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 듯 처음 아닌 <br>처음 같은 느낌, 데자뷔

처음인 듯 처음 아닌
처음 같은 느낌, 데자뷔

  • 351호
  • 기사입력 2016.07.13
  • 취재 이수진 기자
  • 편집 송예균 기자
  • 조회수 9528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남자 주인공은 아무 이유도 없이 전에 본 적도 없는 여자 주인공의 환영을 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 가보는 장소에 갔을 때, 전에 방문 한 적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거나, 어디서 본 적이 있는 풍경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험을 겪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모두 ‘데자뷔’를 앓고 있다고 말한다. 데자뷔는 많은 책이나 영화의 소재로도 사용되며,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 의미와 개념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데자뷔는 무엇이며, 어떤 이유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데자뷔와 반대되는 개념인 ‘자메뷔’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데자뷔(Deja vu)란 간단히 말하면 최초의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이 드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라는 의미이며, 영어로는 already seen에 해당하며, 기시감이라고도 한다. 처음 가본 곳인데 이전에 와본 적이 있다고 느끼거나, 처음 하는 일을 전에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주변의 환경이 마치 이전에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대부분 꿈 속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이것을 데자뷔 현상이라고 한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인간의 착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어떤 것을 보았을 때, 사물의 세세한 면보다는 전체적인 모습이나 하나의 특징을 가지고 기억을 한다. 심리적, 육체적으로 피로할 때 가끔씩 그 기억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처음 보는 것인데도 이미 겪은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이미지나 특징들이 부합하면 우리의 뇌는 언제 한 번 경험해 본 것으로 느끼게 되며, 그것이 바로 데자뷔이다.

1900년 프랑스의 의학자 플로랑스 아르노가 이러한 현상을 처음으로 규정했다. 그 이후, 초능력 현상에 강한 관심이 있던 에밀 보아락이 처음 데자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인류에게 이런 현상의 경험은 비교적 보편적으로 일어나지만, 경험 당시의 비현실적 느낌이나 신비감 때문에 여러 문학 작품의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과거에 예지했던 미래의 현실화, 혹은 예지몽의 현실화나 초월적인 예지능력의 입증이라는 차원에서 낭만적 신비주의와도 연계될 수 있다.


데자뷔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규명된 바 없다. 다만 여러 학자들의 학설이 있을 뿐이다.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무의식에 의한 행동이나 망각된 기억이 뇌에 저장되어 있다가 그것이 유사한 경험을 만났을 때, 되살아 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 스치듯이 한 번 본 것도 잊어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뇌세포 속에 저장한다. 이런 세포 속의 정보들은 한꺼번에 모두 꺼내지지 않고, 자주 보고 접하는 것들만 꺼내진다. 하지만 뇌는 훨씬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어 우리가 무의식 중에 했던 일을 다시 하거나 방문했던 곳에 갔을 때, 처음 하는 일인 것 같지만 아련하게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또 다른 학설은 보아락이 주장한 것이다. 보아락은 데자뷔 현상의 원인을 과거의 망각한 경험이나 무의식에서 비롯한 기억의 재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데자뷔 현상은 그 자체로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뇌의 신경화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 밖에도 데자뷔의 원인을 신경세포의 정보 전달 혼란에서 찾는 가설이 있다. 우리 인간의 뇌에는 해마라는 곳이 있는데, 기억들이 정리된 곳이다.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인해 과거의 기억회로와 현재 경험하는 회로가 연결되게 되면, 데자뷔와 같은 현상을 겪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데자뷔와 다르게, 늘 다니던 길이 갑자기 생경하게 느껴지는 경우를 ‘자메뷔(Jamais vu)’라고 한다. 이미 경험하거나 잘 알고 있는 상황을 처음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기억의 착각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다른 말로 미시감이라고도 한다. 보통 몽환 상태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과 분리되는 듯한 경험을 하기도 하는 것도 자메뷔의 현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자주 사용하던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게슈탈트 붕괴’도 자메뷔와 깊은 연관이 있는 현상이라고도 보인다.



평행이론 (권호영, 2010) 


누군가 이미 경험한 삶이 내게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이론을 내세우고 있는 ‘평행이론’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인생이 반복된다는 설정은 일종의 데자뷔와도 통하는 면이 있다.



데자뷰 (토니 스콧, 2006) 


제목에 걸맞게 데자뷔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로, 영화의 가장 핵심은 데자뷔 현상에 대한 고찰이라 할 수 있다. ‘데자뷔는 무엇인가, 데자뷔에 숨겨진 우주의 비밀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들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축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 영화는 데자뷔는 우주의 시공 구조가 왜곡 되었을 때, 평행 우주가 우연히 교차되며 생기는 현상이라고 보는 양자 물리학자들의 이론에 토대를 두고 기획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덴젤 워싱턴 자신도 데자뷔 현상을 겪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데스티네이션 (제임스 왕, 2000) 


주인공은 그의 고등학교 친구들과 파리로 출발하려는 순간, 비행기 안에서 강렬한 환영을 경험하게 된다. 비행기가 출발과 동시에 폭발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본 후, 그와 친구들은 모두 비행기에서 내리게 된다. 비행기에서 내린 주인공과 친구들은 비행기가 폭발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주인공의 예지력에 공포를 느끼게 되며 죽음과 그를 예지하는 예지력에 관련된 영화이다.


출처
두산백과 ‘데자뷔’
문학비평용어사전 ‘기시감’
시사상식사전 ‘자메뷰’
네이버 영화 ‘평행이론’
네이버 영화 ‘데자뷰’
네이버 영화 ‘데스티네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