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회인의 시작, <br>성년의 날

진정한 사회인의 시작,
성년의 날

  • 347호
  • 기사입력 2016.05.11
  • 취재 이수진 기자
  • 편집 송예균 기자
  • 조회수 8800

성년의 날은 만 19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일정한 의례를 통해서 성인이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로 지정되어 있으며 올해 성년의 날은 5월 16일이다. 사회인으로서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인 성년의 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성년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통과의례로 여겨왔다. 특히 부족사회나 초기 국가사회에서 성년식은 사회적 의미가 컸다.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성년의 단계로 들어선다는 것은 비로소 사회 구성원의 책임과 의무를 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우리나라 고대사회에서도 성년식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삼한시대 마한에서 소년들의 등에다 상처를 내어 줄을 꿰고 통나무를 끌면서 그들이 훈련받을 집을 지었다."라는 기록은 당시 절차와 내용을 말해준다. 신라 시대에는 "중국의 제도를 본받아 관복을 입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고려 시대에 이르면 광종 16년(965)에 태자에게 원복을 입혔다는 대목도 있다. 원복이란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원나라의 복장이라는 뜻이지만, 당시 어른들의 평상복인 배자(덧저고리)를 말하므로 태자에게 성인복을 입혔음을 뜻한다. 태자의 성년식을 거행해서 공식적으로 성년이 되었음을 알렸다.

조선 초기의 성년식은 양반을 중심으로 행해졌다. 고려 말에 명나라로부터 『주자가례』가 소개되어 사대부 계층에서는 주자가례에 따른 관혼상제 의식을 지키기 시작했다. 관례는 관혼상제의 첫 번째 의식이다.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었음을 알리는 관례는 남자아이에게는 15세와 20세 사이에 땋아 내렸던 머리를 올리고 복건, 초립, 사모, 탕건을 씌워주는 의식이었다. 관례를 통해서 젊은이들이 아동기를 벗어나 성인으로서의 예절을 알고 사회 구성원의 책임과 의무를 지켜야 함을 알게 하였다. 관례를 치르는 연령은 보통 15세 이상이나 조선 중기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란을 겪으면서 조혼 풍습이 생겼다. 그때부터 관례를 치르는 연령도 낮아져서 10세 전후에 치르기도 했다. 때로는 10세 전후의 아이들에게 관례의 식을 치르지 않고 초립이나 복건을 씌우는 풍습도 생겼다. 그래서 '초립동'이란 말이 생겨났다. 관례는 원래 양반계층을 중심으로 시행되었으며, 천민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천민들이 혼인하고도 탕건, 망건, 갓을 쓰지 못한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례는 전해오는 동안 지역과 가문에 따라 조금씩 변모되었다. 갑오경장을 전후하여 개화사상이 퍼지면서 그 의미가 줄어들다가, 고종 32년인 1895년에 단발령이 내린 후로는 관례 의식이 사라졌다.


전통시대의 성년식과 현대의 성년식은 기본 목적이나 의미는 같지만, 식의 절차와 내용은 크게 다르다. 조선의 관례를 중심으로 전통시대의 성년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남자가 15세가 넘으면 길일을 택해서 일가친척과 하객을 초청하여 일정한 절차와 의식을 올렸다. 이때 성인의 복장인 상투, 망건, 초립, 도포를 입고 아명 대신 관명과 자를 지어주었다. 혼례 및 임관 자격과 향교나 성균관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도 부여받았다. 여자는 머리에 쪽을 지고 그 위에 족두리를 얹고 용잠을 꽂은 후에 성인이 될 수 있었다. 이 예를 치른 후에야 혼례를 할 수 있었다. 관혼상제의 첫째 관문인 '관'이 바로 이 성년식을 말한다. 실제로 관례는 혼례절차에 포함해서 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만 20세가 되면 지역이나 마을 단위로 어른들을 모셔 놓고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전통 의례를 치르는 곳이 많았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에 밀려 전통적인 풍습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게 되었다. 성년식이 거의 사라질 무렵, 국가에서는 문화관광부를 중심으로 전통 성년식을 부활시켰다.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전통 성년식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깨우쳐 줄 목적으로 1999년부터 표준 성년식 모델을 개발했다. 여기에서는 전통 관례복장을 갖추고 의식을 주관하는 어른인 '큰손님'을 모셔놓고 상견례, 삼가례, 초례를 거쳐 성년 선언으로 이어지는 의식을 한다. 1977년 3월 30일에는 대통령령으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공포하여 이날을 정부 주관 기념일로 정했다. 만으로 20세가 되면 예부터 젊은이들이 어른이 되었음을 마을 단위로 축하하는 의식을 치렀는데, 이러한 전통을 오늘날까지 계승하여 기념하는 날이 바로 성년의 날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성년의 날의 시작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6615호)에 따라 4월 20일을 성년의 날로 정했으나, 1975년에는 5월 6일로 변경하였다. 그 뒤 1985년부터 5월 셋째 월요일로 정해 지금까지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국가에서 행하는 공식적인 의식을 제외하고는 가정에서 특별한 기념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단지 성년이 된 자녀에게 축하 인사나 선물을 하는 정도이다. 오히려 친구들끼리 성년식 행사를 갖는 일이 많은데, 장미 스무 송이를 선물하거나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들을 선물로 주고받는다. 최근에는 향수나 속옷 같은 것들이 인기 선물 품목으로 꼽힌다.


보통 성년에 달하지 못하는 동안을 미성년이라고 한다. 한국 민법상 만 19세에 이르면 성년이 되고, 연령 산정에는 출생일을 계산하므로 1997년 1월 1일에 태어난 자는 2015년 12월 31일에 성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성년에 관한 입법 예는 유럽의 경우 성년연령을 21세로 하는 독일, 프랑스 등과 23 세로 하는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도 있다. 아시아는 일본과 같이 일반 국민은 만 20세를 성년으로 하고 천황, 황태자, 황태손의 성년을 18세로 하는 나라도 있으나, 만 20세를 성년으로 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성년의 효과는 공법상으로는 선거권의 취득, 기타의 자격을 취득하며 흡연, 음주 금지 등의 제한이 해제된다. 사법상으로는 완전한 행위 능력자가 되는 외에 친권자의 동의 없이 혼인할 수 있고, 양자를 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미국은 매년 5월 셋째 주 일요일을 '시민의 날'로 정해 새로 선거권을 갖는 성년을 축하해 준다. 성년이 되는 나이는 주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부분 주에서 18세가 되는 해의 생일을 성년이 되는 나이로 생각하여 성인으로서의 자각과 책임을 갖도록 가르친다. 일본은 1월 둘째 주 월요일이 '성인의 날'이며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남성들은 하카마, 여성들은 후리소데라는 전통 의상을 갖춰 입기도 하고, 기모노를 차려입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남성에게는 지갑을, 여성에게는 핸드백을 선물해주는데 이는 재물 운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이스라엘은 남자가 13살이 되면 유대인들의 성지라 불리는 '통곡의 벽'에서 '바르미즈바'라는 성년식을 치른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3500년 전에 일어난 민족의 구원과 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들은 몇 시간에 걸쳐 눈을 감고 이를 암기하며 신앙심과 역사의식을 가지며 유대 민족의 일원으로서 성년이 되었음을 감사하고 책임감을 키우도록 교육받는다. 남태평양에 있는 펜타코스트 섬의 원주민들은 조금 특별한 성년의 날을 보낸다. 이곳에서는 성인이 되는 자격요건으로 체력과 담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데, 이곳 주민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발목에 포도넝쿨이나 칡뿌리 등을 감고 30m 정도가 되는 높이의 탑에서 뛰어내린다. 생사를 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성년식의 통과의례는 현재의 번지점프가 되었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제44회 성년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2016년 5월 16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1996년~1997년 출생 서울 거주 및 연고자를 대상으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전통 성년례가 진행된다. 성년례의 거행을 하늘에 알리는 고천무를 시작으로 가례와 초례, 수훈례 등 전통적인 절차에 따라 행사가 진행된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에서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2016년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성년이 된 청소년들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부여하고 성인으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가치관 확립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6년 성년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2016년 5월 16일 월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광화문 인근의 KT올레 스퀘어에서 행사가 열린다. 안영일 드림챌린지 그룹 대표가 '아름다운 성년에게 보내는 시그널'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기도 하고, 아이돌 그룹 '치어콕', 인디밴드 '멜로망스'의 공연도 있다. 참가자에게는 성년 축하 기념품도 증정된다. 이 밖에도 많은 자치단체에서 성년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참여하여 평생의 단 한 번뿐인 성년의 날을 의미있게 보내도록 하자.



출처
한국세시풍속사전, 국립민속박물관, '성년의 날'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성년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