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대동제를 향해,
제54대 총학생회 문화기획국장 김민기 학우

  • 490호
  • 기사입력 2022.05.02
  • 취재 박창준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 조회수 7781

해가 높이 뜨고 입는 옷은 짧아지는 요즘, 멈추었던 성균관의 축제가 돌아오고 있다. 성대생은 물론 다른 많은 사람들도 함께 즐기는 대동제의 쾌락 속에서 우리들의 걱정거리는 희미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의 즐거움에는 학교와 총학생회 등 수많은 관계자들의 뜨거운 땀방울이 녹아 있는 법이다. 한동안 멈추어 있었던 축제의 불씨를 되살릴 2022 대동제. 이번 성대생은 돌아올 성균관대학교 대동제의 짜릿함을 위해 땀 흘리는 제54대 총학생회 문화기획국장 김민기(사회 14)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54대 총학생회 스프링의 문화기획국장을 맡고 있는 김민기입니다. 사회과학대학교 소모임 밴드 헤게모니의 일원이며, 현재는 밴드 ‘권유’의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생사회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스무 살 때부터 8년 간 가고 싶은 길만 찾아 헤맸지만, 이제는 가고 싶은 길보다 현재 걷고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새 졸업을 바라보고 있네요. 만년 재학생이었던 제가 이런 말을 하면 특히 밴드 후배들이 깜짝 놀랄 것 같습니다.


총학생회 내 여러 직책 중, 문화기획국장 자리를 맡은 이유는 뭔가요?

문화기획국은 ‘문화’와 ‘기획’이라는 두 가지 단어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저는 두 단어를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라 처음부터 문화기획국이라는 부서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공연, 전시나 영화 등 문화 자체에 대한 흥미가 높고, 기획하는 것 자체에 큰 희열을 느낍니다. 이때문에 이번 총학이 선본이던 시절 누가 먼저 부르지 않았는데도 알음알음 찾아가서 먼저 문을 두드려 ‘이 선본이 당선된다면 문화기획국 일원으로 일하고 싶다’ 라고 밝혀 선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제 경력과 의지를 좋게 봐준 회장단이 당선 이후 집행국 선발 과정에서 저를 문화기획국장으로 선발했고요.

밴드 생활도 저보다 오래 활동한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해요. 군대에 있으면서도 휴가 때 나와서 공연을 세 차례나 할 만큼 오래, 그리고 밀도 있게 큰 애정을 가지고 밴드 생활을 해와서 공연 무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문화기획국장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문화기획국장으로서 백투스꾸, 금잔디 문화제 등을 기획했으며 지금은 대동제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문화기획국장은 축제 기획의 총괄자로서 기획한 그림대로 축제가 운영되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콘텐츠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타 부서와 협의 및 조율하는 작업을 해요. 학교와 소통하며 학교 측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전달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제가 올해로 입학한 지 9년째인데 지난 8년 동안 600주년 기념관에 들른 횟수보다 올해 5개월  동안 방문한 횟수가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대동제를 예시로 들겠습니다. 대동제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들을 대외협력국에서 정리해오면 해당 업체들이 어떤 장소에서 몇 시간 동안 진행할지를 논의합니다. 야간주점 및 주간부스를 담당하는 사무총괄국에게 주점/부스 가이드라인을 전달하여 기획 의도에 맞게 주점과 부스가 운영될 수 있게 협력합니다. 대외협력국과 사무총괄국뿐만 아니라 전 부서가 각자 역할을 맡아 대동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저는 이런 부분들이 모두 차질없이 준비될 수 있도록 회장단과 함께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축제에는 어떤 행사가 기획되어 있나요?

이번 축제에는 학우들이 직접 준비한 주간부스,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야간주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축제하면 빠질 수 없는 무대 콘텐츠 역시 준비 중이고요. 무엇보다 학우들이 기대하고 있는 연예인 초청 공연 역시 준비했습니다. 이 기사가 나갈 때쯤이면 라인업이 모두 발표되었을텐데 많은 학우들이 만족하셨으면 좋겠네요.

학우들과 함께 준비한 주간부스와 주점, 무대공연 외에도 정보통신팀과 함께 준비하는 VR 체험 부스,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모션 부스, 맛있는 푸드트럭 등 수많은 즐길 거리와 함께 ‘이것이 대학교 축제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축제를 기획하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이번 대동제는 길고 긴 코로나19 끝에 3년 만에 개최되는 축제입니다. 그만큼 학우들의 축제에 대한 갈증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3년간 묵혀진 갈증을 가장 확실하게 해소할 방법은 역설적으로 ‘가장 전형적인 축제’의 모습을 그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는, 머릿속에서만 그려지는 ‘축제하면 떠오르는 모습’을 그대로 실현시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저는 14학번으로서 주점이 단속받지 않던 시절부터 축제를 즐겨왔습니다. 때문에 저에게 축제란 어둑어둑한 금잔디 광장에서 친구들과 주점 테이블에 앉아 술을 먹으면서 즐기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꽤 나이 많은 선배로서 간직하고 있는 이 즐거움을 모든 학우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이런 ‘축제다운’ 분위기는 단순히 총학생회 집행부 사람들이 노력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많은 학우들의 도움과 참여가 있어야만 가능하죠. 이를 위해서 더 많은 학우들이 축제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문화기획국장 담당 업무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

코로나 끝에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이전 자료가 거의 전무한 채로 문화기획국 업무를 준비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특히 백투스꾸는 코로나 특수로 인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될 행사였는데, 처음 맡은 대형 행사를 인수인계 자료도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시피 준비하다보니 매일 한숨과 담배, 술로 지새웠던 기억이 납니다. 기한이 닥쳐올수록 그런 시간도 사치일 정도로 바빠지긴 했지만요. 대동제도 3일이면 끝나는데 백투스꾸는 무려 5일을 준비해야 했으니,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습니다. 인수인계 자료가 없는 것 외에도 코로나로 인해 생활양식이 완전히 뒤바뀐 것 역시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즐겼던 축제에서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동석 인원 제한 같은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었어요. 방역수칙이라는 커다란 걸림돌을 껴안고 행사를 기획하다 보니 실 수요 예측과 같은 부분에서 곤란했던 적이 잦았습니다.


코로나 학기 이전의 축제들을 많이 즐기셨을 것 같은데요, 이번 대동제를 기획하며 도움이 된 축제와 관련된 경험이 있나요?

주점에서의 추억이 축제 준비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을지로의 만선 호프를 가보셨다면 느낌이 오실텐데, 수많은 사람들이 와글와글 시끄럽게 술을 먹고 즐겁게 노는 그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만선호프가 제가 알기로는 약 100석 정도 됩니다. 그것보다 몇 배는 많은 사람들이 금잔디에서 다 같이 테이블 몇백 개를 쫙 깔아놓고 술을 마시며 노는 그 분위기는 생각만 해도 몸 구석구석이 찌릿찌릿해지는 기분이네요.


대동제 공연에 개성 있는 팀들이 많이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팀 중, 무대에 올라 축제를 빛낼 팀을 선발하는 기준이 있나요?

잘해야 합니다. 이번 대동제 오디션에서는 밴드/보컬 14팀, 댄스/힙합/기타 팀 10팀을 뽑는데, 밴드/보컬 부문에 35팀, 댄스/힙합/기타 부문에 23팀이 지원했습니다. 제가 옛날에 축제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경쟁률이 이렇게 높지는 않았는데, 최소 2014년도 이래로 가장 치열한 오디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오디션 결과에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정밀한 채점을 진행할 예정이며 그만큼 막중한 책임도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만큼 잘하는 팀이 무대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한다’에도 다양한 기준이 있고 무엇 하나 딱 꼬집어서 이야기하기는 힘들죠. 악기를 잘 연주하는 것, 관객과의 호흡을 잘 유지하는 것, 무대매너가 좋은 것 등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잘하는’ 팀으로만 공연 시간을 알차게 채우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문화기획국장으로 활동하며 느낀점

제가 총학생회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럴 줄은 알았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입니다. 기껏해야 3일 진행하는 축제를 위해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았으나 이렇게 많은 준비와 고난이 있는줄 몰랐습니다. 힘들게 일할 각오를 하고 들어와서 후회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 무게를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왜 문화예술업계 사람들이 줄담배를 물고 술고래가 되어가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네요.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나’다운게 무엇인지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나답게 살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답게 살자’는 꽤 오랜 기간 저를 붙들고 있었고 지금도 어느정도는 유효한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나 다운게 뭔데’로 밖에 귀결되지 않더군요. 저를 더 ‘나’ 답게 만든 생활방식은 결국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었습니다. MBTI 검사에서 결과를 ‘I 53%’로 표현하는 것처럼, 우리는 취향, 생각, 감정, 욕구에 있어서 나무가 쪼개지듯 분명히 갈라지는 사람이 아니라 슬라임마냥 흐리멍덩하게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1년 전만 해도 ‘극호’였던 것이 주위 환경과 경험에 의해 ‘극불호’로 바뀔 수도 있고 호와 불호가 공존할 수도 있죠.

이렇게 흐리멍덩한 존재를 붙들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 다움’을 밝히기 위해 갈라지지 않는 물을 계속 가르려 노력하기 보다는 흘러가고 있는 지금의 내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왜 그쪽으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진솔한 대답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 하고 있는 문화기획국장으로서의 맡은 바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무사히 졸업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자가용 하나 타고 (만약에 있을) 애인과 함께 국내외 여기저기를 구석구석 다니면서 놀다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밴드 권유가 대박 나서 벼락부자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스물셋 당시의 저는 세상을 다 산 늙은이 처럼 늙었다고 한탄했는데 이제 스물여덟인 저는 아직 젊다고 생각 하고 있네요. 옆에서 아무리 젊을 때 놀아라 넌 아직 젊다 백날 이야기해도 절대로 그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저도 해왔기에 매우 잘 압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만 명심해주세요. 5년 뒤의 당신은 지금 더 제대로 놀지 못한 것을 분명 후회합니다. 성균관대학교 학우분들 모두 각자의 현재를 즐기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