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도전 이스칸 학우

끊임없는 도전 이스칸 학우

  • 347호
  • 기사입력 2016.05.14
  • 취재 김소희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10390

"한국에 온 지 1년 정도 됐어요. 그동안 정말 많은 기회를 얻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이스칸은 우리 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국어를 접하며 그의 시야가 넓어졌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스칸이 한국어를 공부한지도 벌써 5년이 된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과 친구가 되며 한국어를 처음 접했다. 친구들과 같이 한인 교회를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한 달도 못 되어 포기하고 말았다. 목표가 없어서 흥미를 금세 잃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요리 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요리 학교 2학년 때부터 요리사로 일했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직장에 다니며 여러 나라의 음식을 접했다. 이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 우즈베키스탄에 사업차 온 한국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어를 잘하면 취업시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 같았다. 목표가 생기자 다시 펜을 잡았다. 요리 학교 3학년 때부터 한국어학원 "세종학당"에 다니며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한국어학과를 지망하며 대학교 입학시험을 치렀다. 한 번의 고배를 마셨지만, 재수 후 입학에 성공했다. 사범대의 한국어학과 학생이 되고, 한국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게 되었다. 2014년에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백일장이 열렸다. 3등까지는 성균관대학교에 장학생으로 갈 기회가 주어졌다. 이스칸은 한글백일장에서 수상했고 이듬해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이수하게 되었다.

성균관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오면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아니다. 2013년에 MBC가 "한국음식경연대회"를 주최했다. 각국의 요리사들이 한식으로 대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국내 예선을 통과하고, 본 경연에 진출하며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10개국에서 대표들이 왔는데 모두 엄청난 사람들이었다. 자기 소유 레스토랑이 있거나, 유명 호텔의 요리사들 사이에서 막내 이스칸은 위축되었다. 경연 요리로 갈비찜, 오이냉국, 모듬전, 돌솥밥을 만들었고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솔직히 상상 못 한 결과였죠. 엄청난 선배들을 제치고 뽑힐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심사위원들에게 질문하려 했으니까요. 어쩌면 경연이 있기 전부터 한국 요리를 깊이 있게 공부한 게 도움이 됐을지도 몰라요. 우즈베키스탄에도 한국식당이 있는데 그 식당 아주머니를 어머니라 부르며 그 밑에서 한국 요리를 배웠거든요. 3등이란 건 어머니의 결실이라고 생각했죠. 그 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고요."



이스칸은 한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여러 기회를 얻어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실크로드 특별전'을 주최했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전시 기획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요리사로 일했던 경력과 사범대학에서 공부했던 경험 덕분에 전시회에서 우즈베키스탄 셰프로 아이들에게 요리 수업을 했다.

브라운관에도 얼굴을 자주 비쳤다. 이미 종영한 <국제식당>이라는 예능에 출연했다. 각국 셰프들이 모여 각국 요리나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자국 음식을 한국음식과 퓨전해서 경연대회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친구 덕분에 <서프라이즈> 인터뷰를 볼 기회를 얻었다. 그 후로 시험기간을 제외한 목요일마다 서프라이즈 촬영을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송 활동을 하고 이후로는 <비정상회담>도 출연 인터뷰를 할 계획이다. 그 외에 박물관 등에서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2, 3회 정도 강연을 한다. 사범대학을 졸업해서 교사자격증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우즈베키스탄 다문화 선생님으로 우즈베키스탄 문화를 알려주는 일을 한다. 한국은 그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고, 그는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요리사로도 일해보고, 음악 전문대학도 다녀보고.. 한국어는 물론 영어까지 공부하고.. 저는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해왔어요. 그동안 배워왔던 모든 것을 한곳에 집중할 기회가 있었으면 했죠. 그래서 마케팅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마케팅 공부를 통해 앞으로 할 일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이스칸은 우리 학교 경영학 수업 중 영어 수업뿐 아니라 한국어 수업도 선택했다. 자국에서 한국어학과 학생이었지만 약간 어려움을 겪었다. 우즈베키스탄 교육시스템이랑 차이가 컸기 때문이었다. "밤샘 공부, 시험 준비를 더 열심히 한다는 점, 교수님들이 엄청난 양의 과제를 준다는 점 등 많은 부분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장학생으로 온 거니까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역사가 깊은 성대에서 공부해서 더 뜻깊기도 하고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백일장 주최한 교수님들에게 감사해요. 이렇게 큰 기회가 주어져서 좋아요."

그는 한국에서 우즈베키스탄 레스토랑을 경영하길 원한다. 요리 분야에서 오래 일하기도 했고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그동안 자신이 배운 것을 적절히 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밝은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식업계는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고, 그마저도 문을 닫는 가게가 많다. 또 기름을 많이 쓰는 우즈베키스탄 요리는 한국인에게 좀 느끼할 수도 있다. "요즘은 우즈베키스탄 요리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기름기 빼고, 한국식 재료 섞은 요리로 재탄생 시키는 거죠. 이웃들과 나눠 먹어봤는데 좋아하더라고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그는 요리사이고 방송인이며 선생님이기도 하다. 한국어가 열어 준 다양한 지평이다. 그의 도전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저는 항상 도전해요. 한국에서 열심히 살고, 한국인들에게 우즈베키스탄의 문화를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