비인 엘리자베스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증류향수이며 최초의 알코올 향수이다. 그 뒤 1508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성 마리베라의 도미니크회 수도사가 향료제조용 아틀리에를 개설하고 '유리향수'를 제조하면서 그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1533년에는 피렌체의 명문가문 메디치가의 딸 카트린 드 메디치와 프랑스의 앙리 2세가 결혼하면서 그녀의 조향사인 L.비앙코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에서 향료와 향수를 파는 가게를 열었는데, 이것이 최초의 향수 전문점이다. 향수가 산업으로서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 시대부터이다. 당시에는 피혁제품이 산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무두질 기술이 보급되어 있지 않았다. 무두질 없이 가죽에서 나는 특유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서는 향료와 향수가 필수품이었다. 그 시기의 프랑스는 도시 곳곳에 오물과 악취가 심했기 때문에 향수 산업이 크게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향기의 고향이라 알려진 남프랑스의 그라스 지방은 피혁제품의 생산지로 유명했던 곳으로, 무두질한 가죽의 부가가치를 높일 목적으로 향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다.


향수는 향료를 알코올에 용해시킨 것이기 때문에 알코올에 첨가된 향료 원액의 비율에 따라 부르는 이름에도 차이가 있다. 이때, 향료 원액의 비율을 '부향률'이라고 한다.
1. 퍼퓸
퍼퓸은 향료 원액의 비율이 15-25%로 가장 높아 농도가 가장 진한 향수이다. 향이 풍부하므로 '액체의 보석'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속시간은 약 6-7시간 정도로 손목이나 목덜미에 점을 찍듯이 2-3방울 정도 바르는 것이 좋다.
2. 오 드 퍼퓸
오 드 퍼퓸은 부향률이 10-15%인 향수이다. 퍼퓸에 가까운 진한 향이지만 퍼퓸보다는 비교적 향이 연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 지속시간은 5시간 정도로 손목이나 목덜미, 발목 등에 두세 번 정도 뿌려서 사용하면 좋다.
3. 오 드 뚜왈렛
오 드 뚜왈렛은 부향률 5-10%로 향수의 기초로 사용되는 방향성 화장품이다. 오 드 퍼퓸보다 향이 옅으므로 낮에 수시로 사용하기 좋다. 지속시간은 약 3-4시간 정도로 손목, 발목이나 목덜미에 두세 번 정도 뿌려 사용하는 것이 좋다.
4. 오 드 코롱
오 드 코롱은 부향률 3-5%인 순한 향수이다. 가볍고 상쾌한 향을 즐기는 사람이나 향수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지속시간은 약 2-3시간 정도로 휴대하면서 향이 사라질 때마다 수시로 뿌려도 부담이 없다.


향수에 대한 정보를 나타낼 때 '노트'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노트란 상태, 특징을 뜻하는 단어로 향수를 뿌린 후에 일어나는 향기를 말한다. 탑 노트와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라스트 노트)로 나뉜다. 먼저 탑 노트(top note)는 향의 첫 느낌이다. 향수를 뿌렸을 때 그 즉시 느껴지는 향기를 일컫는 말이다. 미들 노트(middle note)는 향의 중간 느낌을 뜻한다. 향수를 뿌리고 약 1시간 후의 향기를 말한다. 베이스/라스트 노트(base/last note)는 향의 마지막 느낌으로 향수를 뿌리고 난 뒤 2-3시간 후의 향기이다. 체취와 섞여 은은하게 지속되는 향기를 의미한다.


향수는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향기를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서는 향수를 하체 쪽으로 뿌리는 것이 좋다. 땀이나 먼지는 피부에 향수가 닿는 것을 막아 발향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피부를 청결히 한 상태에서 향수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주 움직이고 비교적 체온이 높은 부분에 향수를 뿌리는 것도 향을 골고루 퍼지게 하는 방법의 하나다. 외출하기 전, 옷에 미리 뿌려두면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향수는 잘 보관하지 않으면 쉽게 변질될 수 있어 직사광선을 피해 어둡고 통풍이 잘되는 서랍과 같은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한 번이라도 사용한 향수는 진공상태에서 벗어나 조금씩 증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수 사용 후에는 뚜껑을 반드시 닫아 놓아야 한다.


최근에는 2-3가지 종류의 향수를 함께 사용하여 각 향수의 장점은 살리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여 나만의 향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향수를 레이어링 할 때는 플로럴+플로럴이나 시트러스+시트러스와 같이 같은 계열의 향수를 섞는 방법이 가장 쉽다. 향이 강한 향수를 조합하는 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다. 같은 계열의 향수 간의 조합이 익숙해진 후에는 다른 계열의 향수들을 조합하면 더욱 특별한 향을 만들 수 있다. 두 가지 향을 함께 사용하면 묵직한 향에 가벼운 향이 가려질 수 있어 묵직한 향을 먼저 뿌리는 것이 좋다. 같은 부위에 여러 가지 향을 뿌리면 노트가 뒤섞여 향수 본연의 향이 가려질 수 있어 서로 다른 부위에 뿌리는 것이 좋다. 묵직한 향은 아래쪽에, 가벼운 향은 위쪽에 뿌리면 각 향수의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왼쪽과 오른쪽 팔목에 서로 다른 향을 뿌리는 것도 레이어링의 한 방법이다. 첫 향을 뿌리고 30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다른 향을 뿌리는 것도 좋다. 향수의 본 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들 노트가 시작된 후 다른 향을 뿌리면 더욱 조화롭게 레이어링이 가능하다.


참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향수'
모발학 사전, 류은주 외, 2003.05.22., 광문각, '향수'
비이유티풀 [뷰티대백과] 난 달라, 나만의 향을 만드는 향수 레이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