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를 만나다, <br>ISS

한국의 문화를 만나다,
ISS

  • 351호
  • 기사입력 2016.07.14
  • 취재 김소희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8226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서는 국제하계학기 International Summer Semester (이하 ISS)에서 한국의 문화를 접하는 세 학우들을 만나보았다.

케빈은 스위스에서 왔다. 스위스에서 나고 자란 그는 동양권의 새로운 문화를 맛보고 싶었다. 특히 어머니의 나라 한국이 궁금했다

이번 ISS에서는 한국어 초급 반 강의를 듣고 있다.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 말을 할 줄 알아야 해요. 저는 한국 혼혈이지만 한국어 수업은 어려워요. 스위스에서는 독일어를 사용해서 어머니도 독일어를 할 줄 알고, 어릴 적에 가족끼리는 영어로 대화했거든요. 중국인 친구들은 한자가 같아서 그런지 곧잘 하던데 저는 한국어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요. 그래도 이제 쉬운 단어는 알아듣네요.” 수업에서 좋은 친구들, 좋은 선생님을 만나 매 수업이 즐겁다는 케빈. 귀국 후 한국어 공부를 계속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스위스에선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이제 졸업을 1년 앞두고 있어요. 이후로는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 석사까지 공부할 생각이에요. 아르바이트나 대학원, 취업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까 이번 여름처럼 집중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긴 어렵겠죠. 그래도 전 어머니가 한국인이니까 아주 손을 놓을 것 같지는 않아요. 어머니와 함께하는 것 자체가 공부를 계속할 기회를 받는 것이고, 동기부여도 될 테니까요.”

ISS는 그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이다. 처음 접하는 한국의 문화, 한국의 정신이 신선한 충격이었음은 물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새롭다. “지금만 할 수 있는 경험 같아요.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면 내가 해 야할 일이 있잖아요. 월세를 낸다든가, 일을 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처럼요. 그런 책임들을 다 지면서 이런 도전을 하긴 쉽지 않죠. ISS를 통해 겪은 것들이 어떤 형태로든 내게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이번에 전세계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졸업 후에 여행을 생각 중인데 어쩌면 친구의 나라에서 친구와 만나게 될 수도 있겠네요. 물론 한국에 다시 오게 될 수도 있고요.”

우리 학교 학생이 교환학생으로 다른 대학에서 수업을 들어도 전공학점으로 인정받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미국대학생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다행히도 우리 학교와 자매학교를 맺은 UNC Chapel Hill에선 ISS과목을 전공학점으로 인정해주었다. 이는 케이트의 한국행에 영향을 미쳤다. 대다수의 미국학생들이 유럽을 가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학생들이 아시아를 택한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였다. “완전히 새로운 문화권에 가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 선택에 만족했죠. 문화체험 프로그램 중에 한복전통문화체험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역사문화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프로그램을 통해 절하는 법이나 한복 입기 등 많은 걸 배웠어요. 사진도 많이 찍었고요.“

케이트는 경제학과 정보과학(Information Science)을 공부하고 있다. 정보과학은 경영학과 컴퓨터공학이 연계된 학문으로 데이터 분석, 정보처리알고리즘,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방식(Human Computer Interaction)등에 대해 공부한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고, 졸업 후 진로가 다양해 정보과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정보를 얻고 내게 맞게 전환하는 것도 정보과학과 관련이 있는 거에요. 한국에 대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한국생활은 더 편해지는 거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야 말로 가장 값진 경험이다. 우리 학교는 ISS를 위해 지원자 접수부터 아주 오랜 준비를 해왔다. “놀라운 것은 한국친구들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도 소통하게 된다는 거에요. 그렇게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은 아주 중요하죠. 특히 이번 여름학기는 여행욕구에 다시 불을 붙였어요. 한살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은 곳을 다녀보고 싶어요. 미국으로 돌아가면 학점이나 취업처럼 열심히 준비해야 할게 많아지니까요. 이번 경험으로 해외취업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어요. 어느 나라가 좋을지.. 한국도 당연히 고려대상이에요. 물론 실제로 해외에서 일하기까지 많은 준비를 해야겠지만 ISS가 아니었다면 생각조차 못했을 거에요.”

맥스는 영국에서 고대문명을 전공했다. 그는 조선이 이룩한 일들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큰 흥미를 느꼈고, 중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한국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해 보고 싶었다. ISS에서는 경영학 관련 수업들과 한국어 수업을 듣고, 기숙사가 아닌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닫이문, 침대 없이 자는 것, 턱 높이까지 오는 낮은 천장.. 모든 게 새롭고 즐거워요. 교통경찰이 교통정리를 할 때 운전자에게 인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고요. 서로 존중하는 모습인 거잖아요. 현대사회가 국제화, 도시화됨에 따라 이런 전통적 가치를 많이 잊게 되었는데요. 한국은 이를 간직하고 있다는 게 놀라워요. ISS가 다 끝나면 산에 있는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한국의 다른 모습을 더 알아가고 싶어요.”

그는 세종대왕을 존경한다. 문자가 어떻게 정립되는지, 그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를 알고 있어서일까? 예외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정립된 문자 한글, 그리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은 자연히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렇지만 한국어수업을 잘 따라가는 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영어를 발음할 때와 한국어를 발음할 때의 혀를 사용하는 게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전 채식주의자라 식당에서 ‘고기 빼주세요.’ 라고 하는데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고요.”

한 나라를 여행하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된다. 하지만 ISS는 다르다. 다양한 국적,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이곳에선 단순히 하나의 문화만을 만나지 않는다. “간단한 대화를 하게 되더라도 전혀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그 주제 하나를 수많은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결코 흔치 않은 경험이에요. 이런 대화를 통해 많이 배우게 되기도 하고요. 나중에는 다른 문화,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들 간의 연결다리가 되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대학에서 인문학, 극장에서 일하면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ISS에서 경영학까지 접하게 되었죠.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