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에너지를 실현하다<br> 깔리드 학우

깨끗한 에너지를 실현하다
깔리드 학우

  • 331호
  • 기사입력 2015.09.13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예람 기자
  • 조회수 8688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적인 이슈가 매년 대두함에 따라 깨끗한 환경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우리 학교에는 이를 몸소 실천하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집트에서 온 깔리드 ( 에너지과학 12) 학우다. 그는 우리 학교 대학원에 있는 에너지 과학을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다음 세대에 부작용이 남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를 개발해서 친환경적인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그는 한국에 오기 5년 전까지 이집트에서 살았다. “저는 이집트의 조용한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중학교 교사이신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요. 그런 다음에 그 마을을 떠나 작은 도시로 이사를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 근처에서 살았어요. 카이로에 이사 간 이후로는 ‘Alobour’로 불리는 최근에 생긴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았어요.”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고향 이집트는 어떤 모습일까? “제 고향은 다양한 시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에요.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현대적인 빌딩과 빌라를 볼 수 있으면서도 6000년이나 된 빌딩과 기념물들 역시 발견할 수 있죠. 현재와 과거가 마법처럼 섞여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이집트에는 유명한 사하라사막과 나일 강이 있고 녹지가 있어요. 이런 것들 덕분에 이집트를 구경하면 지루할 틈이 없어요.”

그렇다면 이집트와 한국은 어떤 점에서 다를까? “한국은 정말 현대적인 나라에요. 하지만 역사적인 장소에 갔을 때 역사적인 느낌을 받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전쟁 때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해요. 한국은 매우 청정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기후는 이집트랑 거의 비슷해요. 하지만 이집트가 겨울은 더 춥고 여름은 더 습하죠. 그 외에 가족환경이나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는 등의 문화 역시 이집트와 비슷한 것 같아요. 물론 이집트에서는 종교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요. 이게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느꼈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좀 더 정교한 기계들을 다뤄보기 위해서 한국에 처음 왔어요. 평소에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기도 했어요. 왜냐면 아시아 국가들은 이집트랑 멀리 떨어져 있고 유럽과 마찬가지로 이집트와 역사적으로 교류가 잦았던 나라는 아니니까요.” 그렇게 생소하게 느꼈던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그는 이집트에서는 쉽게 겪지 못했던 경험을 했다. “저는 2010년 3월에 처음 한국에 왔어요. 그 날은 엄청나게 비가 많이 왔어요. 이집트에는 비가 거의 안 와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는 한국에 온 이후 계속 우리 학교에서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구자로 1년 간 일 했어요. 그런 다음에 한국 정부에서 장학금을 받게 돼서 그때부터 박사 과정을 밟고 있어요. 물론 학교에 다니면서 부산, 포항, 속초, 제주도 등등 정말 많은 곳을 가봤어요. 그중에서도 속초가 가장 좋았죠. 수영하고 속초 산을 등산했던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한국에서 5년이나 머물고 있지만, 처음에는 불편한 점이 있었다. “음식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이집트 사람들은 대부분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빠르게 이 고비를 넘겨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됐어요. 라마단 기간이 되면 종종 가족, 친구들이 그리워요. 라마단은 이집트의 신성한 달인대 그때 가족들이 다 모여서 음식을 나누고 즐겁게 지내곤 하거든요.” 한국생활의 불편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생활에 적응했다. “문화나 언어 때문에 불편했던 적은 전혀 없어요. 저는 나이에 상관없이 한국인 친구들이 많아요. 이 친구들은 대부분 한국말만 할 줄 알아요. 저는 한국말을 잘 못 하고요. 그렇지만 의사소통도 잘 이뤄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우리 학교에서 연구자로 1년을 지냈다. 그가 연구자로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제 친구 한 명이 성균관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어요. 그 친구가 같이 일하던 교수님께 저를 추천해줘서 연구자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그 교수님과 함께 일하고 있고요. 그 당시에 의료기구와 치료를 위한 에너지가속기, 가속기디자인을 연구했어요.” 연구자로서 일한 뒤에 그는 학생으로 학교에 남았다. “성균관대학교는 한국의 좋은 대학교에요. 에너지과학인 제 전공이 대중적인 학문이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한국에 있는 대학교 중 2곳만 에너지과학에 대해서 다루는데 성균관대가 그중 하나였어요. 그래서 성균관대에서 공부하게 됐어요.”

학생으로 공부하면서 그가 경험한 우리 학교는 어땠을까? “일단 도서관이 엄청나게 좋았어요. 넓고 굉장했죠. 다만 우리 학교 안에 아랍인 식당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한국생활 초반에 음식 때문에 불편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는 연구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학교에 다녔다. “저는 사우디에서 온 학사과정 학생들의 튜터링 프로그램을 맡았어요.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고 학생들의 과학 수준과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었죠. 그 외에도 제가 공부하지 않을 때는 매주 등산을 해요. 시멘트 바닥에서 벗어나 끝이 없는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에게 대중적이지 않은 에너지과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핵물리학을 사랑해요. 핵물리학이 인간에게 많은 것을 줄 것이라고 믿거든요. 그래서 물리학을 학사과정으로 전공했고 그중에서도 핵물리학을 열심히 배웠어요.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제가 따르던 교수님이 에너지과학 부서에 계셔서 에너지과학을 전공하게 됐어요.” 그가 예전에 배웠던 핵물리학과 에너지과학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을까? “원자로(연쇄 핵분열반응의 결과 순간적으로 방출되는 다량의 질량결손에너지가 방출되도록 연쇄반응을 제어하여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장치)는 일반 사람들이나 미래 세대에게 굉장히 위험해요. 그래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과학을 배우는 우리가 구식시스템의 단점을 제거한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를 제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에요. 그만큼 핵물리학과 에너지과학은 연관성이 있어요.”

그가 공부하는 에너지과학은 어떤 학문일까? “에너지과학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사용, 저장, 변환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그리고 환경오염 같은 에너지원의 결함에 대해서도 다뤄요. 저는 우리가 에너지를 좀 더 깨끗하게 만든다면 엄청난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이 부분이 에너지과학의 가장 큰 매력이죠. 저는 앞으로 ADS(Accelerator Driven System, 가속기 구동 시스템)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핵원자로와 핵에너지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싶어요.”

핵물리학과 에너지과학을 사랑하는 그의 미래 목표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에너지 과학을 공부하는 교수나 연구자가 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공부해왔던 만큼 그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