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1년, 성균관대 10년’
김용석 교수의 『일의 본질』 인터뷰

  • 521호
  • 기사입력 2023.08.13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5289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


저자 김용석 교수성균관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31년간 연구소, 시스템반도체,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개발, 갤럭시 제품개발 등에 참여했다. 10년간 연구 임원을 지내며, GWP(Great Work Place) 최고의 리더로 선정되는 등 ‘좋은 조직문화 만들기’에 힘썼다. 삼성전자 재직 시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삼성기술상을 받았고, 삼성전자 엔지니어 최고의 영예인 사내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2014년부터는 성균관대학교 전자공학부에서 10년째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AI. IoT 교육지원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성균신문사 논설위원으로 있다. 현재 이코노미조선의 <김용석의 IT월드>를 연재 중이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일’이란 무엇인가요? 일의 본질을 알고 싶습니다. 

일의 본질은 ‘왜 일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일의 본질을 이해하면 일을 반 이상 한 셈입니다.


일의 목적은, ‘직장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욕구’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함’입니다. 실제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실력’은 업무의 스킬보다 일에 대한 ‘태도’에서 정해집니다. 태도는 일의 구경꾼이냐, 주인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일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가 중요한데, 무엇보다 긍정적인 태도, 열정, 인내심,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일의 성공 요건입니다.


‘일의 본질’은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강조했던 ‘업(業)의 개념’, 즉 ‘일의 목적•본질 파악’과 비슷합니다.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는 양심 산업이자 시간 산업이라고 했습니다. 수백 개의 제조 공정 중 어느 하나라도 솔직하지 않으면 결국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해 보자. 날짜로 세어 보면, 태어나서 100세까지는 3만 6천 5백일의 기간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인생을 총 4단계로 나누고 싶다. 각 단계를 ‘1만 일’ 기준으로 나누어 보자. 1단계는 태어나서 1만 일을 사는 27세까지이다. 2단계는 다시 1만 일을 살아서 55세까지이다. 3단계는 82세, 4단계는 100세가 된다.”


Q. 3단계의 시작부터 성균관대학교와 함께하셨는데, 1단계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자과캠에서 주로 강의했지만, 인사캠에서도 1학기 때에 ‘창의융합프로젝트’라는 과목을 강의한 적이 있어요. 혜화역에 내려서 명륜당을 거쳐 걸어가면서 조선시대 성균관에서 유생들이 공부했을 것을 상상해 보곤 했습니다. 이 과목에서는 문제 해결 기법 이론 ‘트리즈’를 학습한 후, 5년 후 스마트폰 혹은 스마트홈을 상상해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활동을 진행합니다. 자소서 작성이나 취업 면접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로부터 감사 메일을 받기도 했어요. 5~6년이 지나서 직장인이 되었지만, 지금도 그 학생들과 연락하고 있습니다. 자과캠에서는 학부 졸업생의 주례를 맡기도 했고, IoT 동아리 ‘킹고 스마트싱즈’ 지도교수를 맡으면서 교내외 수상을 많이 했습니다. 취업•면접 지도를 해준 학생이 대기업 합격 소식을 전해주었을 때도 보람을 느끼고 기쁘더군요.


Q. 일에서 ‘쉼’도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여서 ‘소확행’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곤 합니다. 교수님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아침에 FM 라디오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 한잔하는 것,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것,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하는 것, 방학 때에는 가족과 함께 해외 박물관, 미술관을 찾아 다니는 것이 모두 제겐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특히 서양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따로 예술의 전당에서 강좌를 듣기도 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기술과 미술과의 공통점을 혁신의 관점에서 찾아보았고, 우리 대학의 ‘ExCampus 시즌 4’에 출연해서 ‘서양미술과 애플에서 찾은 혁신’이라는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여름방학 때는 빈 여행을 통해서 클린트, 에곤실러를 만나고 왔습니다. 이 두 분은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셨더군요.


▶︎https://youtu.be/b-0N9UArveI


Q. 삼성에서 성균관대학교로 오신 후 처음으로 하신 일이 대학원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인문과 기술’ 과목을 개설한 것입니다. 수업 내용과 수업이 추구하는 목표가 궁금합니다. 

대학에 오기 전에 삼성에서 연구개발을 31년 했어요. 10년 동안 연구 임원으로 지내면서,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보통신대학에 ‘인문과 기술’ 과목을 개설해서 동양철학과 교수님들과 공동으로 강의했습니다. 인문학의 요체는 ‘인간의 가치와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는 것’, 즉 비판적 사유에 있다고 봅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심하고 전혀 새롭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학원에서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인문과 기술’ 과목을 개설한 이유는 인간을 이해하고 인문학적 물음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 상상력을 해보기 위해서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IoT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사업 중에 스마트 시티가 있는데, 스마트시티 개발은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합니다. 기술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고민은 인문학적 사고에서 나오게 되지요. 그래서 공대생도 인문학을 배워야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그것에 능숙해지면서 잘하게 되고, 잘하는 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성취감이 들면서 좋아하게 된다. 그 어떤 것이 먼저라는 것은 없다.”


Q.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 보지 않으면 무엇이 나에게 잘 맞는지 모릅니다. 기회가 생기면 일단 도전해 보면 좋겠습니다. 여러 일을 도전해보고 그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나서 선택이 필요해요. S (Strength), W (Weakness), O (Opportunity), T (Threat)를 분석해서 장점>단점, 최선>최악보다 큰 것을 찾아서 집중해야 합니다. 몰입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있어야 잘하는 일이 됩니다. 막연하게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고 전문지식과 체력, 매력, 태도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여행사 사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으려면 1만 시간은 쏟아부어야 한다는 이론인 ‘1만 시간의 법칙’이 있어요. 잘하면 즐겁고, 즐거우면 행복합니다.


Q. ‘책을 멘토로 생각하라’고 하셨습니다. 교수님의 멘토는 어떤 책인가요? 또,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멘토’가 될 책을 추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인생의 지침이 된 책은 윤석철 교수님(전 서울대 경영대학)의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 『삶의 정도』입니다. 삼성에 근무할 때 읽었고 깊이 감명받았어요. 그분은 대표적인 통섭학자인데 닮고 싶다는 생각에 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정도> 책에서는 인간의 삶을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두 개의 개념으로 분석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삶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수단매체와 목적 함수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할 생존경쟁의 모습은 결국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에 있으며 이 떳떳한 길이야말로 ‘삶의 정도’라고 했습니다. 제가 쓴 책의 에필로그에서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겨라.”라는 말이 있는데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죠. 이 책은 40대쯤에 읽었으면 좋겠어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지금 읽으면 좋을 책은 사이먼 시넥의 『Start with Why,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와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입니다. 제가 쓴 책들과 함께 읽어 보세요. 지금 언급한 책들은 삼성에 근무할 때 부서원들에게 추천했던 도서들이기도 해요.


Q. 학생들이 『일의 본질』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말씀해주세요.

제가 삼성전자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얻은 ‘일’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책입니다. 사원 시절 실무 담당자로서 일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임원이 되어 리더의 역할을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일의 본질』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에서 약간의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다는 ‘왜’를 생각하라”, “일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라”, “운칠기삼에서의 운은 단순한 운이 아니다”, “기본을 지켜라”, “리더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취업을 앞둔 우리 학생들이 직장이라는 곳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소서 작성, 면접에도 조금은 활용되리라 생각됩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필요할 때 다시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서울경제 인터뷰 인용, 2023.6.30일자]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명확한 이해가 있어야 해요. 직장은 인생을 갈아 넣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 곳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일하며 즐거움을 찾고, 가치 있는 일을 발견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포착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직장에서 일을 통해 얻는 것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돈과 경험입니다. 저는 삼성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많은 대외활동은 삼성과 성대에서 했던 경험의 결과입니다. 제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사실은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고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셈입니다. 본인의 경쟁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돈을 벌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일은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바로 ‘일’입니다.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반면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일이란 자신을 성장시키고, 행복을 주는 즐거움의 하나라는 것을 늘 간직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