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한국의 시너지를 가진<br> 최려 학우

중국과 한국의 시너지를 가진
최려 학우

  • 322호
  • 기사입력 2015.04.28
  • 취재 김나현 기자
  • 편집 김예람 기자
  • 조회수 11955

올해 한국나이로 23살이 된 최려(신문방송학과 12, 정치외교학과 복수전공)학우는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하얼빈시에서 왔다. 려는 2011년 12월에 한국에 와서 2012년 9월에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우리학교에 입학했다. 국적은 중국이지만 조선족으로 중국과 한국 간 문화와 이해를 고루 갖췄다. 국적은 외국인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한국의 정체성을 가지기도 한 그녀의 삶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려는 20살이 되던 해 한국에 오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한국과 인연이 닿았던 적이 있었을까? "사실 어렸을 때 한국에 여행 온 적이 있었어요. 첫인상이라고 하면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야 할 텐데, 기억이 선명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살던 곳과 비교 했을 때, 제 눈에 비춰진 한국은 깨끗하고 화려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적 짧은 여행 이후, 중국에 계속 살았던 그녀가 어떻게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했다. "한국어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배웠어요. 중국에서 학교 다닐 때 중국어, 영어, 한국어를 동시에 공부했었고 한국어 교재가 따로 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를 배운셈이죠" 그녀가 한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예전부터 한국어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살았던 곳은 환경 특성상 한국에 대한 정보를 자연적으로 얻는 곳이다. 려는 조선족으로 중국과 한국을 모두 경험했다. 남다른 정체성을 가진 그녀가 한국에 대해 가진 생각과 고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실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는 중국인인가? 한국인인가?'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결국에 내린 결론은 '국적은 중국, 민족은 조선족'인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거였어요. 중국과 한국은 가까운 이웃나라인데, 그 중에서도 조선족이 양국 간 우호 발전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역할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사실 그동안 많은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져서 세간에 알려진 조선족들의 이미지가 매우 안타깝습니다.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제 고등학교 친구들과도 이런 대화를 합니다. 앞으로 우리들의 행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몫이니까요."

려는 중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후,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많은 대학들 중 우리학교에 다니게 된 인연이 무엇일까? "중국에 있을 때 성균관대학교에 대해 잘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어학원 다닐 때 선생님이 추천해주셨죠. 마음을 정하고 서류 준비해서 학교 가는 길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낡은 건물이 매우 마음에 들었어요. 유교의 전통을 이은 학교라 4년 대학생활 하면서 중국 문화와 아예 무관치 않겠다라는 생각에 원서를 넣고 더 성균관대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신문방송학과와 정치외교학과을 복수전공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사회과학계열에서 처음 전공진입할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어렸을 적 기억이 꽤 중요했어요.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 프로그램 녹화 차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방송국에 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 든 생각이 '아 나도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또 다른 진로를 고민하게 된 건, 중 · 고등학교 때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해서 대회도 나가곤 했었어요. 나중에 글 쓰는 직업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담임선생님이 조언하셨어요. 하지만 제일 마지막에 한국에 와서 대학교 입학이나 전공선택을 고민하고 있을 때 한국어 어학당 선생님이 신문방송학과를 추천해주셔서 1전공을 그걸로 정하게 됐죠. 정치외교학과는 제가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었고, 심도 있게 배우고 싶어서 복수전공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한국에 와서 잊지 못할 추억이나 에피소드가 있었을까? 그녀는 매우 재밌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와서 잊지 못할 추억과 에피소드, 정말 많아요! 대학교 입학하기 전, 어학당을 다닐 때 '독도사랑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어요. 베네수엘라, 미얀마, 몽골, 아제르바이잔, 파라과이에서 온 친구들과 한 팀으로 뭉쳐 대회에 나가서 우수상도 타고, 울릉도 독도 여행도 하고, 1년 뒤에 외국인유학생 독도 홍보대사로 위촉장도 받았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과 한국어로 소통하고, 한국어로 우리가 하나 되었다는 자체만으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녀가 살던 곳과 한국 사이에서 문화적 차이가 딱히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생소하게 느끼는 한국의 문화가 있다. '빠른'나이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에서는 위 아래로 1살에서 3살 차이까지는 이름을 부르고 친구로 다 통했었어요. 그런데 처음 한국에 와서 한 살 많은 사람한테도 언니 오빠라고 불러야 해서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어요. 나와 같은 93년생인데 3월에 태어나서 '빠른'년생으로 손위대접을 해야 한다는 게 사실 지금도 납득이 잘 가지 않지만 그래도 적응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한국의 대학문화는 중국의 대학문화와 다른 점이 몇 개 있다고 말을 이었다. "축제 문화, 술 문화, 휴학 문화 등등 다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일단 중국대학교 축제의 무대는 모두 학생들로 장식하는 데 한국의 대학교 축제에는 가수들이 초청돼서 무대를 채운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그리고 한국 대학생들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 같아요. OT, MT, 개강파티, 종강파티를 즐기는 데 술이 빠지지 않죠. 하지만 중국 대학생들은 술을 자주 마시지 않아요. 그런 점이 다른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휴학하는 것이 꽤 자연스러운 반면, 중국에서는 아프거나 피치 못하는 사정이 생기지 않는 이상 4년 동안 쭉 학교를 다니고 졸업해서 취직을 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현재 그녀의 학교생활은 어떤지, 다니는 동아리나 모임 활동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3학년 2학기가 돼서야 아쉬운 마음에 '졸업하기 전에 동아리도 들어보자'하고 서예동아리를 들었어요. 그 전에는 지금 '비정상회담'에 출연하고 있는 타일러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서울리즘' 외국인 유학생 웹진에 집필진으로 잠깐 활동했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이 겹치는 바람에 중도에 나오게 됐습니다. 좋은 동아리나 의미 있는 활동이 있으면 졸업하기 전에 시간을 내서 꼭 한번 제대로 하고 싶어요!"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대학생활의 포부를 물어보았다. "지금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요. 사실 지금도 뚜렷한 목표가 없어서 걱정입니다. 일단 얼마 남지 않은 대학생활 잘 마무리하고 무사히 졸업하는 게 목표에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4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남은 시간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