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518호
  • 기사입력 2023.06.28
  • 취재 유영서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1342

고통의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주는 잠, 매일의 삶을 마감 짓는 잠, 힘든 노동 뒤의 샤워, 상처받은 마음의 향유, 

위대한 자연의 두 번째 과정, 인생의 향연의 자양분을..

- 셰익스피어, 『맥베스』(열린책들, 2010) -



많은 현대인이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것을 잊고 산다. 그중 하나가 잠이다. 17세기 셰익스피어는 잠을 “인생의 향연의 자양분”으로 비유했지만 그동안 사회에서 잠은 등한시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 이뤄진 많은 연구들이 셰익스피어의 비유가 옳았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잠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자연 치료제이므로 우리는 잠을 자야 한다. 수면외교관으로 불리는 매슈 워커는 현대인에게 잠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출간했다. 이 책은 잠이 무엇인지,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하는지, 어떤 것이 건강한 수면인지와 같은 잠에 대한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고 있다.




⚫️ 수면부족, 느린 형태의 자기 안락사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는 격언이 있다. 이 말은 현명하지 않은 충고다.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인생도 그만큼 짧아진다. 세상이 산업화되며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수면량은 우리의 건강, 더 나아가 어린이들의 안전과 교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면부족은 조용히 퍼지는 유행병이며 21세기에 마주하는 여러 건강 문제 중 빠르게 퍼지는 하나의 과제다. 세계 보건 기구는 수면부족을 선진국 전체의 유행병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잠이 부족할 때 우리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된다면 수면부족이 유행병이 된 이유를 깨닫게 될 것이다.


잠이 부족할 때 생기는 현상 첫 번째는 학습과 기억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새로운 지식들을 공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잠을 자지 않은 그룹의 기억 저장능력은 상대 그룹보다 40% 정도 낮았다. 뇌의 왼쪽, 오른쪽에 있는 해마가 새로운 기억을 수용하고 저장하는데 수면 부족은 해마가 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수면부족은 노화와 치매를 유발한다.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와 수면부족의 관계는 놀라운 발견이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유해물질로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 수면교란을 일으켜 뇌척수액이 대사 노폐물들을 씻어내는 일종의 청소과정이 이뤄질 수 없게 된다. 즉, 아밀로이드가 뇌척수액의 청소 과정을 방해함으로써 아밀로이드를 포함한 유독 단백질들이 계속 축적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시작인 아밀로이드는 잠이 부족할 때 깊은 수면을 생성하는 영역에 쌓인다. 따라서 성년기 전체에 걸쳐서 잠을 너무 적게 자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세 번째로 충분한 잠을 자지 않으면 몸의 면역계가 손상된다. 암에 걸릴 위험성은 두 배 증가하고 알츠하이머병과 당뇨병의 전조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가 몸속에서 일어난다. 수면부족의 위험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면부족은 DNA 유전자 암호를 침식시킨다. 실험으로 두 가지 발견이 있었는데, 첫 번째로 크기가 크고 중요한 유전자 711개의 활동량이 수면 부족으로 인해 바뀌었다. 두 번째 결과는 바뀐 유전자 중 절반은 증가된 활동량을 보였고 나머지의 활동량은 줄었다는 것이다. 이때 활동량이 줄어든 유전자는 면역 체계와 연관이 있었던 반면, 증가된 활동량을 보인 유전자는 종양 성장, 장기 만성 염증, 스트레스,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였다. 따라서 수면 부족은 우리의 건강을 결정하는 DNA의 구성을 바꾸면서까지 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 더 나은 하루를 위해 잘 자는 방법

잠이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아침형 인간, 게으름과 의지박약이라는 낙인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이러한 혜택을 받지 않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8시간을 자지 않아도 특정 유전자의 영향으로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드물다. 저자는 자기 동료의 말을 인용해 이를 설명한다. “잠을 다섯시간 이내로 자고도 전혀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인구 비율로 나타내면, 올림을 해도 0이다.” 따라서 우리는 8시간 동안 잘 자야 한다. 뇌와 몸의 건강을 새롭게 해야 인생의 3분의 2, 즉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부록을 통해 건강한 수면을 위한 12가지 비결을 제시한다. 첫 번째로, 수면 시간표를 지켜야 한다. 규칙적인 수면은 수면 패턴을 안정되게 만들어서 수면의 질과 양을 향상시킨다. 두 번째로 잠자기 두세 시간 이전까지는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매일 적어도 30분은 운동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세 번째로 카페인과 니코틴을 피해야 한다. 특히 카페인은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여덟 시간까지 걸릴 수 있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네 번째로 잠자러 가기 전엔 알코올 함유 음료를 피해야 한다. 이를 많이 마시면 렘수면이 사라지고 호흡에도 지장이 올 수 있다. 알코올의 효과가 사라지는 한밤중에는 깰 수도 있으니 알코올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 비결은 밤에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것이다. 가벼운 간식은 괜찮지만 많은 음식은 소화 불량을 일으켜서 잠에 방해가 된다. 여섯 번째로 잠을 못 이루게 하거나 설치게 하는 약을 피해야 한다. 심장약, 혈압약, 천식약, 기침약, 감기약, 알레르기약 등은 수면 패턴을 교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사나 약사에게 자신이 먹는 약 중에서 불면증을 일으킬 만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면 복용 시간을 낮이나 이른 저녁으로 바꾸고자 해야 한다. 


이외에도 잠을 잘 자기 위해선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 자지 않기, 잠자리에 들기 전 긴장 풀기, 잠자기 전 뜨거운 물로 목욕하기, 침실을 어둡고 차갑게 하며 침실에서 전자기기 치우기, 적절히 햇빛을 쬐기, 잠이 20분 동안 안 오면 잠자리에 누웠지 말기>를 실천해야 한다.


잠은 생활방식의 선택적인 사치품이 아니다. 수면은 핑계거리를 댈 수 없는 생물학적 필수품이다.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체계이며 장수를 위한 대자연의 최선의 노력이다. 따라서, 우리는 잠을 자야 한다. 지금 당장의 성적, 쾌락을 위해 잠을 포기한다는 것은 건강한 삶을 포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을 보며 달리느라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현대인에게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어 보길 권유한다.



“우리가 부끄러움이나 게으름이라는 오명 없이 숙면의 권리를 되찾을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삶의 가장 강력한 포션인 스위스 군대의 건강 칼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 Matthew Walker의 TED 강연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