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다 <br> 야마우치 에미리 학우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다
야마우치 에미리 학우

  • 376호
  • 기사입력 2017.07.26
  • 취재 이가은 기자
  • 편집 최재영 기자
  • 조회수 8010

이번 외국인의 성대생활에서는 우리 학교 아동·청소년학과에 재학 중인 야마우치 에미리 학우를 만났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는 에미리. 그녀의 한국 유학 생활을 한 번 들여다보자.

“엥, 한국인 아니었어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에미리를 처음 만나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을 알기 전까지 그녀가 외국인이리라 생각지 못한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한국에서 지내고 있어요. 부모님 곁을 떠나 홀로 한국에 유학 왔어요. 외국인 학교나 국제 학교가 아닌 일반 중고등학교에 다녔던 까닭에 한국말을 잘해요.” 중고등학생 시절, 그녀는 반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주로 친구들이 먼저 저에게 다가와 줬어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어렵지 않게 학교생활을 했죠. 한국 친구들과 많이 어울린 덕에 한국어도 빨리 배웠고, 한국 생활에 쉽게 적응한 것 같아요.”

일본인이지만 초등학교만 일본에서 졸업하고 이후 학창시절을 전부 한국에서 보낸 에미리. “가끔 저한테 일본 중고등학교 교육이나 문화에 대해 묻는 친구들을 만나곤 해요. 저도 잘 몰라서 대답을 잘 못해줘요. 한국에 유학 온 것은 후회 없지만, 한국에 오래 있다 보니 일본 교육 문화를 잘 모른다는 점은 아쉬워요. 그래서 대학원은 일본에서 다니고 싶어요.”

그녀는 자신이 ‘일본인이지만 일본인보다 한국인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고 했다. “저는 표현에 적극적이고 솔직한 편이에요. 좀 친해졌다 싶으면 ‘이런 점은 고쳐줬으면 좋겠다.’ 같은 돌직구도 날리곤 하죠. 일본 사람들은 자기감정이나 생각을 절대 다 꺼내 보이지 않고, 늘 조심스럽게 표현해요. 저와는 영 다르죠. 저로서는 그런 문화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한국 사람들은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잖아요. 전 한국 사람들하고 잘 맞는 것 같아요.”

14살부터 시작된 타지에서의 홀로서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홀로 유학길에 오른 에미리. 그 배경이 궁금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일본 안에서만 자라기를 원치 않으셨어요. 넓은 생각이나 시야를 가지기 위해서는 일본 밖에 나가야 한다고 자주 얘기하셨죠. 어머니께서 한국 유학에 대해 본격적인 제안을 하신 건 제가 초등학교 3~4학년이던 때였어요. 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다지 놀랍지 않았고 별 고민 없이 받아들였어요.”

어린 나이에 해외 유학을 떠나는 것이 두려웠을 법도 한데, 그녀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말을 이어갔다. “저희 어머니는 아동들을 위해 세계 곳곳으로 해외 봉사 활동을 다니세요. 그런 어머니와 함께 저는 어릴 때 여러 국가를 다녔어요. 남미 쪽에 있었을 땐 그곳에서 학교에 다니기도 했어요. 정말 복이 많게도 제가 지냈던 곳들에서, 그곳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들을 도와주러 봉사 활동을 갔는데 역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많아요. 해외에서 좋은 기억만 만들어서인지 외국으로 떠나는 일이 그렇게 겁나지 않았어요. 어머니의 교육관과 어린 시절의 경험 덕에 유학이 당연한 것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힘든 점은 없었는지 묻는 말에 그녀는 고민 없이 ‘글쎄요. 저는 그냥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과연 에너지 넘치는 에미리, 그녀답다. “가족 곁을 떠나서 몸이 아플 때는 서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지낸 수년 동안 아픈 적이 손에 꼽아요. 너무 건강하죠.” 한국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기도 했고, 같은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온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타지 생활을 한 까닭에 외로움을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그녀의 꿈은 ‘놀이치료사’

그녀는 사춘기에 춤에 미쳐 지냈었다. 댄서를 꿈꿨지만 고3 때 집안의 반대로 고민 끝에 춤을 접었다. 그리고 새로 품은 유아 교사의 꿈. “아이들을 좋아하니까 유아 교육 쪽으로 진로를 생각했어요. 아동·청소년학과에 왔는데, 공부하다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길이 있더라고요. 최근에 놀이치료의 매력을 알게 되어 현재는 놀이치료사를 생각하고 있어요.”

에미리는 지난 학기가 대학 생활 중 가장 학업에 열정을 쏟은 학기라고 설명했다. “아동에 대해 깊이 공부해보고픈 마음에 아동·청소년학과에 왔지만, 처음엔 따분한 이론 수업을 들어서 전공 공부에 흥미를 못 붙였어요. 이번 학기 들어 공부가 재밌음을 깨달았어요. 저는 제 전공이 무척 만족스러워요. 특히 아동 치료 수업에서 개인적으로 얻은 게 참 많아요.”

아동 치료 수업을 들으며 그녀는 놀이치료사의 꿈을 그렸다. “저는 어릴 때부터 유독 지적 장애 아동들에게 정이 많이 가요. 초등학생 때 학교에 있는 지적 장애 아동들에게 마음을 많이 썼어요.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게 느껴졌거든요. 제가 그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건 마구 주고 싶었죠.” 지난 학기, 수업을 듣던 중 지적 장애 아동들이 놀이 치료를 받는 영상을 보다가 초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장애를 겪는 아동들이 놀이치료사와 일대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들이 놀이치료사에게 점차 마음을 여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러 번 울컥했어요.”

에미리는 수업 중 과제로 현직 놀이치료사를 직접 만나보기도 했다. “과제로 현직 놀이치료사 선생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일이 무척 고되지만 그 이상의 보람을 얻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이들로부터 얻는 그 가치들은 세상에 더없이 귀중한 보상이라던 그 분의 말씀에 놀이치료사라는 꿈이 굳어졌어요.”

그녀는 이런 과제를 수업에서 만나 아주 좋다는 말을 덧붙였다. “일본 친구로부터 일본 대학 이야기를 듣곤 해요. 일본의 모든 대학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본 대학은 한국 대학만큼 학구열이 높지 않은 것 같아요. ‘대학은 취업을 위한 형식적인 순서’라는 의미가 한국에서보다 훨씬 강한 것 같아요. 일본 친구들이 하는 과제와 제가 우리 대학에서 하는 과제를 비교해보면 제 과제가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해요. 과제 내용도 더 의미 있고요. 이번 놀이치료 수업 인터뷰 과제처럼 말이죠. 과제를 하며 깨달음을 얻을 때가 꽤 많아요.”

일 년 반의 휴학, 덕분에 풍성해진 젊은 날

“다른 사람들보다 휴학을 오래 했어요. 일 년 반 동안 학기 중에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휴학, 하길 잘했다 싶어요.” 휴학 기간을 어떤 활동으로 채웠는지 물었다. “저는 외부 활동을 좋아해요. 휴학 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구 했어요. 대전, 부산 등을 돌며 국내 여행하는 프로그램도 참여했고, 38선 인근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떠나기도 했었어요. 오랫동안 추지 않았던 춤도 다시 배웠어요. 싱가폴에도 다녀왔고, 말레이시아로 해외봉사를 가기도 했어요.”

그녀는 말레이시아 해외봉사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말레이시아 유치원에도 가보고 그 지역 아동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낙후된 지역이라 아이들을 위한 환경이 마땅치 않아 마음이 아팠어요.”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에미리는 어린 시절 머물렀던 남미 지역을 떠올리기도 했다. “아직 많이 발전되지 못한 지역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런 곳들은 대개 아이들이 ‘아이답게’ , ‘행복하게’ 지낼만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 곳에서 만난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싶어요.”

아이들, 그리고 그녀 자신이 행복한 미래를 그리다

에미리, 그녀의 꿈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공부도 많이 하고 경험도 쌓아서 언젠가는 직접 교육 기관을 세우고 싶어요. 낙후된 지역에서 말이죠. 그 곳의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키울 때 그저 먹이고 재우는 일차원적인 것만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 교육만큼 부모 교육도 절실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옆에 부모를 위한 교육 기관을 함께 만들고 싶어요. 아직은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언젠가 실현할 수 있기를 바라요.”

“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요. 아동들은 우리 어른들 만큼 표현이나 신체적 능력이 완전하지 않죠. 하지만 그만큼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우리 어른들보다 더 감정으로 소통하는 법을 잘 아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제가 도리어 아이들로부터 위로받는 경험을 하곤 해요.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게 곧 제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