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 <br>윤자걸 학우

내가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
윤자걸 학우

  • 349호
  • 기사입력 2016.06.09
  • 취재 김소희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7606

홍콩 사람이 한국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자걸 학우(국문 14)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홍콩에서 환경학을 전공하다 왔어요. 환경학에서는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는 방식, 도시설계,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방법 등을 공부한답니다. 사실 전공이 적성에 맞는 건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선생님의 추천대로 진학한 것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지리와 많이 관련된 학문인 줄 알고 기대했었는데 통계나 다른 수학적인 공부가 굉장히 많이 필요해서 적응을 못했죠. 그 즈음 홍콩 친구가 K-Pop을 소개해줬어요. 금세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죠. 한창 소녀시대가 인기있던 시기였는데.. 음악도 듣고 뮤직비디오도 보는데 저는 가사를 모르잖아요. 가사가 무슨 뜻인지 알고 싶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혼자 2년 정도 공부 했는데 진도도 느리고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 거죠. 처음 한국에 와서는 연세어학당에 다니며 공부했어요. 한국어 4급까지 취득했지만 학비가 모자라서 귀국해야 했어요. 귀국하고 어머니가 일하던 무역회사에서 1년간 일하면서 학비를 모았어요. 예전에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 덕분에 일자리를 구한거죠. 한국으로 되돌아와선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했어요. 노래가사가 알고 싶어서 시작한 한국어 공부이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지요. 예를 들어 한국사람들은 한국을 지칭할 때 우리나라라고 하잖아요. 그 외에도 우리 집, 우리 학교처럼 ‘우리’란 말을 자주 써요. 저는 그 속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가 무엇일지 궁금하고 더 알고 싶어서 국문과를 택했어요.

K-Pop으로 한국문화를 처음 접했어요. 물론 K-Pop은 제가 좋아하는 문화컨텐츠니까 그들이 주도하는 유행도 수용해요. 원래는 새 것보다는 오래된 것을 좋아해요. 홍콩은 땅이 좁아서 개발하려면 옛날 것들을 다 없애고 그 자리에 새 것을 올려야 하거든요. 항상 안타까운 부분이었죠. 한국에는 성균관이나 광화문같은 옛 건물들이 남아있는게 너무 좋았어요. 건물 뿐만이 아니에요. 사람들 마음도 그대로에요. 한국의 첫인상이 ‘중국보다 더 중국 같은 나라’라면 어떻게 받아들이실래요? ‘중국’하면 떠오르는 게 공자, 맹자, 장유유서.. 이런 유교정신이잖아요.

요즘 중국은 그런 정신이 많이 퇴색되었어요. 젊은 사람이 노인을 때리기도 하고, 능력있는 사람은 약자를 방치하기도 해요. 그런데 한국은 지하철 노약자석도 항상 비워두는 편이고 온정적이죠. 중국이 잊은 옛 중국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성균관대학교에 온 이유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죠. 조선시대부터 존재해온, 오래된 학교.. 물론 조선의 성균관과 지금의 성균관대학교는 다르지만 그 전통과 명맥은 이어져 왔잖아요. 과거 모습을 안고있는 모습이 끌렸어요. 예전에 학교 정문 앞에서 산 적이 있는데, 그때는 학교 가기 전에 옛날 성균관 마당을 한바퀴 돌고 갔어요. 기운을 받는다는 생각으로요.

국문학과는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에요. 주변에서 “국문학과는 굶는 학과다.”라는 소리를 자꾸 들으니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한국인이라도 국문학과 졸업자는 취업이 힘들다고 하고... 요즘은 심리학과 수업도 들어요. 진로 내지 취업을 위한 예방책이죠. 사실은 국문학으로 대학원까지는 공부하고 싶어요. 그 이후에는 한국에서 일할 생각이고요. 국문학과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이면 좋겠지만 아닐 경우엔 지금 공부하는 심리학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