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실수하는 곳이에요” <br> 글로벌경제학과 김성현 교수

“학교는 실수하는 곳이에요”
글로벌경제학과 김성현 교수

  • 350호
  • 기사입력 2016.06.22
  • 편집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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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는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 글로벌경영학과, 글로벌경제학과, 글로벌리더학과와 자연과학캠퍼스에 의예과,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로 이루어진 중점학과가 있다. 이 6개 중점학과 중에서 글로벌경제학과 김성현 학과장을 만나보았다.

김성현 교수는 서울대학교 학부과정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수료했다. 1997년부터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2년부터는 우리 학교 경제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로벌경제학과 신입생의 경제학입문 수업과 국제금융 수업을 하고 있다.


"제가 고교 재학때 정치경제학이라는 과목으로 경제학을 처음 알게 됐어요. 수업에서 배우는 경제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고 신문을 즐겨보면서 경제학이라는 것이 정말 재밌게 느껴졌어요. 대학에 들어와 경제를 전공하다 보니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4년 공부해서는 제대로 이해를 하지못했고, 한편으로는 연구하는 것이 재밌어서 대학원까지 가게 됐습니다. 학생 수가 약 5,000명인 소규모 대학이며 교육과정이 인문, 교양과목 위주로 편성되는 연구중심 대학인 브랜다이스 대학에 1997년 처음 교수가 됐습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관계·법학 대학원을 가진 터프츠 대학교와 보스턴에 있는 사립대 Suffolk 대학을 거쳐 2012년 우리 학교 교수로 왔습니다. 돌아보니깐 참 오랫동안 교수를 했네요." (웃음)

"무엇보다도 언어문제가 가장 큰 장벽이었죠. 한국 대학에서 학부과정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언어의 장벽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의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점도 있고요. 특히 학생들과 대화할 때에 사용하는 구어체가 유학생활을 더 어렵게 하기도 했지요. 계속해서 영어를 쓰면서 연습해보는 것만이 해결책인 것 같아요. 저도 계속 영어를 쓰는 환경에 있으면서 시간이 지나니까 차차 해결 되더라고요. 유학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그런 점에 대해서 많이 연습해야 할 거에요."

"한국에서는 학부와 석사과정을 미국에서는 박사과정과 교수로 지내보니 한국 교육과 미국 교육의 차이점에 대해 말하고 싶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특히 두 나라에서 교수로 오래 있어보니 가르치는 입장에서 차이점을 많이 느낄 수 있어요. 한국은 아직도 대학 교육이 교수가 수업 하고 그 내용을 학생들이 받아 적는 주입식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즉, 지식의 수용자 입장에서 그저 교수가 가르치는 내용을 불변의 진리라 생각하고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거죠.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지식의 수용자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수업을 이끌어갑니다. 학생들 스스로 한 주제에 대해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반면, 교수는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들의 논리를 수업 주제와 벗어나지 않는 정도로만 개입해요. 수업 내용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죠. 저는 후자가 학생들에게 폭넓은 시각과 창의성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글로벌경제학과 신입생에게 가르치는 경제학 입문에서 미국 스타일 교육방식으로 수업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공하는 분야가 국제금융, 국제거시에요. 이 분야들은 이론적인 부분에만 머물러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를 열심히 해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하고 싶습니다. 글로벌경제학과 학과장으로서 우리 학생들 열심히 가르치고 글로벌한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취업 준비하랴 스펙 쌓으랴, 지금 시대와 제가 대학에 있었던 80년대와는 많이 다르다는걸 알고 있어요. 저는 저희 학교 학생이라면 낭비하는 시간 없이 대학생활을 충실히 했으면 좋겠어요. 공부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들을 경험하면서 말이에요. 대학생활을 하면서 너무 지름길만 찾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교 3년간 수능공부를 하면서 대한민국은 고3 수험생에게 틀리지 않는 법만 배우게 한 것 같아요. 대학에서도 틀리지 않으려고만 해서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 같아요. 대학은 실수하는 곳이에요. 마음껏 실수하세요. 마음껏 실수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경험을 쌓아가세요. 나중에 우리 학생들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온다면, 대학에서 하는 실수들 때문에 삶이 틀어졌다 생각하는 일은 전혀 없을 거예요. 그러니 도전하세요. 학점 받기 쉬운 과목, 수업 시간에 잠만 자도 A 받을 수 있는 과목을 택하려 하지 말고, 자신이 많이 배울 수 있는 과목을 들어보세요. 목표를 높게 잡고 힘든 것을 도전해보려는 도전정신이 결여되어있는 사회에서 도전정신을 가지고 여러 활동을 하다보면 분명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180도 달라질 거예요."

 "학교는 실수하는 곳이다"

김성현 학과장이 거듭 강조했던 부분 - "학교는 실수하는 곳이다"- 에서 그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1학기를 마무리하는 지금, 김 학과장의 말처럼 다음 학기에는 수업이 어렵더라도 자신이 더 발전할 수 있고 더 실수할 수 있는 과목으로 시간표를 채워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