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 diem!, <br> 체코에서 온 카렐 학우

Carpe diem!,
체코에서 온 카렐 학우

  • 372호
  • 기사입력 2017.05.26
  • 취재 이가은 기자
  • 편집 최재영 기자
  • 조회수 8559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서는 체코에서 온 카렐 세트니치카 학우를 만났다. 봄과 여름 그 중간에 있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벌써 여름옷을 입고 다닌다. 반면 카렐은 요즘 날씨에 꽤 더울 법한 과잠을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외투 때문에 덥지 않냐는 질문에 “‘성균관대’가 박혀있는 자켓을 입어주는 게 패션의 완성”이라며 웃으며 답했다. 그가 이만큼이나 아끼는 성균관대에서 어떤 날들을 보내며 지내는 지 함께 들어보자.

여행의 도시 프라하에서 온 카렐

“안녕하세요. 저는 체코에서 온 교환학생 카렐이에요. 전공은 electrical&computer; engineering이고 올해 말까지 한국에서 지낼 예정이에요.”

카렐, 그는 낭만의 나라 체코에서 왔다. 그의 고향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 “프라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특히 한국 사람들은 더더욱. 사람들이 말하길 프라하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 드라마가 오래 전에 있었다면서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뭐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어서인지 ‘오, 나 프라하 알아. 거기 맥주 진짜 맛있잖아. 나 거기 가봤어!’ 등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유럽 여행 코스로 대개 빠지지 않는 체코 프라하. 프라하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는 학우들에게 그 곳에 사는 현지인으로서 전하고픈 말이 있을까 물어봤다. 그는 망설임 없이 가장 먼저 맥주 이야기를 꺼냈다. “체코 맥주는 단연 세계 최고에요.(웃음) 맥주는 꼭 맛봐야 해요. 음, 프라하의 명물이나 명소에 대해 뭔가 얘기를 해주면 좋은데. 저는 그냥 그 곳에 사는 사람이다 보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건축물을 봐도 크게 감흥이 없어요. 지나다니며 늘 보니까 그런가 봐요. 그것들에 익숙 한데 잘 알지는 못해요. 도리어 프라하를 처음 찾는 관광객들보다 그런 것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요.” 경주에서 온 친구들에게 첨성대와 불국사에 대해 물었을 때 “경주 사람들은 도리어 그런 데 잘 안가. 잘 몰라.”라는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종종 보곤 하는데 프라하 사람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프라하의 명소나 명물은 감흥 없이 지나치는 카렐이지만 그에게도 프라하의 야경은 매일 새로우리만큼 멋지다고 한다. “저녁 시간대의 도시는 매우 아름다워요. 여러 불빛들과 어우러진 프라하의 야경을 꼭 보기를 추천해요. 여행하기에 정말 멋진 도시에요. 프라하!”

그는 프라하를 여행할 때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한 조언을 덧붙였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조심하세요. 환전할 때나 택시를 탈 때 말이죠. 택시 탈 때 웬만하면 길에서 그냥 택시 잡지 말고 모바일로 차량을 예약할 수 있는 어플인 우버를 이용하는 게 좋아요. 우버는 어플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면 거리에 따라 비용이 정확히 제시되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함부로 바가지를 씌울 수 없거든요. 이 점 때문인지 우버를 좋아하지 않는 택시 기사들이 프라하에 많아요.(웃음)” 현실적인 꿀팁이다.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삶, 힘들 때도 있지만 재미있어요.”

“교환학생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일단 유럽과 다른 서양권의 국가들로는 가고 싶지 않았어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 속에서 살아보기 위해 아시아권으로 가고 싶다 생각했었어요. 후회하지 않아요.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또 좋은 경험들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한국에 막 발을 디뎠던 때 한국에 대해 느낀 첫 인상은 어땠는지 물었다. “김포 공항에 내려서 바로 지하철을 탔는데, 매우 인상 깊었어요. 체코의 것과 비교했을 때 훨씬 크고 최신식이라 신기했죠. 체코 지하철 노선은 고작해야 3개에요. 그리고 한 노선은 끝에서 끝까지 가는 데 한 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죠. 그런데 서울에서 수원의 성균관대역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체코의 지하철이 얼마나 작은 지 가늠이 되나요? 뿐만 아니라 모든 지하철에 이중문이 설치되어있고 곳곳에 안전에 대한 표시가 많은 것에도 놀랐어요. 안전을 중요시하는 지하철 시스템이 인상 깊었어요.”

그는 시간이 나면 한국의 요모조모를 느껴보기 위해 곳곳을 다닌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말이 서툴러서 종종 난감한 상황을 직면한다고 한다. “저는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한국말 밖에 구사하지 못해요. 기본적인 인사나 식당에서 ‘이거 주세요. 두 개 주세요.’ 할 수 있는 정도? 그러다 보니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들을 만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좀 있죠. 그럴 땐 손짓발짓을 이용해 대화해요. 난감하긴 한데 그런 상황들도 재미있어요.” 또 온통 한국말로만 가득한 간판이나 표지판을 만날 때도 난감하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말을 모르니 그저 그림으로 보여요. 한글 간판을 사진 찍어 번역기에 돌려보기도 하고 제가 읽을 수 있는 간판이라면 통번역 어플에다가 음성 검색을 해보기도 해요.”

친구들과 주로 맛집 탐방을 하며 논다는 그는 한국 음식이 무척 입에 맞는 눈치였다. “한국에 와서 한국 음식을 정말 즐기며 지내고 있어요. 특히 한국식 바비큐! 완전 제 스타일입니다. 친구들이랑 고기를 먹으러 가면 다들 놀라요. 왜 이렇게 많이 먹냐며 말이죠.” 더불어 한국 식당에 가면 무료로 물과 밑반찬을 받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체코에서는 그게 다 전부 돈이거든요. 한국에서는 외식해도 체코에서만큼 돈을 안 써서 좋아요.”

유튜버 ‘Cha Cha'

카렐은 취미가 많다. 달리기,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요리를 좋아한다. 그는 한국에 와서 새로운 취미를 하나 더 개발했다. 바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 그는 Cha Cha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한다.

“저는 유튜브에 제 한국 생활을 담은 영상들을 올리고 있어요. 이곳에서의 순간들을 잊고 싶지 않아서 기록하려는 목적이 커요. 체코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곳에서의 생활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11편의 영상을 올렸어요. 일주일에 하나씩 업로드를 하려고 노력해요. 이번 주는 제가 최근에 다녀온 보성녹차페스티벌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 올릴 거에요!”

11편의 영상 중 특별한 에피소드를 꼽아 달라 부탁해봤다. “체코의 전통을 한국인에게 소개하는 내용의 영상을 만든 적이 있어요. 흥미로웠죠. 이제까지의 영상들 중 가장 조회수가 높아요. 420명 정도가 봤더라고요. 또 하나 더 꼽자면 제가 직접 막걸리를 만드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저는 막걸리를 매우 좋아하고, 요리를 즐겨하다 보니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마켓에서 누룩도 직접 샀어요. 제가 만든 막걸리와 다른 시판 막걸리들을 친구들에게 시음하게끔 하고 맛으로 순위를 정하게 했죠. 제가 만든 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서 아쉽긴 한데 재미있었어요.”

성균관대에서의 나날

그는 수원 자연과학캠퍼스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이곳 성균관대 수원 캠퍼스는 교문 밖의 세상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밖은 소음이나 바쁘게 오가는 차와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이곳은 평화로워요. 캠퍼스를 거닐고 금잔디에 앉아 쉬는 학생들. 나무들도 많고 캠퍼스 어디든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죠.”

그는 학교 생활에 적극적이라 학교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 참여에 열심이다. “신방례는 정말 특이한 경험이었어요. 그런 전통적인 행사에 참여해볼 기회를 얻어 좋았죠. 최근에는 인사캠 축제 시즌에 서울에 가서 킹고런에 참여했던 것이 좋았어요. 수원에서만 수업을 들어 서울 캠퍼스에는 갈 일이 잘 없어요. 킹고런하면서 서울 캠퍼스를 돌아다니니 색다른 기분이었죠.”

그는 자연과학캠퍼스에서만 수업을 듣는다. “사실 서울에서 아시아 문화에 대한 수업을 하나 수강신청해서 자주 가게 될 뻔 했는데, 그거 그냥 철회했어요. 주변에서는 수원에서 서울 왔다갔다 하는 게 머니까 그런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 수업 오티를 들어보니까 수업마다 15~20 페이지에 달하는 글들을 읽어가야 하고 발표도 자주 하고 그렇더라고요. 전 이과라 그런 거 익숙지도 않을뿐더러 너무 어려워요. 한국의 전통이나 아시아의 문화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수업방식이 저와는 맞지 않더군요.” 역사며 철학이며 하는 것들에 대한 글이 어려운 전형적인 공대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평소에는 주로 자신의 버디와 시간을 보내거나 다른 많은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지낸다고 한다. “주로 먹으러 많이 다녀요! 맛집도 다니고 술도 마시곤 하죠. 하이킹을 가거나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요새는 외국인을 위한 관광 혜택이 마련된 곳이 많아서 편해요. 공짜 혹은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체험들을 해볼 수 있죠.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더 많이 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 다녀온 보성녹차페스티벌에서도 공짜로 차 만들기 체험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했어요.”

앞으로 남은 기간 하고 싶은 것들

올해 말까지 한국에서 지내는 카렐.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한국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연구실 활동에 참여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의 이론적인 탐구와는 다른 색다른 탐구 활동이 되겠죠. 그리고 아직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가보지 못해서 다음 학기 중에는 친구들과 함께 가볼 생각입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에 전파하는 카렐. 한국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많은 좋은 추억들을 만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