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을 찾다<br> 코랄리 아미에 학우

삶의 균형을 찾다
코랄리 아미에 학우

  • 337호
  • 기사입력 2015.12.13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예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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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성균어학원을 운영하면서 외국인들의 한국어 실력 증진을 위한 수업도 제공하고 있다. 지금 성균어학원을 다니면서 자기가 가장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학우가 있다. 바로 스위스에서 온 23살 코랄리 아미에 학우다. 그녀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솔직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는 코랄리 학우,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그녀는 스위스 서부의 레만 호반 도시에 있는 로잔(Lausanne) 근처 마을에서 자랐다. 스위스에서의 삶은 어땠을까? "스위스는 4가지 언어를 써요. 대부분 독일어를 쓰지만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마어를 쓰는 지역들도 있어요. 저는 프랑스어를 쓰는 곳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프랑스어를 잘하죠." 그녀가 살던 스위스와 한국은 어떤 점에서 다를까? "저는 스위스의 한 마을에서 자랐어요. 그렇지만 제 고향은 제가 살던 마을과 가까이 있던 로잔이에요. 제가 원래 살았던 마을에는 중학교가 없었어요. 그래서 12살 때부터는 로잔에서 거의 일상을 보냈죠. 제 친구들도 다 거기에 살아요. 로잔은 프랑스에 가까운 되게 조용하고 작은 도시에요. 서울보다도 조용하고요. 가게들은 주중에 오후 7시가 되면 문을 닫고 토요일에는 6시면 닫아요. 일요일에는 열지도 않고요. 10시 이후에 허기가 지면 맥도날드를 가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로잔은 막 밤새도록 놀 수 있는 곳은 없지만 몇몇 술집에 가서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곳이 많아요. 여행지로 꼭 추천하고 싶지만 놀 거리가 많이 없다 보니까 20살이 됐을 때 살만한 곳은 아닌 거 같아요."

그녀는 한국에 오고 나서 다양한 차이점을 느꼈다. "로잔 사람들은 일찍 자지만 서울은 절대로 잠들지 않아요. 물가 역시 달라요. 저는 여러 물품을 사면서 한국 물가가 싸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영화관에 갈 때 스위스에서 영화를 보려면 입장권을 사기 위해 한 사람당 2만 원 정도를 내야 해요. 한국에서는 만원 정도면 볼 수 있잖아요. 제가 본 또 다른 문화적 차이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실수로 쳤을 때에요. 저는 바로 사과를 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음식 문화를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식당에 가는 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스위스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왜냐면 물가가 너무 비싸서 직접 요리해 먹는 걸 더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식당에 한번 가면 적어도 3만 원은 기본으로 써야 해요. 그래서 식당은 중요한 때에만 가요. 스위스에서는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지 않아요. 피자만 가끔 먹는데 한국은 배달문화가 발달한 것 같아요."

그녀는 작년 6월에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그녀에게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저는 어떤 식으로 생각하자면 몽상가이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현실과 이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요. 한국에서의 삶 역시 스위스에서의 삶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대로 삶의 방식은 달랐지만 비슷한 삶이었어요. 제 기대랑 같았다는 것이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아요." 그녀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어 학원에 다녔었다. "한국에 처음 오고 나서 3달 동안 머물렀었어요. 그때 홈스테이를 하면서 강남의 한국어학원을 다녔어요. 학원에서 정말 좋은 교환학생 언어프로그램을 제공해줘서 많은 한국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런 다음에 대학교를 다녀야 해서 스위스로 돌아갔어요. 그렇지만 한국에 머무는 동안 많이 즐기지 못해서 다시 한국에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스위스로 돌아가서 슈퍼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한국 대학교에 다니기 위해 돈을 벌었어요. 이런 노력 끝에 올해 10월에 다시 한국에 올 수 있었어요."

그녀가 그렇게 노력하면서까지 한국에 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바로 대학교에 입학했어요. 근데 저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몰랐었기 때문에 2달 뒤에 학교를 그만뒀어요. 저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돈을 벌어서 다른 나라에 갈 계획을 짰어요. 비슷한 시기에 저는 한국드라마를 처음으로 보게 됐는데 재밌었어요. 제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한국을 여행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한국어를 배우기로 했어요. 이 생각이 제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의지를 줬어요. 그래서 한국에 오게 됐죠." 특별한 동기를 가지고 한국에 온 뒤 그녀는 여러 도시를 방문했다. "친한 친구가 인천에 살아서 인천에 몇 번 갔었어요. 제 친구랑 친구가족들과 함께 재밌게 놀았어요. 친한 친구 집에 거의 있어서 인천 자체를 많이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도시 같았어요. 작년 12월에 부산도 갔었어요. 부산은 정말 좋았어요. 서울이랑 분위기가 달랐는데 좀 더 조용하고 편안했어요. 크리스마스에 가까운 겨울이어서 거리가 너무 예뻤어요. 정말 추웠지만 겨울 바다도 보면서 기분을 환기할 수 있었어요. 그때는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어요."

특히 그녀는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 적이 있다. "저는 조용하고 단순한 사람이에요. 뭐가 가장 좋고 나쁜지를 말하는 게 항상 어려워요. 저는 흑과 백으로 완전히 나뉘는 것보다는 회색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균형을 맞추는 거죠. 사람들은 항상 바쁘게 살아요. 누구나 오직 한 번뿐인 일생을 사니까 후회 없이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할 필요를 느끼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감사해 하는 시간을 갖지 않고 단지 많은 것을 하는 게 중요한지는 의문이에요. 저는 게으른 사람이라서 가끔 그렇게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해요. 저는 바쁘지 않기 때문에 바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좀 더 바빠지기를 희망했어요. 게으르게 사는 것보다는 좀 더 균형적인 삶을 살고 싶어요."

그녀가 우리 학교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 한국에는 정말 많은 대학교가 있어요. 어느 한 곳을 고르기가 어려웠어요. 근데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홈스테이하던 곳의 주인분이 예전에 성균관대에서 공부하셨어요. 그래서 캠퍼스에 저를 한번 데려다주셨어요. 등산하는 것처럼 캠퍼스를 올라야 하는 거 빼고는 학교가 너무 좋았어요. 홈페이지에서 제가 필요한 정보를 다 찾을 수 있었고 재밌어 보여서 성균관대학교에 오게 됐어요."

그녀는 지금 우리 학교 어학원을 다니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저는 성균어학원에서 매일 한국어 문법과 말하기를 배워요. 오후에는 글쓰기, 읽기, 듣기를 배우고 발표를 하기도 해요. 말하기 수업에서는 말하면서 문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연습해요. 이런 수업을 통해서 한국문화에 대해서 배워요." 그녀는 한국어 수업을 들은 이후로 한국어 실력이 좋아졌을까. "저는 정말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가장 쉬운 영역은 말하기에요. 저는 스위스에서부터 영어, 독일어, 이탈리어를 배우고 있었어요. 이 언어들로 말하는 게 두렵지 않고 쉽게 말할 자신이 있어요. 한국어 역시 그래요. 가장 큰 문제는 문법이에요. 새로운 문법을 배우는 게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수업을 듣고 계속 복습하고 연습해서 지금은 잘하고 있어요." 그녀가 우리 학교에서 좋은 인연을 맺기를 바란다. "성균관대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단순히 말하자면 한국인의 일상을 겪어볼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