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다 <br> 벤자민 게이츠 학우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다
벤자민 게이츠 학우

  • 342호
  • 기사입력 2016.02.29
  • 취재 이서영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8883

미국에서 온 32살 벤자민 게이츠는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있다. 성균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운지는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데 인터뷰하는 동안 굉장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었다. 삶이 열정으로 가득 찬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인지 취재해 보았다.

벤자민 게이츠는 미국 아이오하가 고향이다.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을까. "제가 한국에 와서 자주 들은 질문 중 하나가 '왜 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을 왔느냐'였어요. 미국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왜 미국을 관광하느냐'라고 물어보지 않잖아요. 저도 그냥 그런 사람들과 같은 이유로 한국에 왔어요. 한국이 좋으니까요. 아이오하 대학교에 다닐 때 바이오메디칼엔지니어링을 전공했어요. 그 후에 회사에 들어가게 됐는데, 하루종일 컴퓨터만 붙잡고 있었어요. 저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컴퓨터만 보고 있는 일은 저와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일을 찾게 되었죠. 아이오하에 저와 제일 친한 친구 두 명이 있는데 모두 한국에서 입양된 한국인이에요. 둘 다 좋은 사람들이었고 한국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오기로 했죠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인천공항이 멋있어서 위압감을 느끼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죠. 그 당시 저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정도의 한국말밖에 못 했어요. 재미있는 일화를 얘기하자면 공항에서 학원이 있는 울산으로 가야 해서 울산 가는 티켓을 구매했어요. 안내원한테 울산행 티켓을 달라고 하는데, 'ㄹ' 발음이 어려워서 겨우 발음했죠. 티켓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 티켓은 부산행이었던 거에요. 저는 한국말을 모르니 당연히 제대로 구매했거니 했죠. 다행이었던 건 제가 알고 있던 버스 시간과 달라서 한 번 더 물어보았더니 안내원이 교환해주셨어요. 그렇게 울산으로 가게 되어 한 학원에 영어 강사로 일을 했어요.

영어학원에서 일하는 중에 한국 아이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노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좋아하며 항상 열린 마음으로 모든 일에 임해요. 저는 그래서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항상 긍정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했어요.
놀라웠던 점은 한국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를 가고 영어학원, 택권도학원, 피아노학원, 수학학원에 간 후에 집에 가서 잠을 자요. 그리고 같은 패턴의 생활을 다음날도 반복하죠. 미국에서는 학교가 오후 세시에 끝나면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놀고, 휴식을 취하고, 고등학생은 대학 등록금에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요. 그 차이가 저에게 충격을 안겨줬죠. 저는 아내와 한국에서 살 계획이라, 제 아이에게 원하는 생활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제 아이는 아이답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키우면 경쟁적인 한국 사회에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질 수도 있을까 걱정이에요.
영어학원에서 즐거운 기억도 있어요. 제가 일을 막 시작했을 때,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유행했어요. 학생들이 저한테 춤을 가르쳐줬죠. 그 다음엔 영화 ‘겨울왕국’과 극 중에 나온 엘사의 ‘Let it go’가 유행했죠. 저는 이 영화를 몇 달 전 딱 한번 본 게 다인데, 그 영화 속의 나오는 모든 단어들과 노래를 다 알아요. 학생들이 굉장히 자주 불렀거든요. 그리고 케이팝 남자 아이돌들과 그들의 노래도 알 수 있었죠. 젊은 세대 친구들과 같이 하면서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배울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영어강사로서의 삶은 즐거웠어요. 하루에 6시간만 일하면 됐고, 여행을 하거나 친구를 만날 시간도 많았죠. 그러나 이 일은 저에게 맞지 않았어요. 도전적인 삶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제가 매일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을 다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아이오하에서 석사과정을 밟으신 성균관대학교 교수님을 알게 됐죠. 한국은 같은 고향이나 학교를 나온 사람들 간의 유대관계가 깊잖아요. 그 교수님도 제가 성균관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대학원생으로서의 삶은 굉장히 달라요. 요즘 저는 취미생활을 즐기지 못해요. 그렇지만 제 학업에 집중하면서 더 근면해질 수 있고 많은 지식을 얻고 있어요. 힘들지만, 그만큼의 보상이 있어서 제 선택에 후회하지 않아요. "



성균관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그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요. 저는 '지루하다'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아요. '지루함'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우리를 지루하게 만드는 것은 없는데 우리가 '저것은 지루하다'라고 선택하는 것일 뿐이죠. 우리가 새롭게 본다면 모든 것은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계속 한국에 살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더 한국사람처럼 되고 싶어요. 물론, 고향인 아이오하와 그곳에서의 기억을 잊지는 않을 거예요. 고향에 대한 기억들을 간직하면서도 한국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