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 온 이유' <br>말레네 학우

'내가 한국에 온 이유'
말레네 학우

  • 341호
  • 기사입력 2016.02.13
  • 취재 김소희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9499

말레네 학우는 아시아와 한국문화를 사랑한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저는 말레네라고 해요. 오스트리아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다 성균관대학교에 오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화학과 컴퓨터 공학 중에 어느 것을 전공으로 할지 고민했지만, 같이 공부하자는 친구의 권유에 컴퓨터 공학을 선택했죠. 컴퓨터 공학은 매우 크고 역동적인 학문이랍니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죠. 이미 이렇게 큰 분야를 가진 학문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저는 여행을 좋아해요. 여태까지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스코틀랜드,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를 가봤지요. 오스트리아가 유럽의 중앙에 있어 여행 다니기 좋거든요. 하지만 항상 아시아권 국가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대부분은 일본에 대한 관심이었지만요. 마침 학교에서 한국으로 갈 교환학생을 모집하고 있었고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거죠.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 대해 잘 몰랐어요. 한국과 저의 연결고리라곤 매년 서너 명씩 오는 한국인 교환학생뿐이었으니까요. 그렇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한국에 오게 되었답니다.

한국의 첫인상은 "엄청나게 크다!!"였죠. 아시다시피 오스트리아는 아주 작은 나라잖아요. 서울 같은 대도시가 없죠.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인 비엔나도 서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니까요. 아직도 '서울' 하면 현대적인 빌딩들이 숲을 이룬 모습이 떠올라요. 하지만 크고 현대적이라는 말로는 한국을 다 표현할 수 없어요. 경복궁의 다채로운 색감들도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거든요. 일본과는 다른 부드러움과 우아함에 빠져 한국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물론 제일 먼저 언어적인 벽에 부딪혔어요. 언어 차이는 다른 어느 나라를 가도 겪는 문제긴 하지만 이번에는 일회적인 여행이 아니라 이곳에서 사는 거니까 답답했죠. 구글 번역기나 바디랭귀지로 그때그때 극복하긴 했지만 역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에 영역본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문화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신발이에요. 유럽에선 집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 외에도 식사할 때 포크와 나이프가 아니라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점, 처음 만났을 때 악수가 아니라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는 점이 새로웠죠.



위와 같은 점을 제외하면 한국에 적응하는 건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교환학생 지원을 맡고 있는 버디 뿐아니라 초면인 한국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심지어 영어를 못하는 분도 도움을 주시려고 했어요. 참 친절하지 않아요? 한국 사람들이 많이 그리울 거에요. 한국으로 오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것이 음식이었는데, 이 부분도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맛있게 맵다는 말이 딱 어울려요. 어쩌면 한국 사람들보다 더 그리운 것이 한국 음식일지도 몰라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제 좌우명이에요. 제 삶의 모든 일에는 그 일이 일어난 이유가 있겠죠. 어떻게 보면 굉장히 숙명적인 표현인데 전 이게 진짜라고 믿어요. 제가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사히 학기를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인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