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한 도약, <br> 코우사카 사키 학우

꿈을 향한 도약,
코우사카 사키 학우

  • 379호
  • 기사입력 2017.09.13
  • 취재 이종윤 기자
  • 편집 최재영 기자
  • 조회수 8570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온 코우사카 사키 학우다. 그녀는 올해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했다. 열정 없이 이루어진 위대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졸업 소감을 묻자 그녀는 그간의 고군분투가 떠올라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녀의 도전에는 멈춤이 없다. 그녀는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값진 성취를 이뤄낸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균관대학교에 오기까지

코우사카 사키 학우는 일본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사회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법은 그녀에게 끊임없는 연구거리다. 일본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그녀가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학을 다니면서 한국에 많은 관심이 생겼어요. 여러 한국인 친구들을 만났고 한국 여행도 많이 다녔거든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막연하게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죠. 일본 대학생들은 학부 생활이 끝나면 보통 바로 취직을 해요. 저는 일본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기보다 다른 나라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한국 유학을 결심하게 됐죠.”

“처음부터 대학원을 고려하지는 않았어요. 어학당을 다니면서 한국어 공부부터 시작했죠. 그러던 중 부동산 에이전시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어요. 일본인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을 상대로 하는 일본인 전용 부동산이요. 일본과 한국의 주택 제도는 많이 달라요. 한국의 전세나 보증금 등의 제도를 설명하고 통역을 맡아 계약을 중개했어요. 부동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국에서 전공을 살려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자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어요. 한국법과 일본법을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일본법에 정통한 교수님이 성균관대학교에 계신다는 말씀을 듣고 여기에 오게 되었죠.”

◈성균관대학교에서의 생활 

한국 생활 4년 차에 접어든 그녀. 유창한 한국어가 인상적이다. 알고 보니 일본어 사전 감수, 법학 학회 국제학술대회 통번역을 맡을 만큼 ‘능력자’였다. “대학원에 갓 입학했을 때에는 한국어가 서툴렀어요. 교수님들이 걱정하셨죠. 그런데 용돈을 벌기 위해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개인적으로 학원도 다녔고요. 나중에 번역과 관련된 일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교수님께 말씀드리니 번역 업무를 많이 주셨어요. 번역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었죠.”

한국 생활은 물론 성균관대학교 생활도 완벽히 적응한 그녀지만 유학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친구가 없어서 힘들었어요. 법학과 특성상 외국인 학우들이 적고 외국인 학우들 대부분이 중국인이었거든요. 학업에 관한 정보도 얻기 힘들고 외로웠죠. 조교 활동이 큰 힘이 됐어요. 학교 일을 거들면서 많은 분들과 얼굴을 익혔거든요. 다들 많이 도와주시고 알려주셨어요. 특히 교수님들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고 제 진로를 함께 고민해주셨거든요. 'CAMPUS Asia 사업단‘ 업무를 보조하면서 일본인들과도 교류할 수 있었고요. 조교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어요.”

“대학원 첫 수업 때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발표가 주가 되는 대학원의 수업 방식이 익숙지 않았거든요. 같이 발표하는 학우 분께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해를 거듭하면서 나아졌지만 아쉬움이 남아요. 반면 ‘일본 논문 강독’처럼 뿌듯함을 안겨준 수업도 있어요. 문헌을 일본어로 읽는 그 수업에서만큼은 제가 다른 학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거든요. 제가 수업 부분을 녹음하면 다른 학우 분들이 제 녹음을 듣는 방식으로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 중 하나예요.”

“석사학위논문은 가족법 ‘친생자 추정제도’에 대해 작성했어요. 일본법과 한국법을 비교하는 논문이었죠. 논문을 작성하면서 한국법과 일본법의 차이가 느껴졌어요. 초기 한국 민법은 일본 민법의 번역본이었어요. 두 민법의 내용이 같았죠. 그러나 45년 이후 한국은 개정을 거듭했고 일본은 거의 개정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한국의 법이 어떤 면에서 더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두 나라의 법을 비교하며 알아가는 것이 많아요. 흥미로운 연구예요. 비교 연구를 위해서 일본과 관련된 자료가 많이 필요했어요. 성균관대학교에 관련 자료들이 잘 구비되어 있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연구 외에 즐거웠던 경험으로 그녀는 'CAMPUS Asia 사업단‘ 활동을 꼽았다. “성균관대학교로 오는 일본인 유학생, 교환학생들이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주는 역할이었어요. 헌법재판소를 방문할 때 통역을 맡기도 했고요. 헌법재판소는 일본 법학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곳이에요. 일본에는 헌법재판소가 없거든요. 저도 CAMPUS Asia 사업을 통해 처음 가 봤어요. 일본인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즐거웠어요.”

◈성균관대학교를 떠나며, 꿈을 향한 도약 

그녀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인연을 맺었다. 번역 업무를 맡고 패러리걸로서 변호사들을 보조할 예정이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녀의 모습이 설레 보인다.

“몇 단계에 걸친 면접을 봤어요. 그중 한 면접을 망친 것 같아 너무 아쉬웠죠. 일주일 내내 우울했어요. 기대를 접었을 때 합격 연락을 받았어요. 너무 기뻤죠! 간절히 바랐던 직장인만큼 열심히 일할 거예요.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고 먼 미래에는 법학 관련해서 책이나 논문을 내고 싶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법학석사가 되고 싶었던 큰 이유예요. 저만의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어요. 힘든 일도 많았지만 외국인이라고 환영해주시고 배려해주신 주변 사람들께 감사드려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외국인 법학석사로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제 분야에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